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험생 시절 나는 독서실에서 밤을 새워가며 테니스 경기 중계를 열심히 보곤 했다. 티브이 속 작고 노란 테니스 공을 따라 나의 두 눈동자를 요리조리 굴리다 보면 어느덧 독서실 창밖으로는 크고 빨간 태양 떠오르고 있었다. 최근에 테니스를 시작하게 된 데에는 밤을 새워가며 테니스를 보곤 했던 학창 시절의 추억이 큰 몫을 했다.
한강 테니스장에서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실내 테니스장이 날씨에 구애받지 않아 인기라지만 이왕이면 야외에서 배우기로 했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처럼 어른인 나도 밖에서 원 없이 뛰어놀고 싶었다.
따뜻한 봄에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라켓 쥐는 법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말랑말랑한 봄의 흙바닥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이 마냥 좋았다. 몇 주가 지나지 않아 코로나로 갑자기 테니스장이 폐쇄되더니 연이은 여름 폭우에 한강 테니스장이 완전히 물에 잠기는 일까지 생겼다. 유난히 길고 지루했던 장마가 물러가고 나서야 다시 한강 테니스장이 문을 열었다. 오랜만에 손에 쥔 라켓은 테니스를 처음 배우던 날처럼 어색했지만 선선한 가을 날씨는 테니스를 배우기에 완벽했다. 가을바람을 느끼며 테니스를 치며 테니스의 매력에 한껏 빠져들었다. 완벽한 가을 날도 잠시 뿐, 점차 손이 시려 테니스 라켓을 쥐기 힘든 겨울이 찾아왔다. 테니스 장갑을 낀 손으로 눈을 맞으며 테니스를 친 날도 있었는데 영화 겨울왕국의 공주가 따로 없었다. 온몸으로 눈을 맞으며 뛰어다니는 것이 무척 신났다.
아직도 나의 테니스 실력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나는 테니스를 배우러 다니며 계절과 친하게 지내는 법을 배운 것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지내며 네 명의 개성 강한 친구를 사귄 기분이다. 다시 겨울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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