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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대문구점 Aug 08. 2024

안 없어졌으면 좋겠다던 손님의 눈빛을 잊을 수 없어요

이대를 떠난 가게들 | 이대에서 서촌으로, 아트샵 '임듀이'

글. 사진 @seodaemun.9 가게 @limduey

*이 콘텐츠는 서대문구청의 도움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대를 떠난 가게 두 번째 이야기는 이대52번가 거리에서 약 1년간 아트샵을 운영하다 서촌으로 자리를 옮긴 ‘임듀이’이다.


아트숍 임듀이는이는 동명의 일러스트 작가 임듀이님이 운영하는 쇼룸이자 작업실로, 매대마다 작가님의 작품이 가득 진열되어 있다. 임듀이 작가님은 반려묘 ‘먼지’와 ‘누룽지’ 두 마리의 고양이와 여러 고양이에게 영감받은 고양이 작품을 그려낸다. 작품 속 고양이들은 저마다 한껏 늘어져 편안하게 빵을 굽거나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다. 저마다 행복한 표정이다.


임듀이는 작가님이 혼자 운영하시다가 서촌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작가님은 작품활동에 집중하고, 작가님의 남편인 김재윤 사장님이 운영과 관리를 담당하게 되었다.


©seodaemun.9


이대에서 서촌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두 분께서 함께 일하게 되었어요.

이대에 있던 아트숍은 제 아내인 임듀이 작가님이 처음 오픈한 작업실이자 쇼룸이었어요. 작가님 혼자서 작품 활동을 하며 가게 운영에 온라인 판매까지 병행하는 모습이 쉬워 보이지 않았어요. 이대에서 자리를 옮기면서 제가 하던 일을 정리하고 함께 운영하자고 제안했죠.


처음에 작가님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활동했어요. 그러다가 제가 먼저 작업실 겸 쇼룸을 열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그 당시에 작가님은 집에서 작업을 했어요. 집이다 보니 중간중간 고양이도 돌봐야 하고, 좁은 공간에 작품 관리도 쉽지 않아 작업실을 열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죠.


두 분이 같이하게 되면 보통 각자의 전공을 녹여내기 마련이잖아요.

저는 커피를 했었는데요, 카페와 아트숍을 함께 했다면 망하는 지름길이었을 거예요. 작가님이 그림에 더 집중해야 하는 환경이 필요하기에 매장 운영을 제가 맡기로 한 거예요. 운영하다 보면 거래처 관리라든지 온라인 샵 운영까지 해야 하는데, 작가님 혼자서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더라고요.


이대 52번가 거리 시절 '임듀이' ©limduey
서촌, '임듀이'의 현재 모습  ©seodaemun.9
이대 52번가 거리 시절 '임듀이' ©limduey
서촌, '임듀이'의 현재 모습  ©seodaemun.9


작가님이 이대에서 운영하던 모습을 지켜보았을 텐데, 어떠셨나요?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다 보니 온라인에서는 만날 수 없던 팬들을 만나게 되고, 매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이디어를 얻더라고요.

저희가 아트숍 자리를 알아보고 있을 땐 그 당시 살고 있던 홍제동 인근부터 연희, 연남 상권을 둘러봤어요. 그중에서도 이대를 선택했던 이유는 작가님 그림의 소비자층이 20대 여성분들이 많다 보니 여대가 있는 이대 상권이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저희가 이대에서 본 매물에 권리금이 없기도 했어요. 처음 오픈하는 가게이기에 이 점이 매리트이기도 했어요.


실제 영업해 보시니까 이대의 상권 분위기는 어땠나요?

오픈 초기에는 상황이 괜찮았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요. 52번가 거리 자체가 아기자기해서 아트숍과 분위기가 잘 맞았거든요. 그리고 학생들도 많이 다니고 거리를 중심으로 특색있는 공간들이 많아 볼거리도 많고 분위기가 좋았죠. 사장님들끼리 유대감도 있었어요.


그래도 서촌에 비해서 다양한 업종들이 모여있는 것 같아요.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공방이나 베이커리, 오래된 맛집이나 카페가 있죠. 서촌에는 카페와 바 Bar가 대부분이거든요. 게다가 이대는 중국분들이 많아 중국 마트도 있고 현지 음식을 파는 식당도 많아요. 그런 다양한 업종들이 섞여 있어서 훨씬 더 재미있는 상권이죠.



반대로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저희는 시작하는 입장이다 보니 큰돈을 바라고 이대로 들어간 것은 아니에요. 상권 사정이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감안하고 입점했고요. 그저 임듀이를 알고 찾아오는 분들, 새로 만나는 분들이 편안하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랐죠.


그런데 막상 처음 이대의 방학 시즌을 겪어보니 정말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사람이 1도 없더라고요. 심지어 여러 번 방학을 겪으신 사장님들 중 아예 한 달간 휴가를 떠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대학가 상권의 특성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겪어보니 당황스럽더라고요. 활력은 잃은 거리의 분위기가 작가님에게도 영향을 끼치게 되더라고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대가 과연 지속하기에 좋은 환경일까?’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인스타그램으로 임듀이를 알고 계시던 분들이 많던데, 아무리 온라인 영향력이 크더라도 손님을 이대까지 끌어오는 것은 확실히 한계가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엄청나게 큰 브랜드도 아니기도 하고요. 아무리 온라인에서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하더라도 지나가다 들어오는 손님의 유입은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서촌으로 옮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트숍을 오롯이 작업실로만 꾸린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즌별로 유동 인구의 영향이 크고 거리가 활력을 잃은 모습을 보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방학이 되면 말 그대로 사람이 하나도 없으면 그때는 월세 내는 것도 사실 되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바로 결정했죠.


서촌에서는 매출 부분만 보면 확실히 상황은 나아졌어요. 월세는 두 배 정도 차이 나지만 매출은 그 이상이에요. 확실히 유동 인구 자체가 많고 손님들의 지갑 상황도 달라요. 아무래도 이대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곳은 외국인들도 많기 때문이죠.


이대를 떠올리면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으신지요.

이대의 시간을 떠올려보면 아무래도 처음 가게를 오픈한 곳이다 보니 모든 게 신기한 경험이 대부분이었어요. 학생들의 에너지는 확실히 남달랐고요. 임듀이를 특히 좋아해 주는 친구들이 많았었거든요.


어떤 학생이 안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오래오래 했으면 좋겠다고 제 눈을 쳐다보면서 이야기하셨는데 그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이대로 다시 돌아가는 상상을 해보신 적 있나요?

만약 돌아간다면 자리를 고민해 볼 것 같아요. 여대 앞이라는 이대 상권만의 강점은 확실하니까요.


이대에 계셨던 입장에서 추천하고 싶은 가게가 있다면?

카페 코지 이대본점의 코코넛 커피 스무디. 커피 했던 사람으로서 강추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탑인 것 같아요.


임듀이를 운영중인 김재윤 사장님 ©seodaemun.9


주소ㅣ서울 종로구 자하문로7길 57 1층

시간ㅣ13:00 - 19:00

*매주 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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