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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이어진 사람들

부천 킷사텐에서 만난 두 번째 글쓰기의 밤

by 서대문구점 Jan 18. 2025

지난 1월 13일 저녁, 글쓰기 모임의 두 번째 시간을 가졌다. 이번 모임 장소는 서대문구를 벗어나 경기도 부천에 있는 카페 ‘킷사텐’이었다. 주현 님이 추천한 이 카페는 부천역 인근에서 조용히 글쓰기에 몰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라고 소개해 주었다.


주현 님은 인천에 살고 계신데, 매 달 글쓰기 모임을 위해 서울에서 만나기엔 먼 여정이 고될 것 같았다. 앞선  첫 모임과 OT까지, 긴 여정을 마다하지 않고 참석해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기도에서의 대중교통 이동이 얼마나 번거로운지 잘 알고 있던 터라, 이번에는 구성원들과 부천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우리는 덕분에 오랜만에 1호선 인천행에 몸을 싣고 퇴근길 인파 속에 묻혀 가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괜히 하루를 불태우 듯 일하고 퇴근하는 직장인이 된 느낌이었달까.


두 번째 모임에서는 글쓰기 주제를 정하고, 간단한 글쓰기 놀이를 진행했다. 묘사하기, 시 콜라주 작성, 에세이 쓰는 법을 나누며 서로의 창작물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시 콜라주 활동이 킬 포인트였는데, 시를 읽고 눈에 띄는 단어를 선택해 시를 작성해 보는 수업이다.


아래는 구성원들이 오랜만에 시를 읽고 마음에 드는 단어를 메모한 뒤, 각자의 감성으로 작성한 시를 첨부해 두었다.



태진의 시

고아들의 신음


동네 개천에 표정 없는 주검이 발견됐다

그 주검은 지푸라기를 손에 쥔 채 침묵하고 있다

윗마을 잔뼈라는 별명을 가진 천애고아였다

영정 사진 없는 방 안에 신음은 누구의 것일까

쉐이크 쉐이크, 방정맞게 궁댕이를 흔들던 그 고아

돌 맞을 짓 하지 말래 놓고 냉큼 돌을 집어

궁댕이를 향해 돌팔매질한다

황망한 부고 앞에 마을 사람들의 작은 신음


동원의 시

쉿, 조용히 해야 한다

안개가 자욱하다.

쓸데없는 행동을 빼고

최소한의 움직임만 남긴 채

보이지 않는 건너편의 악당과 싸우는 헌터다

이유는 잊은 지 오래다

점점 긴장감이 높아진다

다닥다닥 다닥 다다닥

다다다다닥!


식빵 꿈이다

쉿 꿈에서 멋진 척 한건 비밀이다

잠깐 이게 무슨 의미의 끔이지?

마두역 로또를 사자

다닥다닥 다닥 다다닥

출근길에서 싸우는 몽상가다


차령의 시

환청


뜨거운 맨살에 녹아가던 파편들이

눈송이 화석이 되어 어느샌가 너를 가두었구나


쓸모없이 소중했던 그때의 기억들이

행여나 너를 잡을까 아니 놓칠까


가령 지나칠까


차가운 입천장에 온기를 주고 싶다

나의 털가죽을 나눠주고 싶다

따뜻한 꽃그늘을 덮어주고 싶다


주현의 시

정아는 거실을 마루라 칭했다

새 봄이 오면 그녀는 흰 빨래를 더 자주 한다

정아는 낮 그림자가 찾아오면 마룻바닥에 누워 잠드는 버릇이 있다

꿈결에 가르마를 따라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진다

손바닥 잔금 사이로 얕은 바람길이 든다

연하고 무른 것이다


후두두둑

별안간 비가 내린다

수한 씨 우산은 챙겨갔나?

그녀의 눈동자 맺음에 수한이 아른거린다

비마중을 나가는 정아다

서리서리 모여드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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