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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ka Oct 26. 2020

겨울소년과 여름소녀, 그리고 병 속의 편지-11

7. 검은 얼음성 -1

‘저게 겨울나라인가?! 저 하얀 것은 얼음과 눈이고?’


어느새 해나의 눈앞에는 하얀 것으로 뒤덮인 땅 같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혹등고래와 카누는 폭풍우를 벗어나 새로운 곳을 헤엄치고 있었다. 공기가 차가워지기 시작하면서 해나는 카누에서 털옷을 꺼내어 입었다.


혹등고래가 물 위로 올려준 덕분에 카누 안의 물건들은 모두 물기가 빠지고 원상태로 돌아와 털옷도 바싹 말라 있었다.


해나는 젖어서 살짝 쭈글쭈글 주름이 진 지도를 보며 지금 눈앞에 보이는 하얀 얼음으로 뒤덮인 곳이 겨울나라 같다고 생각했다.


시간으로 따지면 아침이었지만 이곳은 한밤같이 어둡고 깜깜했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네? 혹등고래가 위에 태워준 덕분이겠지?!’


바다에 얼음이 두껍게 얼어서 육지로 더 가까이 갈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혹등고래는 등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해나를 내려주었다.


“혹등고래님, 저를 살려주시고 여기까지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나가 내려서 혹등고래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마자 혹등고래는 알았다는 듯 숨구멍으로 물을 뿜고서는 바닷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돌고래들은 무사히 겨울나라에 도착한 것을 축하하며 즐겁게 울어댔다.


그 소리를 듣고 등대에서 어떤 커다란 개 한 마리가 짖으며 해나 쪽으로 달려왔다.


“저 개는 뭐지?”


해나가 자기에게 다가온 개의 목줄을 보자 ‘가루다’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해나는 그것이 자신의 친구 바론가 편지에 적은 그의 썰매개라는 것을 알아봤다.


가루다의 몸에는 썰매가 이어져있었다. 주인인 바론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가루다도 며칠간 밥을 제대로 못 먹은 것인지 대형견 치고는 몸이 조금 마른 것 같았다.


“안녕, 가루다, 네가 바론의 개로구나? 근데 너의 주인은 어디 갔니?”


가루다는 대답 없이 그저 낑낑거릴 뿐이었다. 해나는 물고기 등 먹을 것을 좀 챙겨주었다. 그러자 가루다는 배가 무척 고팠는지 순식간에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가루다는 기운이 났는지 해나의 옷자락을 물고 등대를 향해 짖었다.


“저기가 바론이 사는 곳인가?”


해나가 말하자 가루다는 맞는다는 듯 짖었다. 그리고는 등대로 해나를 끌고 갔다. 등대에 다다르자 창문은 깨져있고 집 안 상태는 엉망이었다. 온 동네는 어둡고 조용했다. 하늘도 온통 깜깜하고 그곳에선 얼음만이 유일하게 하얗게 빛날 뿐이었다.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두루?”


자신이 상상했던 아름다운 눈으로 뒤덮인 겨울나라의 모습과 다르게 눈앞에 펼쳐진 너무나 처참한 광경에 해나는 놀라서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자신의 어깨에 올라가 있는 두루를 향해 물었다. 두루는 춥다는 듯 해나의 털옷에 자신을 파묻었다.


“가루다, 너는 네 주인이 어디로 갔는지 아니? 나를 그리로 데려다줘.”


해나는 짐을 대충 챙겨서 가루다가 끄는 썰매를 타고 바론가 갔다는 어둠의 마왕이 있는 성으로 향했다.


썰매는 인적이 드문 하얀 눈밭을 쉭쉭 소리를 내며 달렸다. 차가운 바람이 마치 해나의 뺨을 할퀴는 것 같이 느껴졌다.


‘아 여긴 너무 추워! 이렇게 춥다니, 도대체 여기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데서 살 수 있지? 여기에 비하면 여름나라는 진짜 천국이야!’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해나는 손발이 아린 느낌이 들었다. 태어나서 이런 추위는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해나는 너무 괴로워서 여기에 온 것이 후회되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자기가 겨울나라로 떠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지상낙원을 놔두고 떠난다며 해나가 이상하다고 한 게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한 걸까? 난 어둠의 마왕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는데.’


문득 이렇게 추운 곳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어둠의 마왕을 상대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해나는 갑자기 겁이 나고 무서워졌다.


지금까지 피부에 와 닿지 않던 두려움이 새삼 현실로 다가와 느껴졌다. 하지만 바론을 구하러 여기까지 온 이상 어둠의 마왕을 피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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