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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Mar 27. 2024

직장 동생 때문에 열받은, 아니 빡친 날

또 빡쳤다. 직장에서다. 평소 직장을 좋아한다. 일도 좋아하고 사람들도 좋아한다. 하지만 가끔씩 빡칠 때가 있다. 눈이 피로해지고 머리 혈류가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두통이 생기는 그런 정도의 분노를 종종 겪는다. 보통 두세 달에 한 번 정도다. 많을 땐 한 달에 한 번도 된다. 눈에 뵈는 게 없어 물, 불 못 가릴 정도의 분노도 1년에 한 번 정도 겪는다. 이번은 그 정도는 아니었으나 퇴근 후 일상을 보낼 의욕이 생기지 않을 정도의 쮜 내리는 분노였다.  


같이 일하는 동생이 있다. 해야 할 일이 있어 서로 원하는 방향에 대해 얘기했다. 동생 얘기를 들어보니 내 생각을 해주는 척하면서 결국 자기 실속 차리지 위한 말 같았다. "나는 이렇게 이렇게 하고 싶어요!" 하고 대놓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더 좋다. 그런데 동생은 나를 위하는 척하면서 결국은 자기 유리하게 하려는 그 수작이 못마땅했다. 꼴보기 싫었다. 재수없고 짜증났다. 얍삽한 놈!


얍삽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매번 그랬다. 날 생각하는 척하면서 자기 실속 다 챙기고. 자기한테 조금만 불이익이 따를 것 같으면 자기 살 구멍 다 찾아놓고. '너도 똑같이 당해봐라!' 하는 생각으로 나도 얍삽하게 하면 그 동생은 이미 자기 책임 면할 상황 다 만들어 놓으니 제대로 복수할 수가 없었다. 나는 예민하고 열을 잘 받는 스타일인데 반해 동생은 차분한 성격이다. 그것도 매우! 감성은 이성을 이기기 힘들다. 그래서 내가 심리전에서 항상 진다. 내가 까칠하게 반응하면 동생은 그런 날 보며 '저 사람 왜 저러지?' 하고 쳐다 보니 매번 나만 이상한 사람 된다.


마음 같아선 말로 확 박아버리고 싶지만 그랬다간 서로 불편해지니 참았다. 좋게 말한다 해도 동생은 "너 생각해서 그렇게 말한 건데 왜 그러냐?"라는 식으로 말할 게 뻔했다. 그 녀석과 3년을 겪었다. 내 말에 뭐라 반박할지 레퍼토리가 눈에 훤하다. 망할 녀석.


이런 식으로 동생을 욕하면 상대가 나쁘고 오로지 나만 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비쳐질지 모르겠다. 그렇지도 않다. 동생에게 최대한 맞춰준다. 일하는 방식을 두고 의견이 안 맞을 때 거의 다 동생이 하자는 대로 한다. 동생이 일을 더 많이 해봤기 때문에 동생 의견을 따르는 것도 있지만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라도 동생이 반대의견을 내면 그냥 동생 말을 따른다. 마찰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다. 내 방식대로 해서 동생한테 싫을 소리 들을 바에 동생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게 마음 편하다. 두 가지 일이 있을 때 일 선택권도 동생에게 먼저 준다. 부서별로 차출되어 업무 외적인 일을 해야 할 때도 내가 자원해서 할 때가 많았다. 오죽하면 "작업 나가고 하는 거 좋아서 하시는 거에요?"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이정도로 잘해줬다. 잘 맞춰줬다. 불편함을 최소화 하고 잘 지내고 싶었다.


잘한다고 했던 게 화근이 된 거 같다. 내가 너무 다 잘해주고 다 맞춰주니 그놈이 나를 이용해 먹은 것 같았다. 업무 외적인 일을 내가 맡아서 하면 다음번엔 동생이 해주길 바랐는데 그놈은 오히려 날보며 '지가 하겠지.' 하고 생각하며 방관하는 듯했다. 일 처리를 할 때도 동생 의견대로 군말없이 따라주니 나를 쉽게 생각하고 자기 방식대로 하려 한 것 같다. 그러니 나를 생각해주는 척하면서 자기 이익을 다 챙기는 저런 언행을 해왔겠지.


다른 동료에게 하소연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앞전에도 다른 사람 욕을 한 게 당사자에게 전해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믿을 사람 없다. 다들 남 얘기 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 잘못됐다고 할 순 없다. 나도 마찬가지니까. 대신 할 얘기, 안 할 얘기 정도는 구분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그걸 모른다. 당사자에게 욕한 걸 전해서 좋을 게 뭐가 있다니.


화가 나니 피로감이 확 몰려왔다. 눈이 제일 피곤했다. 화가 나면 눈이 엄청 피로해진다. 머리도 지끈지끈 아팠고 가슴은 답답했다. 열 받고 갑갑한 마음을 풀고 싶었다. 달리기를 했다. 크게 호흡하며 보폭을 넓혔다. 숨을 내뱉을 때마다 속에 있던 독소가 빠져나가는 듯했다. 더 빨리 뛰었다. 숨이 가빠졌다. 호흡이 거칠어질수록 머리와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이 풀리는 것 같았다. 3km 정도 뛰고 나니 마음이 조금 안정되었다. 런닝 시작한 지 2달 정도 됐다. 달리기가 신체건강 외에 마음건강에도 좋다고 하던데 그 효과를 맛본 날이다.



현재 직장에서 일하면서 웃는 날이 많았지만 가끔은 기운 없거나 짜증나는 날도 있었다. 울고 웃으며 일한 6년 동안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었다.


되게 재밌는 날도 많다. 선후배 및 동료들과 웃으며 얘기 나누는 날도 많다. 일이 재밌는 날도 있고 해야 할 일을 완벽히 해놓으면 뿌듯한 날도 있다. 그런 날이면 매일 오늘만 같았으면 싶다. 가끔은 기운이 없어 몸과 마음이 축 쳐지기도 한다. 사소한 걸로 짜증날 때도 있고 별거 아닌 상사의 말에 섭섭해지기도 한다. 그럴 땐 이런 날도 있구나 또 좋은 날 오겠지 하는 생각한다. 이번에 동생 때문에 열 받았던 하루도 그냥 그런 하루다. 어쩌다 있을 법한 그런 짜증나는 하루. 마음 쓰진 않는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니까. 이날은 여러 날 중 겨우 하루일 뿐이니까.


이제 출근할 시간이다. 오늘은 어떤 하루가 펼쳐질까. 파란 하늘을 보며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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