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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아나 May 31. 2022

건축 마인드

우리들이 ‘건축’에서 이야기하는 ‘작가’



 주변에서 건축 설계를 업으로 삼은 사람들 말하는 ‘작가 통상적인 의미와 매우 다르다. 내가 속한 건축 관계에서는 남의 돈으로 자신만을 위한 예술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파렴치하지 않은가, 우리의 전문성을 구매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한 ‘디자인 철학 강요하는 것이.


우리는 작가를 자처하는 건축마인드를 경계한다. 그런 마음을 가지면 의뢰인을 가르치려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이 보아 왔다. 건축주(의뢰인,고객)는 우리에게 사상을 배우러 온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많이 배우고 공부하여 자신의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나에게 오기까지 많은 노력으로 일구어온 자본으로 정당하게 대가를 지불하고 더 큰 수익창출 혹은 내 집 마련이라는 중대한 목표를 짓기 위해 온 사람들이다.


프로젝트 계약이 성사되고 설계가 시작되면 계약의 중도파기는 건축주에게도 설계자에게도 재앙이기 때문에 건축주와 설계자의 마찰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그렇기에 쉽지 않은 결단과 믿음을 가지고 지장을 함께 찍은 그들의 계획에 대하여 나만의 편협한 판단으로 ‘안된다’는 말을 하면서 ‘설득’이라고 아집을 부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설계는 건축주의 목표와 꿈을 모두 듣고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송하엽 건축가의 서울공예박물관



나는 변덕이 심하고 무언가에 쉽게 질린다.
나중에 또 무엇이 되고 싶어 할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은 그렇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상인 프리츠커상을 받는다거나 국내의 젊은 건축가상을 받고 싶다는 거창한 목표는 없다. 내가 보고 겪은 좋은 건축가란,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실용적인 건축가였다.

건축물은 사용될 때 빛이 난다. 좋은 공간에는 사람이 저절로 모인다. 관심을 받는 건축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가치가 있어진다. 가치 있는 건축물이란 생을 다 할 때까지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축물인듯하다.


그런 건축물을 설계하려면 전문가로서 그들이 원하는 바가 합리적이며 아름다울지를 판단하고 이유 있는 NO를 말해야 한다. 이것은 몇 수를 앞선, 깊은 고민이 있어야 가능하다. 사용자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깊이 고민하며 괴로워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먼저, 맹목적인 YES를 지양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김종성건축가의 광화문 SK서린빌딩 (좌)



상황은 언제나 다양하게 주어진다. 건축가의 설계 철학이 좋아서 그저 디자인을 구매하러 온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개인의 철학과 개성과 감각을 담아 설계를 하면 된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 모든 이념 위의 이념인 ‘윤리의식’이다. 사람이 배제된 공간은 좋은 공간이 되기 어렵다.


가정을 해본다.

누가 봐도 멋진 결과물을 내며 실력을 보증해온 설계자라고 해서 찾아온 건축주가, 그에게 뛰어난 예술성만을 요구하였기에 사람이 생활하지 못하며 실용성없는 건물이 설계된다면 방치될 수밖에 없다. 그 누가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고 실내에서도 비가 오며 한파에 배관이 얼어붙는 건물에서 생활(주거, 사무, 상업 모든 것) 하고 싶은가. 그 어떤 예술가가 작품에 빛이 들고 조각품보다 눈에 띄는 갤러리에 전시를 하고 싶은가. 공간은 용도에 뒷받침되어야 하는 배경이다. 건축 자체가 그저 예술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 담지 못하는 그릇은 쓸모가 없다.


감상하기 위해 존재하는 그릇은 감상하는 것 자체에 가치가 있다. 그러나 당장 다리 뻗을 공간도 없는 내 방에 그것이 차지하는 자리를 허용할 수 있을까? 적어도 실용성과 합리적인 판단이 우선적인 나에게는 아닐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예술적인 그릇이 주는 마음의 만족과 평안을 폄하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비유에 사용되었을 뿐이지 예술적인 그릇은 죄가 없다. 사용하는 사람의 성향 차이 일뿐이다.


* 그릇은 작지만 건축은 크다. 기본적으로 억단위의 자금이 오간다. 단순하고 명확한 문제이다. 한번 자리를 차지하면 ‘적어도’ 100년은 굳건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좁디좁은 대한민국 땅에서 한자리 차지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건축을 설계해야 하지 않을까. 나에게 건축은 실용적이면서 아름다울 때 예술적이다.


물론, 생각은 다양하고 의견은 무궁무진하지만.


글을 쓰고 난 후에 내게 남는것은 언제나 ‘너나 잘해’이다.


오늘도 나는 스스로가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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