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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아나 May 10. 2022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말보다 솔직한 언어, 눈빛



개떡같이 말하면 어떻게 찰떡같이 알아듣지?

이 속담이야말로 질문 없는 한국 사회를 만든 특정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질문하기 전에 내가 화자의 말을 진정으로 들은것인지 생각해보고 찰떡같이 말했는데 내가 개떡같이 알아들은  아닌지 되새기는 것은 매너이지만,  속담을 알고 있는 질문자로 하여금  번째 주저를 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개떡같이  말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하는  같은 부담을 준다.


나는 개떡같이 말하는 사람이다. 무엇을 설명하고 자 할 때 말이 길어지면 스스로 참기가 힘들고 음성으로 말을 내뱉는 것에 대해서 비교적 큰 에너지를 소모한다. 때문에 용건만 간단히. 이것은 내 통화 원칙이다. 물론 모든 상황에는 예외가 있듯이 유일하게 이것을 깨는 사람은 나의 가족과 연인이 있다.


아무튼, 내 남자 친구는 개떡같이 말하면 찰떡같이 알아듣는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다. 설명하길 번거로워하는 게으름으로 인해 모든 말을 축약하고 단축 언어의 사용을 즐기는 나를, 바른 언어의 길로 인도해 준 장본인이다. 아마도 지금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도 축약하지 않고 생각을 풀어서 설명하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개떡같이 한 말을 개떡같이 알아들어 준 그의 덕분이 아닐까 생각했다.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게 말을 정제하는 것이 배려의 첫걸음이었다.


짧은 인생이지만 개떡같이 한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면 두 가지 중 하나이거나 두 가지 모두 해당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나는 청자가 추측의 대가 이거나 하나는 못 알아듣고 알아들은 척하는 거짓말의 대가이거나.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 확인하는 방법도 두 가지였다. 의견을 묻거나 눈빛을 보거나.


눈빛은 내가 겪은 가장 정직한 전달 수단이었다. 누군가의 의중을 알고 싶을 때 질문에 대한 대답을 기다리며 하는 일은 눈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홍채의 크기, 눈꺼풀의 모양, 눈이 가는 방향은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어떤 말보다 솔직했다. 분석하고 정리하여 논리 정연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동물적 감각에서 오는 눈빛의 적개심, 두려움, 당혹스러움은 직관적으로 전달된다.


눈은 뇌의 일부분이 필요에 의해서 변화하여 몸의 바깥으로 나오게  기관이라고 한다. 어쩐지, 뇌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 부분이기에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서 눈이 그토록 솔직한 것인가. 그래서 눈은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있는 우물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릴 때부터 대화할 때 눈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 간혹 그것이 어른들을 불쾌하게 하곤 했지만 스스로 버릇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혼나더라도 고치지 않았다. 나에게 눈을 바라보는 것은 내 말소리가 상대방의 귀에 닿을 수 있게 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나에게 대화할 때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말라는 말은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대화하라는 말과 같았다. 피상적인 언어보다 언어 뒤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나에게 대화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때로는 너무 생각이 앞서 나가기에 오히려 대화가 힘들다. 내가 파악한 상대방의 의도가 실제와는 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고 고쳐 나가는 것은 꽤나 힘들지만 재미도 있다.


나는 마스크의 수혜자다. ‘마기꾼’이기도 하거니와, 입을 가리니까 사람들이 눈으로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사회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서 마스크로 입을 가렸기 때문에 불편하다고들 했지만 대화를 할 때 눈을 쳐다보는 것을 유난히 부담스러워했던 사람들이 그렇지 않게 되는 것을 보니, 나에게는 수혜가 있었다. 물론 화장을 안 해도 되는 것도 좋았지만 말이다.


거짓말에 성공하고 싶다면 그 거짓말을 스스로도 진짜라고 믿어야 한다. 그리고 시선을 피하지 말고,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크기로 그저 바라보며 숨 쉬듯 말을 내뱉으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이 관찰에 능하지 못하고 아무리 논리적이지 않다고 하더라도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 일어나며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 역시 인간의 여섯 번째 감각은 육감이다.


눈빛은 개떡같이 말하지 못하니,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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