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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몸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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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Mar 23. 2021

I can make me feel good

달리기와 요가를 시작한 지 딱 한 달이 지났다

런데이와 밑미 요가+글쓰기 리추얼에 도전하면서, 운동하며 달라지는 몸에 대해 기록하기를 시작한 지 꼭 한 달 째다. 런데이는 퐁당퐁당 총 9회까지 진행했고, 요가와 글쓰기 리추얼은 19회 성공으로 95% 목표 달성. (20회가 100%인데... 고지를 앞두고 삐끗하고 말았다ㅠㅠ)



데이터는 투명하다. 주 2~3회나마 뛰기 시작하자, 평균 걸음 수가 지난달보다 3천 걸음 가량 늘었다. 지난주에는 저녁 일정이 많았던 데다 너무 피곤했고, 날씨도 안 따라주어(비가 오고 미세먼지가 심했다는 핑계) 달리기를 통으로 쉬었더니 바로 지난주 평균 걸음 수가 그 전주보다 약 2천 걸음 줄었다. (고 건강 앱이 알려주었다. 칼같이.) 내심 기대했으나 몸무게는 그대로였다. 두 가지를 깨달았다. 1) 역시 감량은 식이구나 2) 이거 조금 해놓고 '나 요즘 운동한다!'라고 나대면 안 되겠구나.


부족하지만 조금씩 운동에 시간을 내어준 한 달이었다. 습관으로 온전히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생각보다 할 만했으므로, 내친김에 한 달 더 이어가 보기로 한다. 일상에 운동을 들여오는 일은 소소한 성취감을 지속적으로 준다는 점에서 내게 꼭 필요했던 보상 시스템이었다. 더불어 번잡했던 생활이 단순해져서 좋았다. 시간은 한정적이니 운동에 시간을 쓰려면 잡스럽게 소비해버리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했다. (운동도 하고, 글도 쓰고, 잉여잉여 시간낭비도 하려면 잠을 줄여야 하는데... 그건 너무 힘들었기에 결국 유희 시간을 줄였다. 이 기간 동안 길이가 긴 영상 콘텐츠를 거의 안 봤다. 아아, 내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구독료...) 생활이 단순해지자 생각이 정리됐다.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잠도 잘 잤다. 아침에 일어나기도 덜 힘들었다.


물론 모두 기분 탓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바로 그 '기분'을 좀 더 잘 통제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그날 하루 기분이 좋았든 나빴든 무슨 일이 있었든 달리기를 시작하면 하루 치의 목표와 그걸 위해 뛰고 있는 나만 남았다. 요가매트를 펴고, 요가 선생님의 수련 영상 중 오늘의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고르고, 수련에 임하는 동안에는 오롯이 몸의 감각과 그에 따른 내 기분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달리기와 요가를 끝나고 나면 시작하기 전의 상태가 어떠했든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적당히 즐거웠다.


이를 방증하듯, 이 루틴을 지키지 못한 날들엔 몸도 찌뿌듯하고 기분도 가라앉았다. 지난 일주일은 요가도 두 번이나 빼먹고 달리기도 하지 못했는데, 밀린 할 일을 정신없이 해치우면서도 얼른 끝내고 운동해야지 하는 마음이 자꾸만 들었다. 소화도 평소보다 잘 안 됐다. 그러다 오늘 오랜만에 달리기를 하고 나자 다시금 적당한 나른함이 밀려온다. 그래, 이거지.


사실 오늘 달리는 동안은 너무 힘들었다. 고작 일주일 쉬었다고. 직전 8회 차 트레이닝과 동일하게 진행했는데 (2분 달리고 2분 걷기 x 5, 2분 달리기 한 번 더 하고 마무리), 전에는 다섯 번째 달리기나 마지막 달리기 쯤 되어야 옆구리가 당겨왔건만 오늘은 세 번째 달리기부터 신호가 왔다. 발을 디딜 때마다 발 볼이 아릿하고, 발목은 덜그럭 거릴 기미를 보였으며, 옆구리가 쿡쿡 쑤셔왔다. 아 평소보다 버겁네, 느끼는 찰나 샤이니의 Feel Good이 흘러나왔다. 'I can make you feel good~'하는 후렴구에 속으로 you 대신 me를 넣어 따라 부르며 달렸더니 신기하게도 정말 기분이 좋아졌다. 한 달간의 시도를 통해 얻은 게 무엇인지 명징해지는 순간이었다. 이제 나는 내 기분을 좋아지게 할 수 있다.


달리러 나가다 찍은 꽃. 이제 예쁜 풍경 보면서 달릴 수 있게 됐다! (미세먼지 눈치 챙겨)


운동은 적당한 고통을 견딜  있는 힘도 키워준다. 얼마  읽었던 책에서 좋았던 구절과 그날 남겼던 단상을 여기에도 옮겨본다.



-현재 사회적 통념으로 보면 건강은 질병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일리치의 건강에 대한 정의에 의하면 건강이란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며 적응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일상의 기쁨과 고통 속에서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증과 마찬가지로 건강도 체험되는 감각이라는 말이다, 어떻게 체험될까? 그것은 개인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문화적으로 체험된다. 개인의 건강은 사회적 현실 속에서 행해진 자율적이고 문화적인 행위이다. 내가 현실의 즐거움과 괴로움에 어떻게 관계하고 있는지, 고통에 처한 타인에게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나의 신체적 감각과 동시에 건강에 대한 감각을 결정한다. 그러니 윤리적·정치적 행위와 건강은 불가분인 것이다. 자신의 신체와 자신이 속한 사회에 관심을 갖고 삶의 윤리를 만들면서 살아가는 것이 건강을 구성한다. 또 윤리는 자신이 체험한 건강과 함께 매번 달라진다. (김정선, 인문약방 174쪽)


요가를 시작한 후로 건강과 몸, 자연스러움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직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리진 못한 상태였는데 오늘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만났다. 통증, 질병, 건강과 같은 관념은 단순히 좋다-나쁘다 이분법적으로 치환해 버릴 수 없으며, 복합적인 이해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건강도 체험되는 감각이며, 각각의 신체는 사회와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음을 역설하는 지점이 특히 와 닿았다. 정상성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행태는 오히려 건강하지 못하단 생각이 든다. 요가 수련을 하면서 받아들임을 조금씩 배우고 있어 다행이다.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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