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현 Feb 05. 2023

새로운 바람을 분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모든 게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나는

1999년에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생각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 바뀌지 않는 과거는 어떻게 될지 모를 미래를 생각하는 것보다 쉽다. 이미 일어나 버렸으니까. 곱씹고 반성하며 앞으로 더 나아지겠다고 다짐하지만 습관이란 게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기에 또 같은 선택을 하고 머리를 쥐어뜯는다. '망했네, 망했어.' 그런 생각에 갇히다 보면 결국 스스로를 '어떤' 사람으로 단정 짓고 만다. 거기서부터가 시작이다. 일어날 일이, 일어나고야 마는 것이다.


8편의 단편 모두 시의성을 띄고 있는 작품이라 더 빨리, 깊게 책에 빠져들었다. 표제작을 첫 번째로 배치한 것도, 모든 작품이 하나로 연결된 듯한 느낌을 받은 것도, 그리고 저자가 김연수 작가님이라는 것도 내게는 모두 완벽했다. 작가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였다.



과거에 매여있던 내게 오늘이 미래를 달라지게 할 수 있다고, 그러니 '아주 사소할지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겠다고 결심하기만 하면(p.27)' 나는 절대 생각하지 못한 '평범한 미래'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또다시 일어나고 도무지 이유를 찾지 못하는 일들이 펼쳐지더라도, 새로운 바람은 다시 분다. 반드시 다시 불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살아보고 싶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