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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ka Oct 30. 2020

겨울소년과 여름소녀, 그리고 병 속의 편지-16

9. 사라진 겨울 소년의 행방 -2

“혹시....... 네가 바론?”


컹컹!


가루다는 맞는다는 듯 소녀를 향해 짖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어떻게 내 이름을......?”


바론은 자기를 아는 소녀가 누군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나 해나야. 너한테 편지를 보냈던.”


해나는 바론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바론의 눈이 놀란 듯 동그래지면서 해나를 향해 외쳤다.


“여름 나라 소녀? 하지만 네가 어떻게 여기에?!”


바론은 놀라서 어안이 벙벙했다. 편지를 보내면서도 저 멀리 여름나라에 사는 해나가 여기까지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네가 위험에 쳐했다고 해서 도와주러 왔지. 위험에 빠진 친구를 그냥 놔둘 수는 없잖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얼어붙은 소년의 동상을 보고 친구가 죽은 줄 알고 울려고 했던 해나는 바론이 살아 있다는 사실에 기뻐서 밝게 말했다.


바론은 멀리 있는 친구가 자기를 구하기 위해 여기까지 와줬다는 말에 감동받아 가슴이 뭉클해졌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계단을 통해서 차가운 기운이 몰려오는 듯했다.


“해나, 여기까지 와준 것은 고마운데 너 여기 있으면 위험해! 어둠의 마왕이 사람들을 다 얼음 동상으로 만들어버리고 있어. 너까지 얼음 동상이 될지도 몰라!”


바론은 해나가 걱정되어 피해야 한다고 일렀다. 그렇지만 해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저 위에서 만났어. 다른 얼음 동상을 보고 네가 죽은 거라고 그랬어. 그래서 깜빡 속았지 뭐야? 얼른 여기에서 나가자.”


해나는 감옥의 창살을 붙잡고 밝게 말했다. 하지만 감옥의 창살 역시 아까처럼 얼음으로 되어 있어 해나의 손까지 얼리려 했다.


“이거 웬만해선 안 부서져. 나도 계속 시도해봤는데 깨도 다시 더 두껍게 복귀되더라고.”

 

바론은 가망이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둘은 창살을 사이에 두고 슬픈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아니야, 그래도 무언가 방법이 있을 거야!”


해나가 마음을 다잡고 해나의 손을 잡으며 이야기하자 뒤에서 갑자기 차가운 기운이 엄습하며 천둥이 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떨어져 있는 게 그렇게 안타까우면 내가 둘을 한꺼번에 얼려주지!”


그러더니 어둠의 마왕은 해나를 감옥 안으로 집어넣었다.


어둠의 마왕은 발자국 소리도 없이 연기처럼 움직였기에 바로 뒤에 와도 사람들은 그가 오는 것을 몰랐다. 그래서 모두들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것이다.


해나는 살을 에는 것 같은 차가운 기운에 붙잡혀 감옥 안으로 나뒹굴어졌다.


“으으....... 아파.......”  


감옥의 벽에 세게 부딪힌 해나는 일어나지 못하고 끙끙거렸다. 온몸이 쑤시고 어딘가 부서진 것처럼 아파왔다.


게다가 냉기가 더욱 심하게 올라와 몹시 추웠다. 얼굴은 냉기로 피부가 터져버릴 것처럼 아팠다.


“해나, 괜찮아?”


바론은 괴로워하는 해나에게 다가가 물었지만 해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감옥에 떨어져 해나가 그렇게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자 바론은 이 모든 게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서 해나에게 미안해졌다.


“미안해, 해나. 나 때문에 너까지......”


해나의 뺨에 바론가 손을 대자 해나도 얼어가고 있는 중인지 피부가 차가웠다.


특히 해나는 추위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바론이나 다른 사람들보다 추위에 더 취약했다.


‘어쩌지? 이러다가는 해나가 얼어 죽겠어!’


바론은 얼고 있는 해나가 걱정되어 해나가 얼지 않도록 안아주었다. 하지만 바론 역시 얼고 있었기 때문에 둘이 안고 있는 다고 한들 차갑기는 마찬가지였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바론이 혼자 중얼거리자 해나가 입을 달싹거리며 뭐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둠의 마왕의 공격이 너무 강했는지 기운을 잃은 해나는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바론에게 해나의 말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바론....... 내 손에....... 그거를.......”


가까스로 해나가 전한 말도 바론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라고, 해나? 무슨 말을 하는 거니?”


바닥을 짚고 있던 해나는 조금씩 손을 움직여서 자신의 몸 가까이에 대었다. 목 언저리에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했지만 해나가 찾는 것은 그 자리에 없었다.


“없....... 어.......”


해나는 자신이 찾던 것이 목에 없자 슬픔과 절망에 빠진 듯 눈에서 눈물이 고였다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해나, 뭘 찾는 거야?”


바론은 해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물었다. 해나가 저렇게 눈물을 흘릴 정도로 찾는 게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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