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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틈 Oct 21. 2024

이기는 것, 지는 것, 싸우는 것.

결국... 지켜내는 것.


* 다시 탈고 후 '시세이'연재로 옮겼습니다. 



이겨내고 이겨내고 이겨내고 살다가

더는 힘이 없어 이겨내지 못하게 되면

그땐

지는 게 아니라

더 이상

이기지 않는 것.


무섭고 독하고 힘든 세상이지만.

잘 싸웠다.

사랑하는 선하고 여리고 바른 것들을 위해

안 쉬어지는 숨을 

그래도 애써 내쉰 것도 

결국 이겨내고 싸운 것. 


결국 지켜낸 것. 

싸움의 이유였던

사랑하는 선하고 여리고 바른 것들을 


그래도 끝까지 잘 싸웠다.

그래서 힘들었지만 그래서 즐거웠다.

지킨 만큼은 남아있는 마음들이 다시 싹을 틔우고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쓰다듬어줄 테니까...


남겨진 자들의 입으로 그렇게 말하게 되길.


이겨내는 건 

사실

지켜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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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 미루 그루의 할머니 생신카드 그림


죽을 만큼 힘들게...라는 비유는 사실 잘 맞지 않다.

그래도 살아있다면, 살아내고 있다면

진흙이 막힌 것 같은 목구멍으로 들숨과 날숨을

통하게 힘주고 있다면. 

잘 싸우고 있고

죽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거니까.


캄캄한 방이 수조처럼 느껴지고

그 안에서 익사할 것처럼 두려울 때도

후- 하고 숨을 내쉰다면

다시 삶의 수면 위로 올라와 

애써 살아내고 있는 것


그냥 놓고 떠날까... 마음이 들다가도

울먹이는 사랑하는 것들의 표정과 눈물을 떠올리며

버틸 땐 

그 사람들의 목숨까지 

지켜내고 있는 것.


보잘것없는 마음이 쪼그라들어서 펑펑 울고 있어도

그 눈물과 표정과 기다림을 

애써 잘 지켜주고 있는 것.


버티는 모든 영혼들은 

잘 싸우고 있다. 

잘 이겨내고 있고

그래서 소중하게 지켜내고 있다. 


지나온 시간의 굴곡과 상처와 흉터가

악보가 되어 노래할 수 있는 것. 


그 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는 

소중한 시가 된 것. 


다시 돌아와

그 시를 노래로 바꾸고 노래를 마음으로 바꾸고 

마음을 흙과 바람과 빛과 어둠으로 바꾸고

오늘을 버티고 지켜내고 이겨내는 너에게 손을 건넨다. 

말은 필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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