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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박 Jan 11. 2023

2023년 신년사

군대 전역 10주년을 맞이하며

2023년 신년사

사랑하고 존경하는 가족, 친구, 동료 여러분. 종박입니다.


한국 나이로 34세가 되었습니다.

금년 6월부터 한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만 나이를 쓴다고 하니, 7월생인 저는 어쨌든 당분간은 32세겠지만, 저보다 어린이들이 보기에도, 저보다 손 윗어른들이 보기에도, 32든 34든 큰 차이가 있을까 싶습니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것은 수치로 보여드릴 수도 없고, 행동으로 보여드리기에도 여러 제약이 따릅니다. 신체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강인하고 튼튼해진 느낌이 들지만, 매일같이 운동을 업으로 삼고 사는 운동선수들도 은퇴를 고려하거나 혹은 이미 하는 나이대인 것을 감안해도 단순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고 호기롭게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정확히 10년 전인 2013년이 기억납니다.

2011년도에 군입대를 한 저에게, 전역하는 연도인 2013년은 마치 피지배자에게는 해방, 수용자에게는 출소, 즉 목표이자 바람인 해였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제가 도대체 몇 번을 “2013년이 진짜 올까?”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벌써 그보다도 10년이나 더 지난 2023년이 왔군요. 그때의 정확한 심정과 마음가짐이 기억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엄청난 의욕과 투지로 불타고 있던 이미지는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이 신년사를 쓰는 이유도, 사실 2013년에 제가 전역하면서 옛 갤럭시폰 노트장에 끄적였던 신년사로부터 비롯됩니다. (이미지를 아래에 첨부하겠습니다.)


신년사라고 해보아야, 제가 실제로 어디 자리에 가서 발표한 것도 아니고 어딘가에 공식적으로 공공연히 업로드한 것도 아닙니다. 쑥스러운 것은 매한가지니까요.

하지만 제가 이렇게 적었던 신년사의 멘트들이나 마음가짐이 2013년은 물론 그 후 여러 해 동안 제가 열심히 살 수 있었던 것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미국에서도 이제 2년을 채우고, 벌써 세 번째 새해를 맞이합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사람들이 다양하게 있고, 사회는 혼란하며, 제 자신의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지지도 않았습니다. 벼락부자라는 말이 부정적이듯 만약 ‘벼락행복’이란 말이 있다면 저는 긍정적으로 보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신년사를 적게 된 것에는 희미하게 다시 타오르는 가슴속의 불꽃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2030 Plan을 세운 적이 있습니다. 2030년에는 40세가 될 것이기에, “그때쯤에는 이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10가지를 적은 적이 있습니다. 뭐 언어를 공부하고, 책을 많이 읽고, 골프도 좀 실력을 향상하고…. 으레 적는 신년목표 같은 리스트였습니다. 때문에 저는 그런 “무엇(What)”보다는 “왜(Why)”그런 것들을 이루고 싶은지를 탐구하기로 했습니다. 이 신년사는 그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래의 이야기는 제가 제 자신에게 말하는 신년사 느낌으로 적어보았습니다.


첫째, 하고 싶은데, 못하는 것을, 그 상태로 두지 마십시오.

좋아하는 것, 해보고 싶은 것들 모두 해당됩니다. 무언가를 잘하려면 재능도 노력도 필요합니다. 어느 쪽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재능이 있는지를 알아보려면 적어도 시도하고 그것을 되도록 자주, 매일 해봐야 하는 것입니다. “재능은 꽃피우는 것, 센스는 갈고닦는 것”이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2030 플랜에도 중국어나 스페인어, 골프 등이 있습니다. 이것들을 잘하는 방법은 매일 연습하고, 배우고, 투자하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러한 언어들을 좋아하고, 또 스포츠를 사랑하고, 그를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하고 또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동경하기에, 위와 같은 능력들을 갈고닦고 싶습니다. 

그만두지 마십시오.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시는 들춰보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상관없지만, 계속 아쉬워하면서 노력도 안 하고, 포기도 못하는 짓은 하지 맙시다.


언젠가 “잘하게 되는 순간”, “할 수 있게 되는 순간”은 반드시 옵니다. 


둘째, 성품과 품격을 의식적으로 갈고닦고 가꾸십시오.

귀족이든 천민이든, 누구든 인간이면 태어날 때 우렁차게 힘차게 웁니다. 

품격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도 화가 나면 그대로 화내고 갓난아기, 천둥벌거숭이처럼 군다면 그것은 품격이 없는 것입니다. 

성공한 사람도 품격이 없다면 조롱받고, 존경받는 것과는 무관한 삶을 살게 됩니다. 

컨디션이 태도가 되지 않게 하십시오. 

언제나 진심을 숨기지 않아야 합니다. 진정성은 꾸며낼 수 없는 것입니다.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와 남의 고민에 귀 기울이고,

철학을 공부하고, 세상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이어나가야 합니다.

품격이 알아서 갖춰질 것이라는, 나이 먹는다고 알아서 생길 거라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마치 헬스장에 나가 몸을 가꾸는 마음으로, 더 어른스러운 성품과 가슴속 깊이 자리 잡은 품격을 갖춰나갑시다.


항상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바르게 합시다. 성품과 품격은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바르게 함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셋째, 하면 안 좋다는 것은 이미 양심과 본능이 알고 있습니다. 끊으십시오.

담배는 안 하지만, 저는 술도 많이 마시고 스마트폰이나 인터넷도 많이 씁니다.

그러한 해로운 것들은 몸과 마음,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며 기회비용 측면에서도 다른 활동들을 할 시간을 빼앗아갑니다. 제가 위에서 말한 첫째, 둘째 목표를 이루는 데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당신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늦잠, 숙취, 음란물, 음주, 나태함, 산만함, 남의 시선 신경 쓰기, SNS 등등…. 안 좋다는 것을 알고 인지하고 있다면 의식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안 좋으니까 알아서 안 하겠지”는 먹히지 않습니다. 아령이 저절로 들리지 않듯, 무겁더라도 힘들더라도 집어서 들어야 합니다. 

좋은 것을 생각만으론 이룰 수 없듯이 (무언가를 잘하고 싶으면 시간과 노력을 들어야 하듯),

나쁜 것을 생각만으론 끊을 수 없습니다. 열심히 끊어야 합니다.


특히나 귀찮음과 금단현상을 주의하고 이겨냅시다.


가족, 친지, 친구 여러분,


인생은 짧습니다. 젊음은 더 짧지요.

저는 이제 아저씨입니다. 30대의 중반, 곧 40대가 됩니다. 

막대한 부나 사회적 성공, 혹은 인기나 명성을 쌓은 사람이 아니라, 제 조언은 어떠한 이끌림도 빛남도 없겠지만, 저는 적어도 제 인생을 아낌없이 살아보자 합니다.

언제 죽을지도 모릅니다. 병도 사고도 저에게 피해 갈 수 있는 특권을 준 적 없고 앞으로도 줄리가 없습니다. 제가 건강히 살아있는 것은 엄청난 행운임을 매일 느껴야 합니다.

동시에 제 스스로가 조심하고, 관리하고, 운동 열심히 하고, 삶을 똑바로 살아야 합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것이 모두 다르듯, 저는 제 인생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숨 쉬는 것, 밥 먹는 것, 육체적/지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 죽음과 삶을 생각하고, 사랑과 삶의 보람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 

언젠가 우리 모두 죽습니다.

2023년에는 이 생각이 한순간도 멀어지지 않기를.

그리고 제가 목표한 것들, 그리고 강조한 세 가지를 정말로 실천하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10년은 아주 금방입니다. 2030년이 아니라 2033년도 순식간에 찾아올 것입니다. 

2013년 신년사가 아주 오래전 일로 느껴지지 않듯이, 지금 제가 적은 이 2023년 신년사도 아주 순식간에 멀어질 것입니다. 그때에 저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언제나 사랑하고, 언제나 노력하고, 언제나 건강하십시오.
기억하십시오, 사랑, 노력, 건강의 중요성을,
그리고 매분매초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스마트폰에 눈을 붙이듯, 영화관 스크린에 집중하듯, 좋아하는 사람의 얼굴을 들여다보듯이 삶의 매 순간 매분매초에 눈을 떼지 마십시오. 언젠가 희미해질 오감을, 시간을, 이 순간에 쓰십시오. 


인생에서 “끝”은 오직 죽음뿐입니다.

포기하지 말고, 어떠한 고난에도 무료함에도, 외부적 내부적 장애물에도 “아 끝이구나”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숨이 붙어있는 한 살아냅시다. 이 길고 의미 없는 삶에, 한 조각, 한 획이라도 작게 긋고 떠나는 것이, 우리들 인간이 이 세상에 온 이유이지 않을까요?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2023년 1월 1일

종박 씀


(이하 스크롤을 내리면 2013년 신년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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