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글쓰기에서 최악의 경우는 애매모호한 글이다. 즉 그 의미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이미지를 발명하고 그 의미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단어를 추려내는 수고를 거쳐 구성되지 않은 글이다. 그것은 이미 누군가가 열거한 단어들의 긴 조각들을 두루 짜깁기하여 만든 글이며, 속이 뻔한 속임수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글쓰기의 매력은, 그렇게 하는 것이 쉽다는 데에 있다. 습관적으로 익숙해지면 더 쉽다. 이러한 글쓰기는 뻔하고 고리타분한 은유와 직유들, 그리고 전형적인 숙어들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이 의도하는 것을 애매모호하게 만들어 글 전체가 지향하는 바를 흐리게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러한 대가로 독자는 물론 자신에게도, 마땅히 기울여야 하는 많은 정신적 수고와 노력을 덜어낼 수 있다. 잡탕으로 뒤섞는 혼합형 은유의 요체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은유의 유일한 목표는 시각적 이미지를 불러오는 것이다. 뜻이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애매모호한, 이러한 글쓰기의 경우에 단어와 의미는 거의 별개의 차원이다. 이런 방식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나름의 어떤 정서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들은 내심으로 무언가를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다른 사람과의 정서적 공감적 연대를 바란다는 것을 글로써 표현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말하는 내용의 세부 사항에는 관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