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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해피 Apr 21. 2024

변화될 수 있는 것은 변화 시키기로

2018년 5월, 뇌병변 장애인 한기명의 제안과 기획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배리어 프리 기차여행"을 양평 세미원으로 다녀왔다. 여행 팀원은 장애인 6명, 비장애인 6명으로 구성되었다, 뇌병변, 지적장애,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장애인들과 청년 동화 독서모임의 청년들과 파주 공정포럼 강석훈 회장이 함께 했다. 참고로 수동휠체어와 전동 휠체어로 이동하는 장애인 2명과 함께였다.

이 여행을 위해 많은 분들의 후원이 있었다. J(정동균) 양평군수와 P(박현일) 군의원은 장애인 콜택시 2대와 스타렉스 1대, 해설사와 함께 하는 세미원 관람권, 카페 이용권을 제공해 주셨다. 그리고 휠체어로 이동이 가능한 식당을 찾아 예약을 해 주는 등 세심하고 따뜻한 관심도 있었다. 그 밖의 사업비는 키다리 펀딩과 경기 공정포럼 후원이 있었으며, 가수 요조의 금일봉 후원도 있었다.

자칭 파주시의 인싸! 한기명은 국내 유일무이의 장애인 개그맨이다. 그는 현재는 강남 공연장에서 코미디언 김영희, 정재형, 이용주, 김민수(캐니), 박철현 등 8인과 강남 공연장에서 Stand up코미디 공연을 하고 있다. 

그는 7살 때 학원차 사고로 뇌병변 장애를 갖게 되었다. 학원차를 타고 태권도장에 다녀오다가 사고를 당하여 하루아침에 장애를 얻게 되었다 한다. 사고 후 6개월 만에 깨어났다 단다. 깨어나서 처음 본 프로그램이 개그콘서트였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의 꿈은 개그맨이 되었다. 어떤 드라마를 보았다면 그는 배우가 되어 있을까? 그는 6개월 만에 깨어 난 후로 지금의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는 또래 청년들과 함께하는 청년 동화 독서모임과 행복한 마술학교에서 마술을 배우고 여러 커뮤니티 활동에도 적극 참여를 하고 있다. 이번 배리어 프리 여행에서는 청년 동화 독서모임 멤버인 박주성과 엄요셉 두 청년이 지원군으로 참여했다. 이들로 인해 여행의 분위기가 더욱 활기찰 수 있었다. 이들은 한기명을 만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을 완전히 허물 수 있었다고 한다. 한기명은 개그와 사회 참여로 묵묵히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스탠드 코미디 공연과 여러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자신의 주변에서부터 한 사람 한 사람 장애인에 대한 편견 된 시선을 바꾸어 놓고 있다. 

그는 장애를 안고 살아온 세월 동안 많은 힘든 시간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한기명씨는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한다. "나의 장애가 변화되어 나아질 수 없는 거라면 차라리 나의 장애를 즐기자!"그 뒤로 한기명씨는 사람들과 부딪혀가며 살기로 결심하고 세상 속으로의 당찬 발걸음을 시작했다.  '세상에는 변화될 수 있는 것과 변화될 수 없는 것'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그러므로 변화될 수 없는 일로 고통스러워 하기보단 변화될 수 있는 것을 변화 시키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훨씬 효율적이다. 

배리어프리는 장애인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제거하자는 움직임을 말한다. 생활공간은 물론, 영화, 여행 등 문화 콘텐츠에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을 없애자는 뜻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범한 일상을 함께 어우러져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여행에 있어서도 자유롭지 못한 이들과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자는 취지가 우리가 하고자하는 배리어프리 기차여행의 목표였다.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시작된 이번 여행은 즐거움은 기본이고 다부진 목표가 있었다. 장애인이 대중교통과 공공의 장소를 이용하면서 생기는 불편한 점들을 체크해보자는 취지다. 12명의 팀원은 배리어 프리 운동의 첫걸음을 땐 것이다. 실제로 장애인들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동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우선 지하철 이용에 있어서 휠체어가 있을 공간이 부족했다. 

또 지하철 내부에 있는 기둥과 지하철 승∙하차 플랫폼 사이의 공간이 좁은 곳이 있어서 전동 휠체어가 끼는 사태가 발생이 되기도 하였다. 우리가 없었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세미원을 관람할 때에도 휠체어 전용 길이 없어 편치 않았다. 역시 보호인 없이는 자유로운 관람이 힘들었다. 장애인과 함께 이동하면서 비장애인으로서는 알 수 없었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직시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들이 연속되자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는 상훈씨는 민폐가 걱정된다며 지하철 이동 내내 조심스러워했다. 우리 옆에 서 있던 60대로 보이는 여성은 중증 장애인 미영씨를 보고 조금 놀랐던지 처음엔 걱정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시종일관 미영씨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우리가 아랑곳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미영씨랑 웃고 이야기하는 사이에 얼굴이 점점 평온해지는 것을 보았다. 그분은 순간 마음속에서 많은 감정들이 교차하다가 이내 장애인을 이해하는 듯 했다.

이번 여행 동안 미영씨는 많이 힘이 들었을 것이다. 대중교통을 4시간씩 타고 이동한다는 것은 중증장애인으로서 매우 고단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배리어프리 특공대가 되어 대중 속으로 함께 들어갔다. 의외로 사람들의 시선은 따뜻했다. 어쩌면 사람들은 이미 장애인들과 함께 할 준비가 된듯 했다. 사회의 물리적, 제도적 장벽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나또한 장애인과 함께 여행을 가고 친구가 되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예쁜 하율이는 우리를 즐겁게 했고 지적 장애인 선애씨는 어린 하율이를 보살폈다. 쌍둥이로 태어난 뇌병변 1급 장애를 가진 중학생 정근이는 기명이 형과 요섭이 형, 주성이 형을 아주 좋아했다. 사춘기 소년의 반항기가 아주 귀엽다고 말했다. 영화 마니아인 선애씨는 혼자서 양수역까지 왔고 여행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가면 영화 시사회를 보러 갈 것이라고 했다.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들끼리 저녁을 먹으면서 이번 여행에 대한 소감을 서로 나누어 보았다. 저녁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 주성씨는 자신에게 힐링된 시간을 줘서 고맙다고 톡을 보내왔고 상훈씨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건 보호가 아니라 친구로 함께 해주는 친구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파주공정포럼 강석훈 회장은 “장애인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말고 함께 살아가야 할 동료로서 바라봐 주어야 한다”라고 했다. 장수미 수어 통역사는 “이 여행 프로젝트가 몸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에게 여행의 기회를 주는 것과 동시에 일반인들의 동호회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관계 속에서 사회적 관계를 나눌 수 있다”는 사례로 남기고 싶다고 했다.

이번 여행은 장애인 한기명의 리드로 다녀왔다. 그래서 비장애인인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생각보다 없었다. 장애인 당사자인 한기명의 절실함이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쩌면 사회의 일원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은 장애인들의 소박한 소망을 대변하는 한기명의 개그는 웃음 뒤에 숨겨진 절박함일지도 모른다.

독일의 거리에서는 휠체어를 참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보다 장애인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만큼 장애인들에게 편리한 환경이 만들져 있고 사회 참여의 기회도 많이 주 어 진다는 뜻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배리어프리 여행을 계속할 예정이다. 봄 여행이 지났으니 여름 여행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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