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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남자

사춘기에게 사십춘기가

by 김틈

고요하고 정갈한 숲 같은 사람인데

그 안에 작은 놀이공원과 회전목마도 있고

라면과 김밥도 있지만

통기타와 소주도 한 병 숨겨놓았을 것 같은 남자.

그런 남자.

당신을

사랑한.


사춘기는

남의 사랑이 목마른 시절

목마른 만큼 또 남을 사랑해주고 싶은 시절

그렇게

가족의 큰 사랑은 무색무취

공기가 되어

향기가 되는 사랑에 잠시 가려지다


먼 시간이 흘러 알싸한 향기가

은은하다 밋밋하다

투명해지면

오래된 공기처럼 감싸던 사랑이 된다.


그 사랑의 아이들은 또 공기를 잊고

향기를 쫓아가고.


멸렬한 청춘

지리한 세월


사랑을 생각하다.


열병 앓던 열여덟!

열정이던 스물여덟

열심이던 서른여덟

열일하는 마흔여덟... 하...


갑자기 분홍 향기 편지지에 초록 볼펜으로 쓴

수줍은 이야기가 눈물 나게 그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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