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아빠의 육아휴직 롸이프 8
휴직자가 회식에 참여한 썰
2주쯤 전인가. 학교 회식을 갔다. 올해 새로 학교를 옮기자마자, 육아휴직을 해서 선생님들도 잘 모르는데, 무슨 회식이냐고?
다소 복잡한 과정이 있었다. 사정은 이랬다.
매년 교직원 배구대회가 열린다. 운동 좋아하고 의욕 있는 교직원들이 마음이 맞으면 팀을 구성해서 신청한다. 우리 학교는 규모가 작아서 팀구성이 어려워 그동안 배구대회에 나가는 건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근데 올해 남선생님들이 기간제 교사로 오고, 사회복무요원도 합세하면서 배구팀 구성이 (겨우) 가능하게 되었다. (9인제 배구 교직원 대회 팀은 보통 남자6, 여자3 또는 남자5, 여자4로 구성된다)
선생님의 운동 경기는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운동을 좋아하는 선생님은 아이들과 운동하는 걸 좋아하고 중요하게 여긴다. 운동뿐 아니라,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다. 교사의 개인적 역량과 관심사는 곧 아이들에게 흘러간다. 이는 기본적인 교육과정에 더해 아이들에게 플러스 요인이다.
난 축구를 좋아한다. 작년에 스포츠클럽 풋살부를 만들어서 대회에 나가서 3위로 상도 받았다. 자신이 즐기는 분야는 더 즐겁게,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다.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학급 특색 활동으로 글쓰기를 주로 했고, 매년 문집을 두 권씩 펴냈다.
개인적인 역량과 취향이 곧 직업적 활동과 연결되는 몇 안 되는 직업이 교사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교사들의 다양한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지원해 주는 건 교육의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배구대회로 다시 돌아와서- 몇 년 만에 우리 학교는 교직원 배구팀을 구성할 수 있었고 대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근데 문제가 발생했다. 휴직한 나 대신 들어온 남자 기간제 선생님이 출근하다가 발을 다쳤다는 것이다. 겨우 인원을 맞춰놨는데 비상이 걸렸다.
그즈음, 난 집 근처 학교에서 매주 한 번 야간에 열리는 배구 동호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곳에 내가 휴직한 학교의 선생님들도 나오고 계셨다. 처음 만났는데, 내가 같은 학교 휴직자인걸 알고는 내게 러브콜을 보냈다. 와서 빈자리를 메꿔달라고, 배구 대회에 함께 나가자고 말이다. 난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그렇게 휴직 상태인데, 가서 함께 연습 경기도 하고, 예선전도 참여했다. 복직 전에 동료 선생님들의 얼굴을 익히는 건 좋은 일이었다. 예선 경기에 완패를 하고서, 함께 회식 자리에 참여했다. 승패보다 인화가 중요하다.
그 자리에서 2학기 때 만날 동학년 선생님들도 미리 만나서 인사했다. 나 대신 반을 맡아주고 계신 선생님도 만났고, 아이들의 얘기도 미리 들을 수 있었다. 직장을 떠나 지내는 상황에서, 학교 생활은 잊고 지내고 싶은 마음이지만, 동료들과의 맛보기 만남은 좋았다. 복직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 생기고. (물론, 휴직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길 바란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단조로운 휴직 생활에 활력소가 되는 이벤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