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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in Aug 08. 2018

타인과 자동차, 집, 사무실을 공유하는 독일인들

19세기에 시작된 공유경제는 독일 생활에 깊숙이 침투해있다

유럽이나 미국과 같이 숙박비가 비싼 나라의 여행을 계획할 때면 자연스레 에어비앤비부터 찾아보게 된다. 호텔과 비교해 훨씬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현지인의 아파트에 머물면서 요리도 할 수 있고 발코니에서 와인도 한 잔 하다 보면 제법 그 나라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 개념은 독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19세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아주 오래된 역사를 가졌다.


공유경제는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해 주고 차용해 쓰는 개념으로 인식하여 경제활동을 하는 것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현재는 "물건이나 공간, 서비스를 빌리고 나눠 쓰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기반의 사회적 경제 모델"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출처: 위키피디아)


처음 독일 생활을 시작했을 때  '음식'은 나누지 않는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한국과 비교해 음식의 종류도 다르고 특정 음식에 반응하는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도 있고 무엇보다도 내 음식은 나 혼자서 먹는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독일 사람들은 여러 가지 메뉴를 시켜 나눠먹는 스타일은 아니다. 내가 먹은 것만 계산하는 방식의 더치페이가 가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독일인들에게 음식은 공유의 대상이 아니지만 이외의 많은 것들은 아주 손쉽게 나눠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PwC의 2017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40퍼센트의 독일인들이 공유 경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1. 정보의 공유

석사학위 시절 동기들의 학습 스타일은 그들의 국적만큼이나 다양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교수님의 말을 받아 적는 친구, 요점정리를 잘하는 친구, 늘 손을 들고 매 수업마다 한 번 이상 의견 개진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누가 먼저 요청하지 않아도 매 수업시간의 요점에 본인이 추가적으로 조사한 자료들을 페이스북 그룹방에 게시해주었다. 혹은 작년에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로부터 받은 ‘족보’ 같은 것이 있으면 함께 나눠보았다. 나 혼자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자료 같은 것들도 친한 친구들 뿐 아니라 모두에게 공유해주는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랐다.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이어진 상대평가와 치열한 학점/취업전쟁까지 겪어본 나에게는 생소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의 나는 내가 아는 것을 정말 나 혼자 가지고 있기도 했고 아주 가까운 친구들하고만 공유하기도 했었다.


독일의 공유문화는 회사에까지 이어졌다. 부서 내 팀원끼리 자료를 공유하지 않거나 경쟁이 심한 팀들도 있지만 내가 속한 팀은 조금 달랐다. 내가 만든 자료를 공유하는 것뿐 아니라, 과중한 업무를 맡은 팀원을 서로 도와주는게 익숙했다. 이것이 일반적 독일회사의 모습이 아닌 것을 알지만 내 주위에는 선뜻 나서서 도와주고 나눠주는 것에 익숙한 독일인들이 많았다.



2. 대리운전 대신 카쉐어링

따르릉과 같이 한국에서도 유행인 자전거 대여 서비스는 독일에서도 일반적이다. 굳이 내 자전거가 없어도 어플을 다운로드하고 쿠폰을 결제해놓으면 길에 세워진 자전거 – 물론 어플과 같은 브랜드여야 한다- 를 타고 이동한 후 목적지에 자전거를 세워두면 된다. 이용이 끝난 자전거는 다른 이용자들이 나와 동일한 방법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은 천차만별이나 5유로 10유로 단위로 충전을 해서 이용할 수 있는데 한 시간 이용에 1유로 미만이니 천원도 안 되는 돈으로 자전거를 한 시간 탈 수 있는 셈이다.



<회원등록 후 길가에 세워진 자전거와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다>



자전거뿐 아니라 독일에는 자동차 대여 서비스도 활발하다. 독일인의 유명한 자동차 사랑 때문에 절대 본인의 자동차를 공유하지는 않아도 임대 서비스는 대중화되어 있다. 이용방법은 자전거와 동일하다. 어플을 다운로드한 후 근처에 이용 가능한 자동차를 검색해서 결제한다. 자동차 사양별로 가격이 상이하다. 결제가 완료되면 자동차 안에 설치된 기계에 보이는 숫자를 어플에 입력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문이 연다. 문이 열린 차에는 자동차 열쇠가 꽂혀있고 목적지까지 그 차를 타고 가면 된다. 얼마 전 만났던 친구는 나를 방문하러 기차로 삼십 분 남짓하는 도시에 살고 있었는데 오는 길에는 기차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는 이 서비스로 운전해 돌아갔다.


자동차와 자전거 두 서비스 모두 시간제로 과금되기 때문에 특히 자동차의 경우 출퇴근 시간을 피해서 운전해야 한다는 팁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요금이 과금될 수 있다.


이런 서비스가 활발히 운영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볼 수 있는데 내 생각은 이렇다.

 

1) 대중교통/택시 요금이 비싸다. 그래서 이런 공유 모델이 오히려 저렴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10분 정도 택시를 타면 20유로 가까이 과금되는데 한국 돈으로 2만 5천 원이 넘는다. 지하철 한 번 타는 데에도 3천5백 원 정도가 든다. 두 세명이 이런 식으로 기차를 타게 되면 공유모델 이용이 훨씬 저렴해진다.


2) 공유 정신이 활발하다. 정보를 나누는 것, 벼룩시장이 활발한 점, 중고물품 거래가 성행하는 점 등을 통해 나눠 쓰고 공유하는 것에 독일인들은 익숙한 점을 알 수 있다


3) 디지털 노매드처럼 유럽 내에서는 거주지를 옮기는 경우가 잦다. 그렇기에 몇 달에서 몇 년간 머무르는 나라에서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형태는 어울리지 않는다.


<공유경제를 이용하는 이유 중 '가성비'를 꼽은 사람들이 압도적이었다>


   


3. 낯선 사람과 함께 일하고 살아간다

독일에서는 1인용 아파트라고 해서 렌트비가 크게 저렴하지 않다. 전세 개념이 없어 매달 월세를 내고 살아야 하는데, 이경우 큰 아파트를 빌려서 방 개수만큼 사람들과 월세를 공유하는 편이 훨씬 저렴하다. 그래서 독일뿐 아니라 유럽 각국의 젊은이들은 아파트를 빌려서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많이 택한다. 미국 드라마 ‘프렌즈’에 등장하는 젊은이들처럼 말이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끼리 렌트를 해서 사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소위 말하는 ‘면접’을 거쳐 나와 비슷할 것 같은 사람을 찾는다. 저녁을 함께 요리해 나누어 먹거나 일과를 마친 후 맥주 한 잔을 함께할 수 있는 플랫을 찾는 것도 운이 좋은 사례다.


<출처: coworker.com> 현재까지 8천개 이상의 코워킹스페이스가 등록되어 있다


최근 몇 년간 사무실을 함께 쓰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도 인기다. 디지털 노매드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나라를 옮겨 다니며 디지털 기반으로 일하는 프리랜서들), 각종 스타트업의 등장으로 혼자서 혹은 소규모의 인원이 사무실 없이 일하는 경우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함께 근무하곤 한다.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유럽에서는 2007년 프랑스에서 최초로 시작되었다고 하니 아주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다. 특히 독일 내에서 스타트업 기업이 많은 베를린에 많은 코워킹 스페이스가 있고,  재택근무로 일하고 있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내 친구도 활발하게 이 공간을 활용하고 있었다.


집에서 근무할 경우 거주공간과 업무공간이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24시간 내내 회사에 있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도 한 공간에 모여 일을 하면서 소셜라이징/네트워킹도 할 수 있고 점심도 함께 먹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협업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학창 시절 독서실이나 공부방을 다니던 경우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



우버, 에어비앤비가 여행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면 이런 생활 속 밀착형 공유 서비스는 여행이 아닌 일상을 편리하고 다채롭게 만들어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에어비앤비가 주택소유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았고,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로의 여행과 이주가 자유로워진 시대에서 ‘소유’가 가져다주는 의미가 예전만큼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5년 후 10년 후에는 어떤 새로운 공유경제 모델이 등장할지 궁금하고 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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