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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틈 Dec 13. 2024

배설

사막의 말, 사망의 언어

말과 단어의 수가 많아지면

모래가 된다

가볍지만

무겁게 입을 틀어막고

마르지만

축축하게 덩어리 지다

입안에 가득 찬다


공허는 허공과 맞닿아 수평선을 그리고

사막을 잉태한다.


계속 태어나는 사막은

입으로 들어온다 계속


복통을 겪다

배설한 사막이 고여

별빛에 바랜 뼈로 남은

갑골문자


모래가 언어가 되는 것은

인간의 몸을 떠난 뒤에도 한 참의 시간


사람 안에 담긴 말들이

사람을 죽거나, 죽이거나, 죽어가거나, 죽고 싶어 질 때

뼈로 된 활자는

허공과 공허를 찢고 오르는 별처럼

젖은 혀를 딛고 서서

단어가 된다.


단어의 수명은

별과 별 사이의 거리

이미 죽은 벌써 태어난

동공에 비친 빛의 수명

이어서

이므로

혀와 귀 사이를 오가는

수억광년의 단어는 다시

모래로 바뀌어 흩뿌려진다.

사막에

추락한 비행기의 조종사와 아이 하나가

별의 이름을 묻고

단어들은 대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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