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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Mar 06. 2024

퇴근 후 헬스 그리고 카페

퇴근 후 헬스장에 갔다. 오늘은 등과 어깨 운동을 하는 날이다. 중간에 평소에 안 하던 복근운동도 곁들였다. 죽을 맛이다. 가슴, 등, 어깨 운동을 할 때는 자극이 오면 올수록 쾌감이 커지는데 배 운동은 그 반대다. 재미 없고 힘만 들다. 그 힘들다는 하체 운동을 해도 힘든 것보단 펌핑되는 짜릿함이 더 큰데 똥배운동은 아무리 해도 정이 안 간다. 복근 있는 분들, 복근 만들기 위해 배 운동 하는 분들 존경한다.


여기 헬스장도 1년 넘게 다니며 근처 음식점은 다 가봐서 이젠 먹을 게 없다. 조금 떨어진 곳으로 식당을 검색했다. 초밥집이 있었다. 초밥 세트 가격이 보통 12,000, 13,000원 정도 하던 거 같은데 여긴 16,000원으로 좀 비쌌다. 다른 식당 가서 대충 먹을까 하다가 '내가 평소에 돈 쓰는 데가 어딨어. 밥이라도 맛있는 거 먹어야지!' 하고 생각하고는 차 타고 초밥집으로 갔다.


가게에 들어가니 직원이 내게 몇 명이냐고 묻는다. 손가락 하나를 펼쳐보이며 "한 명이요." 하고 말했다. 이쪽으로 앉으라며 바 형태의 좌석으로 안내했다. 벽 보고 밥 먹고 싶지 않았다. 널직한 사각형 테이블을 가리키며 "저쪽에 앉아도 돼요?" 하고 물었다. 옮겨도 된단다. 빈자리가 많아 혼자 앉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혼자 밥 먹는 사람 대부분이 가게 입구를 등지고 앉는 것과 다르게 나는 입구와 주방을 정면으로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았다. 평소 식당에서 혼자 밥 먹을 때 등지고 앉지 않는다. 처량해 보여서. 언제나 당당하게 앞을 마주하고 밥을 먹는다.


초밥 한 세트를 주문했다. 폰 보면서 기다리다가 아차 하고 폰 화면을 껐다. 시도 때도 없이 폰을 들여다 보는 사람들이 많아 나만큼은 폰을 덜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여러 장소 중 특히 엘리베이터, 지하철 그리고 식당에서는 웬만하면 폰을 안 보려고 한다.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는 그 잠깐의 시간, 주문한 식사가 나오기까지의 그 몇 분의 시간도 못 견디고 폰에 매몰돼 있는 게 좋아보이진 않는다. 폰에 빠지게 되면서 우리는 생각을 잃었다.


초밥이 나오기 전에 먼저 따뜻한 우롱차가 담긴 찻병이 나왔다. 테이블 위에 보니 종이컵이 있었다. 유리컵이나 스테인레스 컵이면 바로 마셨을 텐데 평소 일회용품을 잘 쓰지 않다 보니 종이컵에 손이 가질 않았다. 고민하다가 결국 종이컵에 물을 부어 마셨다. 종이컵을 사용하는 식당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설거짓거리가 많아지니까 종이컵을 사용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조금만 신경쓰고 부지런히 움직이면 종이컵을 쓰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다. 환경이 이렇게나 오염이 된 건 인간의 귀찮음과 이기심 때문이다.


주문한 초밥이 나왔다. 함께 나온 미소된장국에 눈이 먼저 갔다. 국을 맛보고 싶은데 숟가락이 없었다. '어떻게 먹으라는 거지?' 숟가락을 요청할 법도 한데 난 그냥 국그릇을 손으로 들고 마셨다. 초밥을 먹으며 몇 번 그렇게 국을 들고 마시다가 각종 반찬그릇 사이에 끼어 있는 일본식 국 숟가락이 뒤늦게 눈에 들어왔다. 너무 무식하게 국그릇을 퍼들고 마신 것 같아 괜히 겸연쩍었다. 숟가락으로 국을 떠먹었다. 배운 사람처럼 우아하게.


식사를 마치고 근처 카페에 갔다. 테이블도 조명도 마음에 들었다. 커플 한 팀이 있었다. 사장님은 60대로 보이는 남자였다. 혼자 컴퓨터를 하고 있는 걸 보니 자기 건물에서 취미 삼아 카페를 운영하는가 보다. 따뜻한 청귤차를 주문했다. 사장님이 되게 친절했다. 내가 노트북을 꺼내니 콘센트가 어디 있는지도 상세히 알려줬다. 좀 전에 초밥을 먹었던 식당 직원도 친절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며칠 동안은 가는 식당과 카페마다 직원이 다 친절했다. 그동안 약 먹은 표정을 지으며 AI 같은 말투로 응대하는 직원들을 많이 봤던 터라 직원의 불친절한 응대가 못마땅할 때가 많았는데 요 근래에는 거의 다 친절하게 응대해줬다. 그 친절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우리는 불행해진다.




신나게 돌아가던 에어컨 바람개비가 갑자기 멈췄다. 나도 하던 일을 멈추고 집에 갈 채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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