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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완 Dec 28. 2023

사람에 대한 흥미, 사람에 대한 관심

나는 그 사람에게 흥미를 가졌을까, 관심을 가졌을까. 

나는 본래 사람에 관심이 없었다. 

아니지, 본래는 있었는데 없어졌다가 요즘 다시 가지려고 노력한다. 


어렸을 때는 평범하게 친구들에게 관심많고, 이성에게 관심많고, 호기심이 많은 평범한 아이였다. 하지만 대학에 가고, 회사를 가고 접하는 사회가 넓어지고, 미디어에서 일하게 되고, 너무 많은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되면서 '사람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렸다.


아니, 한번 더 정정하자면 만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관심'이 아닌 '흥미' 임을 깨달은 순간부터 나는 관심을 잃어버렸다. 


관심과 흥미. 비슷한 말이지만 주는 뉘앙스는 많이 다르다.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리는 말로 떠올려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관심을 가진 남자주인공은 여자주인공을 한눈에 반한 표정으로 바라보지만, 흥미를 가진 남자주인공은 흑심을 품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보통 꼬셔보려다 뒷통수를 맞는다. 


'흥미'의 사전적 의미는 '흥을 느끼는 재미' . 예시 문장은 '흥미 위주의 오락물' 이다. 나이가 들고 사람을 많이 만나고, 특히 미디어 업계에서 일하면서 사람이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걸 알았다. 대부분이 단순히 지금의 순간을 때울 '흥미거리'로 물어보고, 대답하고, 끄적이고 써냈다. 


나는 그게 싫었다. 어쩔 수 없이 흥밋거리로 가득찬 환경에서 일하지만 내 일과 관련된 정보만 습득하고 관심도 흥미도 가지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러기 위해 내 입도 다물었다. 그 덕에 '너는 참 니 얘기를 안하는구나' 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글을 쓰고 싶어진 이후로는 그럴 수 없었다. 모든 글은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나왔다. 나에 대한 관심, 내가 쓰고자 하는 상황 속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관심. 그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려면 관심을 가지고 찬찬히 들여봐야했다. 십몇년을 관심끄고 살다가 갑자기 관심을 가지려니 어색하고 어렵지만, 천천히 관찰하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 일어난 마약 관련 사건들을 보면서 나는 그것이 '사람에 대한 관심이 아닌 흥미만이 판치는 이 바닥'의 최악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팩트를 적시해야할 곳에는 흥미 위주의 오락거리가 가득했고, 사람들은 이해 없는 흥미만을 쏟아냈다. 그리고 또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모두 다 돌아섰다. 쉽게 뒤집혀진 흥미는 곧 사라지겠지만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난 안그랬지! 하는 글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에 대해 흥미가 아닌 관심을 가지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한번 더 깨달았고, 관찰이 느려졌고 이해가 어려워졌고 글을 쓰기가 두려워졌다는 고백이다. 새해에는 좀 더 열심히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는데, 다시 관심 끄고 살던 때로 돌아가버릴 것만 같다. 함부로 사람을 흥밋거리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더 관찰하고 더 공부하고 더 오래 준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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