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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순유 Mar 14. 2021

[내 생애 첫 오페라/신사임당과 벨리니]

<노르마 / casta diva>

우리나라 역사  인물 중에 가장 반가운 얼굴은 ‘신사임당 아닐까 생각합니다. 위인전에 등장하는 많은 역사  인물들이 훌륭한 업적을 남겼지만 오늘날 오만   지폐 속에서 만날  있는 신사임당만큼 반가운 얼굴이  있을라고요. 우리나라 지폐는  원권에 이황, 오천 원권에 이이,  원권에 세종대왕 그리고 오만 원권에 신사임당의 얼굴이 새겨져 있습니다. 외국은 어떨까요? 미국의 달러 역시 역대 대통령과 정치인이 또는 국회의사당이나 백악관이 새겨져 있고, 유럽 연합 국가들이 사용하는 유로화는 유럽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 양식이 들어가 있지요. 아프리카 공화국의 구권에는  5 불리는 표범, 물소, 사자, 코끼리, 코뿔소의 다섯 종류 야생동물들이 새겨져 있고, 신권으로 바뀌면서부터는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초상화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이며 벨칸토 오페라의 중심인물인 ‘빈센초 벨리니 오페라 <청교도>, <몽유병의 여인>, <노르마> 등의 작품을 남겼는데요. 놀랍게도 이탈리아의 5,000리라 지폐의 앞면은 벨리니 대극장을 배경으로  벨리니의 얼굴이, 뒷면은 그가 가장 아꼈던 오페라 <노르마>  장면이 새겨져 있습니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이탈리아의  화폐 ‘리라에는 말이죠.


오페라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작곡가는 베르디와 푸치니 그리고 모차르트 정도일  있지만 역대 오페라 작곡가 중에 절대 빼놓을  없는 이름이 바로 ‘Vincenzo Bellini(빈센초 벨리니)’랍니다. 벨리니는 로시니가 은퇴하고 베르디가 등장하기까지의 10 동안 이탈리아 최고의 작곡가로 이름을 남겼어요. 아마 벨리니를 알지 못하더라도 ‘Casta Diva(정결한 여신)’ 들어본다면 그의 음악 선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끼실 겁니다.


로마의 지배를 받는 기원전 50년경의 갈리아 지방이 무대입니다. 갈리아 사람들이 신봉하는 종교의 일파인 드루이드가 등장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요. 드루이드들은 갈리아가 로마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로 계속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오페라 <노르마> 주인공은 작품의 제목이기도 , 드루이드교의 여사제 ‘노르마이죠. 이야기의 전개는 이렇습니다. 노르마는 로마에서 파견한 갈리아 총독 ‘폴리오네 사랑하는 사이인데,   사이에는  아들이 있지만 폴리오네가 다른 여자를 그것도 노르마를 섬기고 있는 젊은 여사제, 아달지자를 사랑하게  겁니다. 다시 돌아오라는 노르마의 청에도 폴리오네는 아달지자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노르마는 자신이 지켜야 하는 사람들을 지배하는 로마 총독과 사랑하고 아이까지 낳아 아무도 몰래 키우고 있었던 죄책감을 느끼죠. 결국 노르마는 군중이 모인 가운데 스스로를 배신자라 고백하며  속으로 뛰어들고, 노르마의 선택에 충격을 받은 폴리오네는 함께 죽음을 선택하겠다며 노르마를 뒤따라 불길 속으로 들어가며 오페라는 끝이 납니다. 오페라 <노르마>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는 노르마가 부르는 ‘정결한 여신으로 달에 바치는 기도입니다.


Casta Diva, che inargenti   

queste sacre antiche piante

a noi volgi il bel sembiante

senza nube e senza vel

Tempra, o Diva

tempra tu de’ cori ardenti

empra ancora lo zelo audace

spargi in terra quella pace

che regnar tu fai nel ciel      


순결한 여신이여, 당신은 은빛으로 물들입니다

이 신성하고 아주 오래된 나무들을

우리에게 보여주소서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구름도 없고 베일도 쓰지 않은

 진정시켜 주소서, 오 여신이여

 진정시켜 주소서 당신께서 타오르는 마음을

 진정시켜주소서 도전적인 열정을

 뿌려주소서 땅 위에 평화를

 당신께서 하늘에서 그렇게  것처럼


벨리니는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노르마를 구하고 싶다 말할 정도로 노르마에 대한 애정이 컸다고 해요. 물론 내용으로만 본다면 <노르마> 역시 삼각관계, 치정극에 지나지 않을  있지만 여느 오페라와는 무게감이 다르죠. 아버지는 드루이드의 총책임자이고, 자신은 여사제이며, 자신의 영역을 지배하는 로마의 총독과 숨어 사랑하는 사이였던 노르마가 지닌 무게감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웠을까요? 음악이 아름답지만 음악으로 표현해내기 어려운 작품인 <노르마>  곡을 소화할  있는 가수들이 드물어 자주 무대에 올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1950 세기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노르마를 완벽히 재현해내면서 세계 오페라 하우스의 정규 레퍼토리가 되었죠. ‘노르마=마리아 칼라스라는 공식이  뒤를 이어야 하는 소프라노들에게 얼마나 부담이었을까 싶지만 마리아 칼라스가 사라진 이후에도 몽세라 카바예,  서덜랜드, 마리아 굴레기나 등의  다른 소프라노들이 노르마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사랑해선 안될 사람이,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고 배신당하는, 끝내 죽음을 택하는 아름답고도 슬픈 여인, 노르마.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

말 못 하는 이 가슴은 이 밤도

울어야 하나

잊어야만 좋을 사람을

잊지 못한 죄이라서

소리 없이 내 가슴은 이 밤도

울어야 하나

아 사랑 애달픈 내 사랑아

어이 맺은 하룻밤의 꿈

다시 못 볼 꿈이라면 차라리

눈을 감고 뜨지 말 것을

(현인, 꿈속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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