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연차였다. 출근 안 하니 늦잠을 잘 법도 한데 7시 30분에 일어났다. 차 수리 예약을 9시 30분에 해놨기 때문이다. 정비소까지 거리가 멀다. 차 타고 1시간 10분 정도 가야 한다. 일반도로가 아닌 고속도로로 그만큼 걸린다. 일찍 나서야 했다.
8시 30분에 집을 나왔다. 여유있게 8시에는 나왔어야 했는데 생각보다 늦게 출발했다. 빨리 가면 1시간 만에 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찍었다. 9시 40분 도착 예정이라 나왔다. 10분 정도 늦는 건 괜찮을 것 같았다. 또 빨리 달리면 10분은 앞당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월요일 아침이라 막히진 않을까 걱정했다. 다행히 고속도로는 뻥 뚫렸다. 악셀을 밟았다. 중간쯤 가다보니 전광판에 OO터널 부근 공사중으로 인해 정체중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정체구간이 짧을 걸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길었다. '아, 월요일 아침부터 무슨 공사람.. 하..' 짜증 섞인 한숨이 나왔다. 공사하시는 분이 뭔 죄라고. 화요일에 공사했으면 월요일인 어제 안 하고 뭐 했냐고 했을 거고 금요일이었으면 주말 앞두고 뭔 공사냐고 궁시렁거렸을 거다.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할 뿐이다. 결국 집에서 늦게 나온 내 죄다.
15분 정도 기어간 다음에야 정체가 해소됐다. 도착 예정 시간은 9시 50분이었다. 시간이 더 지체됐다. 사람이 5분, 10분 늦을 수는 있지만 20분은 많이 늦다. 정비소에 조금 늦다고 연락한 후 서둘러 달렸다. 도착하니 내비게이션 안내 그대로 9시 50분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정비 담당자에게 죄송하다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앞 차 정비가 아직 덜 끝나서 괜찮단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음 덜 졸이면서 올걸. 괜히 신경을 세운 채로 1시간 넘게 달렸네. 어쩔 수 없다. 늦게 출발한 내 죄라는 건 변함없으니. 앞 차 정비 다 끝내고 내 차를 기다리고 있는 것보단 나았다. 그래, 이렇게 생각해야지. 이게 바로 긍정의 힘이지.
평소 오전 약속 시간을 잘 못지킨다. 늦잠 때문이다. 만나는 시간이 오전 10시면 몇 시에 일어나서 몇 시에는 나가야지 하고 전날에 정확하게 정해놔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 대강 생각하고 잔다. 정해놓는다고 해도 어떻게든 시간 맞춰갈 수 있겠지 생각하고 더 자버린다. 어머니는 약속 시간에 자주 늦는다. 낮 시간, 저녁 시간 할 것 없이 늦는 게 일상이다. 약속이 있다는 걸 알아도 별 생각 없이 있다가 늦게 준비해서 늦는다. 일찍 준비해서 시간이 많으면 많은 대로 집안일을 하느라 또 늦는다. 내게 이런 엄마의 지각 유전자가 있음에 틀림없다.
차를 맡기고 대기실로 들어갔다. 아저씨 두 분이 앉아 있었다. 6개의 소파 중 하나를 골라 앉았다. 폰을 꺼내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를 봤다. 엄지를 바삐 움직이며 여러 영상을 보다가 '아, 폰 그만 봐야지.' 하고는 폰을 넣었다. 가지고 온 책을 꺼내 읽었다. 대기실에 있는 티브이 소리 때문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책을 덮었다. 노트북을 꺼냈다. 이 시간을 의미 없이 흘러가게 둘 순 없었다. 글을 썼다. 쓸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티브이를 봤다. 금쪽 같은 내새끼가 방영중이었다. 아이가 걸핏하면 난동을 부렸다. '애가 왜 저런 걸까. 엄마, 아빠가 힘들겠다 에고..'
1시간 30분쯤 기다렸을까. 정비 담당자가 나를 불렀다. 정비가 완료됐다. 차를 타고 바로 집으로 갔다.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드러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다. 왕복 3시간을 운전한 탓만은 아니었다. 정비소에 시간 맞춰 도착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며 운전한 탓에 기력이 많이 소진됐다. 10~20분만 더 일찍 일어났으면 여유롭게 다녀왔을 것을. 그 몇 분의 달콤함을 취하다 더 큰 시간과 감정의 손해를 봤다.
오가느라 힘들었지만 어찌됐든 괜찮다.큰 사고 없이 다녀왔으면 된 거다.
화요일 아침인 오늘 6시 30분에 일어났다. 알람 끄지 않고 한 번에 일어났다. 일찍 일어난 덕분에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했다. 물도 마시고 스트레칭도 하고 씻고 밥 먹고 집정리도 하고 고양이 똥도 치우고 도시락도 쌌다. 잠을 이겨내고 일어나 보니 얻는 게 더 많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