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의 단편집
(소울이는 깨어날 수 있을까(4)에서 이어짐)
“뭐, 언젠가는 다시 쓰지 않겠습니까?”
“아쉽네, 그래도 초반 몇 달간 성능은 끝내줬었는데...”
“어쩌면 지금도 엄청난 연산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뇌파는 저 정도로 유지되는 걸 보면요.”
“그러면 뭐해. 그 데이터를 우리가 읽어낼 수 없는 걸. 그저 뇌 안에서만 일어난 활동일 뿐이지.”
연구소는 최소한의 인원만을 남기고 프로젝트를 ‛보류’ 상태로 전환했다. 오성환 박사는 문을 나서기 전 입맛을 다시며 당직 연구원과 지난 프로젝트의 소회를 나눴다.
“가끔 한국 오면 들를게.”
“오신다고 뭐 별다른 건 없을 겁니다. 그래도 자주 오세요. 연구소 넓은데 이렇게 몇 명만 남아있기는... 아깝잖아요. 스크램블 에그라도 준비해드릴게요.”
오성한 박사는 연구소 내부를 둘러보며 그동안의 연구와 성과를 떠올렸다. 한동안 정중앙 유리방에 누워있던 기괴한 생명체는 온데간데없었다. 그 대신 유리방에는 커다랗고 투명한 유리병이 생겼고 그 안에는 일반인의 그것보다 두 배 이상 큰 뇌가 들어있었다. 뇌는 희미한 거품만을 간혹 뿜어냈다.
한동안 유리병의 뇌를 응시하던 오성한 박사는 이내 문을 나섰다. 손에 잡혀 있는 캐리어에는 각종 서류와 소울이를 연구하며 알게 된 연구 성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당장 이틀 뒤 출국하기 위해서는 이 자료들도 집에서 한 번 더 정리해야 했다. 프로젝트 종료가 확정되었을 때 프린스턴에서는 오성한 박사에게 꼭 와 달라는 제안을 했다. 거취에 대해 머뭇거리며 확답하지 못하던 당시의 오 박사에게, 프린스턴의 담당자는 전화를 끊기 전 “노벨의학상 한 번 욕심내 보시지 않겠습니까?”라는 말을 남겼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