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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ka Oct 28. 2020

겨울소년과 여름소녀, 그리고 병 속의 편지-14

8. 어둠의 마왕 -2

“누구세요? 거기 누구 있어요?”


그러나 그 기분 나쁜 목소리는 해나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기분 나쁘게 웃었다.


해나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얼음 동상들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뭐예요? 웃지 말고 당당하게 내 앞으로 나오라고요!”


그러자 저기 멀리 서 있던 얼음 동상 같은 커다란 검은 그림자가 움직이며 해나 쪽으로 왔다.


그것은 얼음이 아니라 연기처럼 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검은 그림자로 이글거리는 붉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 주제에 혼자 겁도 없이 내 성에 함부로 들어오다니. 여자애가 배짱 한 번 두둑하구나? 하지만 곧 후회하게 될 테다, 여기 있는 다른 녀석들처럼.”


늑대가 으르렁거리는 듯한 낮은 목소리가 성 안에 울려 퍼졌다.


여기 있는 다른 녀석들이라니 이 곳에는 동상들만 있고 살아있는 사람은 자기뿐인데 누구를 말하는 걸까? 해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설마 이것들도 원래는 다 진짜 사람들인가?”


어둠의 마왕의 말에 해나는 다시 동상들을 둘러보았다. 보면 볼수록 그들은 진짜 사람 같아 보였다.


“그걸 이제야 알다니, 무식한 게 용감하다더니 머리가 좋지는 않은 모양이군.”


주변을 둘러보며 놀라는 해나를 보고 어둠의 마왕은 즐거운 듯 기분 나쁘게 킬킬거렸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설마 이걸 당신이?”


해나는 옆에 있는 얼음 동상에 손을 대고 다시 어둠의 마왕을 바라보고 물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빨간 눈이 이글거리며 점점 더 커졌다.


“여기까지 찾아와 놓고 그걸 몰랐나? 그래, 여기는 나, 어둠의 마왕의 성, 이 얼음 동상들은 다 내가 만든 작품들이지.”


어둠의 마왕은 얼음 동상 위를 날아서 한 바퀴 휘돌더니 내려와서 말했다.


“당신이 어둠의 마왕?”


바론의 편지에는 어떻게 생겼다는 정확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해나는 내내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했다.


그러나 실제의 어둠의 마왕은 상상 이상으로 기분 나쁜 느낌을 풍겼다.


검은 그림자에 어떤 형체도 없이 얼굴이라고는 빨간 눈밖에 보이지 않았다.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라 유령 같았다.


“보아하니 너는 여기 지방 사람이 아닌 것 같구나. 죽으러 제법 멀리서 온 것 같은데 내가 바빠서 오래 갖고 놀아주지 못해서 안타깝군 그래.”


어둠의 마왕은 해나의 목숨이 이미 자기의 것이라는 듯 기분 나쁘게 킬킬거리며 웃었다.


“난 내 친구 바론을 찾으러 왔어. 어서 바론이랑 바론의 어머니를 내놔!”


하지만 해나는 어둠의 마왕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조금 겁이 나긴 했지만 폭풍우까지 헤치며 어렵게 온 마당에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었다.


“바론?”


“너한테 잡혀온 어머니를 찾으러 온 남자애 말이야.”


해나의 말을 듣고 어둠의 마왕은 잠시 생각하는 척하더니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너처럼 자기 발로 나를 찾아온 네 또래의 소년이 있었던 것 같군.”


그리고는 곧 한 마디를 덧붙였다.


“보다시피 지금은 없지만.”


어둠의 마왕은 빙글거리며 불길하게 낄낄거렸다. 그의 웃음소리는 몇 번을 다시 들어도 여전히 기분 나쁘고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였다.


“바론을 어떻게 한 거야?”


당장 어둠의 마왕에게 달려들어 그를 한 대 칠 것 같은 기세로 해나가 물었다.


“그래, 그러고 보니 그 애 이름이 바론이었나 보군. 하지만 네가 원하는 모습은 아닐 거야. 보면 모르겠나?”


어둠의 마왕은 패기 있게 자신에게 대적하는 해나의 기운을 꺾어놓으려 구석에 있는 얼음 동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바론?”


넓디넓은 성 안에 세워진 수많은 동상들을 지나 구석의 모서리에 해나 또래의 소년 모습을 한 얼음 동상이 있었다.


“제 바론 여기까지 찾아온 그 용기는 가상하게 여기지. 하지만 너의 운명도 네 친구나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친구한테 인사나 하시지?”


해나는 그 소년의 얼음 동상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불길하게 웃는 어둠의 마왕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얼굴이 굳었다.


‘이게 바론?’


바론가 위험에 처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얼어버린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해나는 얼어붙은 소년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자기도 동상처럼 그 자리에서 그만 굳어버렸다.


“바론? 네가 정말 바론이니?”


무언가 다급하게 외치다 굳어버린 소년의 얼음 동상을 쓰다듬으며 해나는 물었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었지만 이렇게 된 모습을 보니 해나의 마음이 아팠다. 해나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던 가루다는 주인을 알아본 것인지 컹컹 짖어댔다.


“가루다, 우리가 너무 늦었나 봐. 네 주인이 얼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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