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락, 하는 풀소리가 났다. 어김없이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자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빛을 내며 날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지만 여름밤의 고요하고 차분한 바람은 날갯짓에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상냥한 바람과 함께 비행을 짧게 즐기다가 며칠째 가고 있는 어느 집 창가 근처 풀숲에 자리를 잡았다. 낮에 비가 내려 촉촉한 흙냄새가 나는 풀잎에 착지하고 나서도 여전히 꼬리의 빛은 환한 초록색을 띄며 은은하게 퍼진다. 창을 통해 보이는 방은 어둡지만, 방 안에는 나와 달리 몸에서 빛이 나지 않는 그가 있다.
그 사람은 오늘도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의 눈은 나의 초록색 빛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하늘에 떠 있는 하얀 초승달을 보고 있는지, 혹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줄곧 같은 색의 눈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가 내가 매일 이곳을 찾아오는 이유는 아니다. 정확히는 그 눈동자만이 이유는 아니다.
며칠 전 그 사람은 방에서 무언가를 천장에 매고 있었다. 기다란 천조각을 가져다가 동그랗게 묶어 모양을 만들고 다른 한쪽 끝을 천장에 고정시키는 모습을 봤다. 무얼 하는가 싶어, 이 불안한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 그 집 창가 근처를 서성거리며 그 사람을 지켜봤다. 한참 그걸 붙잡고 서있다가 내려와 다시 의자에 앉더니 지금과 같은 색의 눈으로 창 밖을 봤었다. 그는 더운 여름밤에 어울리지 않는 긴 옷소매를 적시다 늦은 밤에야 잠이 들었고, 나는 그때 옷소매를 적신 게 무엇인지 마음에 걸려 그 후로 매일 밤 이곳을 찾아온다.
드르륵. 창문을 여는 소리에 놀라 풀잎을 살짝 흔들며 날아올랐다. 아, 지금 저쪽으로 다가가 그의 여름 손님이 되어볼까. 하지만 손님이 된다면 이 여름을 넘기지 못할 나의 빛이 저 사람의 눈동자 색을 더 짙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저 수많은 반딧불이 중 하나로 남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나는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그저 밝은 빛을 발하며 풀숲 위를 유유히 날았다. 그가 여기에 있는 자그마한 빛이 아름답다고 생각해, 이 풍경을 다음 해에도 보고 싶다고 바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