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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의 파이프라인에서 사랑의 플랫폼으로

신앙과 삶 2021 Vol. 12 (5+6월호), pp. 12-13

온라인 수업

온라인 수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교수자들이 카메라 앞에서 강의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일 년 넘게 누적된 경험들이 능숙함의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우려되는 한 가지가 있다. 온라인 수업의 대부분이 교실 수업을 그대로 옮겨와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교육환경이 온라인으로 바뀐다는 것은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한다. 교실에서는 제한된 시간에 정해진 분량의 교육을 하고 누가 잘했는지를 평가한다. 하지만 온라인 환경은 극도로 개인화되어 있어 학생의 학습시간, 학습량, 학습수준을 교수자가 통제하기 힘들다. 한 물리교사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는 15분짜리 강의 영상을 탑재하였다. 어떤 학생은 15분간 학습한 후 종료한다. 어떤 학생은 재생과 멈춤 버튼을 클릭하며 꼼꼼하게 반복해서 학습하고 관련된 자료를 찾아 1시간을 넘게 학습한다. 어떤 학생은 영상을 틀어두고 SNS를 하면서 딴짓을 한다. 이는 온라인 수업을 교실수업과 동일하게 설계할 때 흔히 나타나는 문제로 온라인은 학생의 흥미와 역량에 맞춰 수준과 양을 다르게 이수하는 유연성 발휘가 쉽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온라인은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 쉽다. 내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이 내 강의만 들을 필요는 없다. 미국의 퓰러 신학대학의 구약학 개론을 가르치는 Crouch 교수는 3주차 강의에서 동료 교수인 Hays의 'Exodus: History and Story' 강의 영상을 탑재하였다. Hays 교수가 이 주제에 대해서 자신보다 폭넓은 관점을 보여 준다고 하였다. VR과 AR 기술은 교실 안에서 만리장성을 걸어보며 진시황제가 북방 오랑캐의 국경 침범을 끔찍하게 싫어했다는 것을 공감할 수 있다. 이처럼 온라인 환경은 조직과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관계자들을 오가는 플랫폼과 같다. 이러한 온라인의 탈경계성과 개인화를 적극 활용하여 학습이 경험과 실천으로 연결되도록 할 때 비로소 온라인 수업이 교실 수업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연결의 학습

학습의 개념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소유가 미덕인 시대에는 교과서를 장기기억에 저장하는 공부를 했다. 초연결 시대에는 핵심지식만 체득하고, 나머지는 외부기억 장치와 연결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을 필요로 한다. 즉 학습은 새롭고 가치있는 연결을 의미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가르치는 방식도 일방적 지식 전달을 최소화하도록 바뀌고 있다. 학생들은 교수의 지식을 더 쉽고 재밌게 배울 수 있는 곳을 이미 알고 있다. 혁신적인 온라인 대학으로 평가되는 미네르바 스쿨의 수업에서 교수가 5분 이상 연속으로 말하면 경고음이 들리고 10분이 넘으면 마이크가 꺼진다. 대신 교수는 학생들이 수업의 75% 이상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고 독특한 관점으로 다양한 지식을 창의적으로 연결하여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도와야 한다.


사랑의 플랫폼

삶에서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이러한 연결주의 학습은 큰 기회다. 기독교 정신의 정수인 사랑이 바로 그분과 나의 연결, 이웃과 나와의 연결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면 연결되고 싶어진다. 기독교의 사랑은 물리적, 정신적, 영적인 연결로 세 겹줄처럼 강하다. 과거 교회는‘축복의 통로’로서 흘려보낼 것들을 준비하느라 세상의 소리에 민감하지 못했다. 이제 교회는 플랫폼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과 기꺼이 헌신코자 하는 이들을 교회 온라인 플랫폼에서 연결해 줄 수 있다. 베트남어 예배를 실시간으로 송출하여 베트남에 있는 갈급한 영혼들과 연결된다. 교회 문턱을 넘기 어려운 이들은 플랫폼에서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다.


유투버가 할 수 없는 일

수업컨설팅을 해보면 우리나라 교수들은 설명력이 뛰어나고 많은 지식들을 가르치기 위해 열정적으로 강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수업 중 입을 여는 학생은 몇 안된다. 대부분 교수가 던진 질문에 간략하게 답하는 형태이다. 축복의 파이프라인은 굵고 튼튼하나 교육적 소통과 상호작용은 미미하다. 아무리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강조해도 변하지 않던 교수자 중심 교육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온라인에서도 지속될까 두렵다. 교수는 지식전달자에서 벗어나 학생의 발표, 과제에 대해 세심한 피드백을 주고받는데 힘써야 한다. 즉 이론적 지식을 실천적 지식으로 바꾸는 과정 즉 핵심지식의 체득을 도와야 한다. 이는 유명 유투버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교회도 예배, 성경 공부, 각종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옮기기만 하면 안된다. 말이 넘치는 시대에 진리를 외치되 열 마디를 영혼을 울리는 한마디로 줄여 말해야 한다. 나머지 아홉 마디는 마을을 두루 다니며 아픈 이들을 만나신 예수처럼 성도의 일상과 세상의 고통을 경청하는데 사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각 교회에서는 비슷한 설교 영상을 중복 생산할 것이 아니라 교회 간 자원 공유를 위한 네트워킹을 해야 한다. 타 교회 설교 영상을 성경공부에 활용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교회는 성도의 일상에서 말씀이 특별한 사건이 되고 좋은 습관으로 실현되는 것을 도와야 한다.


학교와 교회가 파이프라인에서 플랫폼이 되어 학생과 성도들의 생각을 공유하여 그들과 사랑과 공의의 피드백을 주고 받는데 힘써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무너진 학교 교육과 교회 교육이 새롭게 평가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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