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와 요가를 하며 몸의 변화를 기록하기로!
클라이밍장이 문을 닫으면서 한동안 운동을 하지 못했다. (이제 막 재미를 붙여가는 참이었는데! 야속한 코로나19...) 종목을 막론하고 어떤 운동이든 하고 있을 땐 그게 좋은지 잘 모르는데, 조금이라도 쉬면 바로 티가 난다. 운동을 하면서는 몸이 가뿐하기보단 오히려 피곤한 때가 많았다. 신나서 즐겁게 하기보단 억지로, 의무감에 사무쳐서 하는 날의 비율이 높았고 '이래서 체력이 늘긴 하는 거야?' 의문만 자꾸 피어올랐다.
실은 그게 좋은 컨디션이었다는 걸 깨닫는 시점은 운동을 하지 않을 때다. 호르몬의 영향은 차치하고서라도 이상하게 우울하고 가라앉는 날들이 많아지는 시기가 오곤 하는데, 이때 전과 다른 점을 꼽아보면 유일하게 비는 부분이 드러난다. 일상에서 몸을 움직이는 시간을 지워버린 것. 체력은 늘 땐 아주 조금씩 미세하게 늘고 떨어질 땐 가차 없이 훅 떨어져서, 이 시기를 한 번 맞이할 때마다 체력 그래프가 툭툭 꺾여 나가는 것을 실감한다. 빨간불이 켜진다. 완전히 뻗어 버리기 전에 뭐라도 해야 해! 취미였던 운동이 점점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되어간다.
그리하여, 달리기와 요가를 시작했다. 달리기는 런데이 앱으로 8주간, 요가는 밑미 프로그램을 통해 한 달간 수련할 예정이다. 마침 어제 날씨가 따뜻해졌길래 공원을 달려보았다. 고작 3km를 걷다-달리다 한 것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몸을 쓰니 기분이 좋았다. (기록을 통해 낱낱이 밝혀진 체력의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1분 뛰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8주 지나면 30분을 안 쉬고 뛸 수 있다고...? 아직은 믿을 수 없다...) 쳐졌던 기분도, 떨어졌던 기력도 회복되는 듯했다. 적당한 노곤함이 밀려들었다. 밑미 리추얼 연습도 할 겸, 요가 동영상 두 개를 따라 해 보고 잤다. 모처럼 일찍 잠들었다.
대망의 리추얼 첫날, 뒷목과 윗등을 부드럽게 하는 요가 : 하타요가로 수련을 시작했다. 굳어 있던 몸 곳곳이 풀렸다. 잘 안 쓰던 근육의 존재도 하나씩 느끼며 사용하게 되었는데, 몸 안에 불규칙적으로 고여있던 에너지가 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요가는 처음이라 동작들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편안하게 움직이기가 어렵고 자꾸 삐그덕거렸다. 꾸준히 따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힘도 빠지고 자연스러워지겠지? 새로운 것들을 하나씩 배워나갈 생각에 설렌다. 왼쪽은 잘 되는데, 오른쪽은 아픈 동작이 있었다. 그 사실을 인지한 순간 마음이 살짝 조급해졌지만, 조바심 내지 않기로 한다. 조금씩 몸의 균형을 되찾아 나가고 싶다.
이번에는 운동과 동시에 기록도 해보려고 한다. '몸의 일기'를 쓰며 변화를 관찰할 것이다. (일전에 독서모임에서 다뤘던 책 『몸의 일기』 에서 영감을 얻었다.) 몇 달 뒤에는 몸도 마음도 조금 더 단단해져 있기를 소망한다.
- 인간은 자기 몸에 관해 무엇이건 다 배워야만 하는 것이다, 모조리 다. 걷는 법, 코 푸는 법, 씻는 법. 누가 시범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게 될지 모른다. 처음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 아무것도. 다른 동물들처럼 멍청하다. 배울 필요가 없는 건 단지 숨 쉬는 것, 보는 것, 듣는 것, 먹는 것, 오줌 싸는 것, 똥 싸는 것, 잠드는 것 그리고 깨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들리긴 하지만 제대로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보이긴 하지만 제대로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먹을 순 있지만 고기를 자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똥을 쌀 줄은 알지만 변기까지 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오줌을 쌀 줄은 알지만 발 위에다 오줌을 누지 않으려면 조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배운다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 자기 몸을 제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다니엘 페나크 『몸의 일기』 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