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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ka Oct 27. 2020

겨울소년과 여름소녀, 그리고 병 속의 편지-12

7. 검은 얼음성-2

무서움을 쫓기 위해서 해나는 손으로 오르골을 만지작거리며 속으로 오르골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문득 여름나라와 가족들이 그리웠다.


‘그동안 집에 가족들과 있을 때는 가족들이 소중한 줄 몰랐는데 이렇게 먼 곳에 홀로 떨어져 있으니 가족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힘이 되어주는지 알겠어. 다들 보고 싶다!’


가족들을 떠올리니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이 떠올랐다.


“너에게 아주 소중한 친구인가 보구나.”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어. 그러니까 서로 도와야 한단다.”


“너는 우리의 보물이야.”


“그래도 네 소중한 친구가 기다리고 있잖아.”


가족들은 모두 해나가 하는 게 맞는다고 믿으며 해나를 응원하고 있었다. 해나는 가족들이 해준 이야기가 생각나자 갑자기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바다에서 폭풍우를 만났을 때 오르골을 틀고 노래를 불렀을 때처럼 노랗고 따스한 불빛이 자기를 감싸는 기분 좋은 행복한 느낌이었다.


‘그래 맞아, 바론은 내 도움이 필요해. 조금만 기다려, 바론! 내가 구하러 갈게!’


가루다가 끄는 썰매가 한참을 달리자 커다란 먹구름이 짙게 뿜어져 나오는 곳이 보였다.


그곳은 검은색으로 된 유리 같은 것으로 만들어진 반짝 빛나는 성이었다.


가까이 갈수록 차가운 냉기가 느껴지는 게 얼음으로 된 것 같았다. 까만 얼음이 차갑게 빛나는 뾰족한 첨탑이 치솟아 있는 성은 보기만 해도 뭔가 기분이 나빴다.


“뭐 저런 게 다 있냐? 저기가 어둠의 마왕이 있다는 곳인가?”


높게 치솟아 먹구름을 뿜어내는 검은 얼음성을 보고 해나는 그 모습이 주는 무서운 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얼음에서 오는 냉기 때문인지 몸이 조금 움츠러들었다.


그 속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니 갑자기 막막한 기분이 들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일단 가루다한테 바론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했으니까 바론을 만나서 어떻게 할지 그때 같이 정하자.’


가루다가 끄는 썰매가 검은 얼음성에 가까이 다가가자 해나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 문으로 들어갈 차례인가?’


해나는 썰매에서 내려서 검은 얼음성 안에 들어가기 위해 걸어갔다. 하지만 검은 얼음성에 들어가서 어둠의 마왕을 만나는 것은 둘째 치고, 성의 문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이건 뭐야? 뭐 이런 데가 다 있어?”


문이 없는 건물이라니 해나는 지금껏 이런 것은 본 적이 없었다. 해나는 어이가 없어서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성의 주변을 한 바퀴 돌아봤지만 딱히 문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여기는 어떻게 들어가는 거지? 그나저나 바론은 어디 있을까? 이 안에 있나? 걔는 어떻게 된 거지?’


해나는 검은 얼음성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문을 찾기 위해서 손으로 건물을 만져봤다. 하지만 문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문이 없으면 부수고 들어가야 하나?’


해나는 얼음을 부수기 위해서 손으로 두드려봤지만 얼음은 아주 차갑고 단단해서 손만 아플 뿐이었다. 얼음을 만졌던 손은 빨갛고 얼얼해졌다.


‘아마 가져온 것 중에 얼음을 부술만한 게 있을 거야.’


해나는 챙겨 온 짐에서 못과 망치를 꺼내어 얼음성에 박고 얼음을 깨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얼음은 깨진 부분이 다시 또 금방 자라나서 원래대로 복구되었다.


“꺅! 아니 뭐 이런 게 다 있어?”


얼음이 다시 자라서 깨진 부분을 메우는 것을 보고 해나는 놀라서 소리쳤다. 얼음을 처음 본 해나는 얼음이란 게 원래 이런 건가 싶었다.


하지만 깨진 게 다시 붙는다니 그런 건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할아버지는 얼음이 차갑고 단단하다고만 했지 깨졌다가 다시 붙는다는 이야기 같은 건 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얼음은 해나가 그 안에 손을 대고 있으면 자기 손까지 넣은 채로 얼려고 했다. 얼음 가까이에 있으면 마치 얼음이 자기를 집어삼킬 것만 같고 묘하게 기분이 울적해지고 나빠졌다.


‘정말 기분 나쁜 성이야. 여기를 어떻게 들어가지? 도대체 이걸 봤다면 엄마, 아빠랑 할머니, 할아버지는 뭐라고 하셨을까?’


해나는 얼음에서 떨어져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려 습관처럼 자기의 목에 걸린 오르골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오르골에서는 따뜻한 기운이 느껴져 얼었던 손이 다시 따뜻해지고 기분이 나아졌다.


“용기를 내, 해나. 너는 할 수 있단다. 우리 보물.”


마치 오르골에서는 가족들이 용기를 내라고 해나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기분이 나아진 해나는 오르골에서 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래, 다시 한번 시도해보자.’


마음을 다잡고 해나가 다시 검은 얼음성 가까이에 다가가자 성의 표면이 일렁이는 듯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얼음의 표면이 불에 녹는 것 같아 보였다.


“녹았어? 어떻게?”


망치로 부수었을 때도 다시 얼음이 자라나던 성이 갑자기 녹기 시작하자 해나는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놀랐다. 해나는 만지작거리고 있던 오르골을 쳐다봤다.


‘내가 한 거라곤 오르골을 만지고 있었던 것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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