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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주 Aug 09. 2024

행자라는 단어를 배웠다.

뮤즈와의 산책길은 좋았다.
설거지를 하며 문장 첫행을 생각했다.
지금 읽고 있는 <나태주의 행복수업>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내 눈에 산책길의 꽃들이 다 예뻐 보였다.
뮤즈도 길을 가다 꽃을 보느라 잠시 섰다.

"참 예쁘지요?" 내가 물었다.
"그래, 응." 뮤즈가 대답했다.
나는 길을 걷다 중얼거린다. 시심이 싹튼 것이다.

맥문동 곁에 배롱나무가 있다.
다 예쁘다
초록 위에 깃털처럼 쑥 올라온 맥문동 보라빛.
초록 속에 부채춤을 추는 한복 입은 배롱나무.
곁에 있으면 행복하다.

산책에서 돌아와서 방 걸레질을 칠 준비를 하면서 내가 말한다.
"걸레질을 치면 꼭 수행하는 것 같아요. 스님이 되려고 절에 가도 1년 내내 마당을 쓸게 하잖아요. 그 뭐라고 하더라."
"행자." 뮤즈가 답을 준다.
"맞아요. 행자. 저는 걸레질을 하며 기도하는 것 같아요. 수행하는 것 같아요. 행자."
오늘도 나는 뮤즈에게서 '행자'라는 단어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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