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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ka Oct 28. 2020

겨울소년과 여름소녀, 그리고 병 속의 편지-13

8. 어둠의 마왕 -1

‘설마 이게?’


해나는 오르골 목걸이에 손을 대고 계속 노래를 흥얼거리며 검은 얼음성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얼음은 해나의 예상대로 아까처럼 표면이 일렁거리며 녹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는 건지 해나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계속 오르골의 음악에 맞춰서 노래를 불렀다. 더 크게 부르자 얼음은 더 빠른 속도로 녹았다.


얼음은 점점 더 많이 녹아서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해나가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구멍이 커졌다.


“오! 이것 봐! 문이 생겼어!”


검은 얼음성에 커다랗게 뚫린 구멍을 가리키며 해나는 자신의 어깨에 올라타 있는 두루와 옆에 있던 가루다에게 말했다. 가루다는 자기도 봤다는 듯 컹! 하고 짖었다.


‘이제 바론을 찾으러 가보자!’


해나가 그 큰 구멍으로 들어가자 가루다가 따라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가자 검은 얼음성의 표면은 크게 일렁였다.


그것은 마치 검은 얼음성이 기분 나쁘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는 것 같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검은 얼음성의 주인인 어둠의 마왕이 짓는 표정이기도 했다.


“누구야? 대체 누가 내 성에 함부로 들어온 게냐?!”


어둠의 마왕은 자신의 방에서 성 안으로 들어오는 해나를 지켜보면서 기분이 나빠서 소리쳤다.

지금껏 자기가 잡아온 사람들을 빼면 누구도 함부로 성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게다가 이렇게 구멍을 내고 들어온 것은 더더욱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기분 나쁜 애 같으니라고. 겁도 없이 여기가 어딘 줄 알고 함부로 구멍을 내고 들어오는 게냐!”


어둠의 마왕의 목소리는 마치 외로운 늑대가 울부짖는 듯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비슷했다. 동굴에 울려 퍼지는 천둥소리처럼 들으면 듣는 사람이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너도 얼려주마. 온몸이 얼어가는 괴로움에 소리 지르다 너도 다른 사람들처럼 꽁꽁 언 얼음 동상이 되고 말거야! 으하하하!”


어둠의 마왕은 허공에서 자신의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성 안에 가득 찬 얼음 동상들을 하나 둘 씩 흔들다가 넘어뜨렸다. 그러면 그 얼음동상은 넘어져서 깨졌다.


“너도 곧 이렇게 만들어주지, 네 친구와 함께.”


어둠의 마왕의 붉은 눈이 어둠 속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며 빛났다.


한편, 검은 얼음성 안으로 들어간 해나는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오르골에서 나오는 것 같은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서 앞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악! 이게 뭐야?”


해나는 무언가 딱딱하고 차가운 것에 부딪혔다. 눈을 찡그려서 자세히 보자 해나의 앞에는 희끄무레한 얼음 덩어리 같았다.


손으로 더듬어 만져보자 그것은 얼음으로 된 동상 같아 보였다. 눈이 어느 정도 어둠에 적응되자 주변을 둘러보니 성 안에는 그런 얼음으로 된 동상들이 여럿 있는 듯 했다.


가만 보니 얼음으로 된 동상들은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었다. 서 있는 것도 있고 누워있는 것도 있었다.


“이거 뭐지? 꼭 진짜 사람 같이 생겼어.”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해나는 얼음동상을 자세히 보려고 가까이 갔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동상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입을 벌리고 괴로운 표정이었다.


마치 소리를 지르다 그대로 굳어버린 것 같았다. 그런 얼굴들을 보자 해나는 갑자기 무서워져 머리칼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


‘여긴 정말 기분 나쁜 곳이야. 얼른 바론을 찾아서 밖으로 나가고 싶어!’


그런 해나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어디선가 늑대의 울음소리 같은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성 안에 울려 퍼졌다.


“그렇게 쉽게 네 뜻대로는 안 될걸?”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해나는 움찔거리며 말했다.


“누구세요? 거기 누구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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