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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해피 Apr 20. 2024

우리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들

내가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정기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장애인인식교육 등을 온라인 교육으로 3~4시간을 듣게 된다. 보수교육을 통해 장애인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아졌다. 지난달 보수교육 중 인상 깊은 대목이 있어 소개한다. 

‘장애인은 불행하다?’는 잘못된 인식이라고 한다. 개인의 행복 지수 및 만족도는 제각기 다르다. 행복의 관점은 저마다 달라서 오두막에 살아도 행복할 수 있고 호화 저택에 살아도 불행할 수 있다. 행복의 감정은 자기만족이 출발점이다. 하여 나를 잘 알아채는 사람이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는 행복을 거머쥘 수 있다. 자기만족을 잘 찾아가는 사람이 행복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자기만족은 결핍 속에서 더욱더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결핍은 우리에게 사유와 성찰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 성찰은 내 안에 겸허와 자존감을 키우고 행복이 자신 안에 뿌리내리게 한다. 세상에 진리가 존재한다면 인간 존엄에 대한 정의일 것이다. 인간은 모두가 존엄한 존재라는 것. 가장 소중한 존재가 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내가 행복해질 방법을 스스로 찾게 된다. 그러므로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나의 자아를 잘 찾아가는 사람일수록 행복 지수는 높아진다. 

뇌병변을 알았던 보수교육 강사는 자신은 보통 사람과 다른 몸을 가졌지만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자신의 삶을 사랑한다고 말이다. 일테면 남들 기준의 아름다운 외모를 갖지 않았다고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니다. 거리에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외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누가 정상이고 비정상이란 말인가? 모두가 다 다른 형태의 모습을 띠고 있는데……. 

한 번은 사람들 얼굴을 관찰할 기회를 가졌다. 솔직히 말해서 내 눈에는 모두가 다 이상하게(?) 보였다. 찬찬히 살펴보니 흔히 우리가 말하는 잘생긴 사람도 내 눈엔 이상해 보였다. 오뚝한 코와 부리부리한 눈이 왜 ‘잘생김’으로 간주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공유도  손석구도 뜯어보니 참 이상해 보였다. 그러고 보니 그들이 아름다워 보였던 것은 그들이 품고 있는 분위기와 특유의 개성 때문이었다. 그 사람만의 향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향기 나는 품위.

그리고 또 하나의 틀린 인식이 있다. ‘장애는 극복해야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스티븐 호킹의 업적을 보고 장애를 극복한 대단한 천재 물리학자라고 말을 한다. 칭찬의 말 같지만 이 말은 틀린 표현이라 한다. 장애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가진 모습 그대로, 그의 방식대로 사는 것이다. 스티븐 호킹슨은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방식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간 것뿐이다. 이런 인식이 당연한 사회여야 한다. 우리 모두가 그토록 원해 왔던 것은 서로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세상이다.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일을 하면서 나는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달라졌다. 동정, 연민도 편견이며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정이든 연민이든 당하는 대상에게는 참으로 불편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함부로 타인의 인생에 대해 내 멋대로 동정과 연민을 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인생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그들의 삶도 행복과 고통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보통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위로와 걱정은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내 생각 내 마음대로가 아닌.  


202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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