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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해피 Apr 20. 2024

우리도 우리의 놀이터가 필요해요.

2021년이 시작되자마자 눈에 띄는 고양시 뉴스가 하나가 있었다. 덕양구 삼송 덕수공원에 반려견 놀이터가 개장 되었다는 소식이다. 이밖에도 고양시는 현재 일산 호수공원에 반려견 놀이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일산서구 대화동에 반려견 놀이터, 반려문화교육장, 입양카페 등을 갖춘 반려동물 테마파크 건립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민생정치를 잘 살피는 고양시가 동물복지도 잘 살피고 있음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나는 아쉽고 조금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내 마음에 하나의 생각이 둥지를 틀었다.

‘발달장애 아이들에게도 이들 기준에 맞게 안전 시설이 된 놀이터가 하나 쯤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발달장애 아이들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가기 전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통합적 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었다. 우리는 보통 장애인이라 하면 지체 장애인을 쉽게 떠올리는데, 이 경우에는 통합적 공간에서의 공생·공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문턱이 없는 길을 만들어 이들에게 이동의 자유를 허락하고 일상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물리적·제도적 환경개선에 힘써야 함은 당연지사이다. 

그런데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이들은 신체이동이 자유로운 대신 충동적 행동이 크고 자기행동절제가 잘 되지 않는다. 때문에 이들에게는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만든 공원이나 공공시설이 부적합해 보인다. 가령 펜스가 없는 호수에 빠질 위험이 있거나 모래 놀이터도 이들에게는 불편한 시설이다. 또 너무 개방되고 넓은 공간은 보호자를 잃어버릴 수 있어서 위험하다. 실제로 얼마 전에도 21살 발달장애인의 실종사고가 있었다. 아마도 보호자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여 사람이 없는 곳을 택하여 산책을 했으리라. 안타깝게도 아직도 우리는 이 청년을 찾지 못했다. 

또 실내 놀이터는 어떠한가. 역시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다. 보호자가 이들의 돌발 행동을 제어하거나 돌볼 수 없는 구조이며 놀이시설도 이들에게 안전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디에서 여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일까? 우리 아이들은 치료실 이외에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이런 현실을 알아 버리니 반려견 놀이터 개장 소식을 접한 순간, 나는 ‘우리 아이들에겐 놀이터가 없구나. 바로 이것 문제구나.’ 싶었다. 

그러나 덕수공원에 반려견 놀이터가 개장 되었다는 뉴스에 발달장애 아이들을 떠올렸다는 점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반려견과 발달장애 아이들의 문제를 연결 짓는 것 자체에 부모들이 상처 받지는 않을까. 또 이들을 위한 전용 놀이터가 또 다른 차별을 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도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자주 보는 아이들의 부모들에게 내 생각을 조심스럽게 전해 보았다. 

“만약에 안전시설이나 모든 것이 우리아이들 기준에 맞춰 설계한 발달장애 아동 전용 실내 놀이터나 야외 공원이 생긴다면 이용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전 좋죠. 30분이라도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어요. 공공 공간에서는 아이들의 돌발 행동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우리아이는 언어표현이 안 되기 때문에 괴성을 지르거든요. 그러면 사람들이 다 쳐다봐요. 그 시선들을 견디기가 힘들어요. 그런데 우리 끼리 있다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자꾸 집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데 30분만이라도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저는 매일이라도 갈 것 같아요.”


뜻밖에 이들은 내 생각에 공감을 해주었다. 그 다음에 만났을 때, 이 문제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낼 정도였다. 우리도 때론 나만의 공간이 필요한 것처럼 이들도 그들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안전한 그들만의 자유공간을 만드는 데에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 마음 놓고 뒹굴고 소리 지르고 뛰어다닐 수 있는. 생각만 해도 흐뭇하지 않은가? 놀 권리는 발달장애 아이들에게도 당연한 권리인 것이다. 


2021.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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