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지켜내는 것.
* 다시 탈고 후 '시세이'연재로 옮겼습니다.
이겨내고 이겨내고 이겨내고 살다가
더는 힘이 없어 이겨내지 못하게 되면
그땐
지는 게 아니라
더 이상
이기지 않는 것.
무섭고 독하고 힘든 세상이지만.
잘 싸웠다.
사랑하는 선하고 여리고 바른 것들을 위해
안 쉬어지는 숨을
그래도 애써 내쉰 것도
결국 이겨내고 싸운 것.
결국 지켜낸 것.
싸움의 이유였던
사랑하는 선하고 여리고 바른 것들을
그래도 끝까지 잘 싸웠다.
그래서 힘들었지만 그래서 즐거웠다.
지킨 만큼은 남아있는 마음들이 다시 싹을 틔우고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쓰다듬어줄 테니까...
남겨진 자들의 입으로 그렇게 말하게 되길.
이겨내는 건
사실
지켜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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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만큼 힘들게...라는 비유는 사실 잘 맞지 않다.
그래도 살아있다면, 살아내고 있다면
진흙이 막힌 것 같은 목구멍으로 들숨과 날숨을
통하게 힘주고 있다면.
잘 싸우고 있고
죽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거니까.
캄캄한 방이 수조처럼 느껴지고
그 안에서 익사할 것처럼 두려울 때도
후- 하고 숨을 내쉰다면
다시 삶의 수면 위로 올라와
애써 살아내고 있는 것
그냥 놓고 떠날까... 마음이 들다가도
울먹이는 사랑하는 것들의 표정과 눈물을 떠올리며
버틸 땐
그 사람들의 목숨까지
지켜내고 있는 것.
보잘것없는 마음이 쪼그라들어서 펑펑 울고 있어도
그 눈물과 표정과 기다림을
애써 잘 지켜주고 있는 것.
버티는 모든 영혼들은
잘 싸우고 있다.
잘 이겨내고 있고
그래서 소중하게 지켜내고 있다.
지나온 시간의 굴곡과 상처와 흉터가
악보가 되어 노래할 수 있는 것.
그 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는
소중한 시가 된 것.
다시 돌아와
그 시를 노래로 바꾸고 노래를 마음으로 바꾸고
마음을 흙과 바람과 빛과 어둠으로 바꾸고
오늘을 버티고 지켜내고 이겨내는 너에게 손을 건넨다.
말은 필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