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내 마음이 전해지는 길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랑?, 믿음? 저는 서로 대화를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 서로의 신뢰와 사랑의 무게가 적절히 시소를 타며 때로는 우정을, 또 어느 때는 사랑을 만들기도 하니까요. 그만큼 중요한 ‘대화’이기에 저는 원칙이 있습니다. 그 ‘대화 원칙’은 어떻게 보면 특이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저에게는 늘 적용되는 대화법입니다. 바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미안할 때와 고마울 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마음을 곧장 전하는 것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미안할 때의 경우, 나의 미안한 마음을 두고 있으면 미안한 마음이 커지는 만큼 미안하다는 말의 진심이 전부 전해지지 않을 것이고, 반대로 그 시간 동안 상대의 불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부풀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온전히 미안함을 전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뿐더러 모두 전달되었다고 한들 상대에게 용서를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화해하는 일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안함을 느낄 때 곧바로 상대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진심을 담아 내 마음을 충분히 전하는 노력 또한 필요하겠지요.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요. 미안함을 곧바로 말하는 것보다 시간을 두고 말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미안하다고 말하는 타이밍을 놓치게 되어 사과를 못하게 되지 않을까요? 말하지 않는 게 더 좋지 않겠느냐고. 그렇다면 살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혹,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그럴듯한 위치에 있더라도 사회생활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못 하는 쪽이 아닐지 의심해 봐야 할 일입니다. 그런 사람이 아닌, 우리 사회에서 올바른 한 명의 인간으로 성장하고 싶다면,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제때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지 않을까요.
고마움을 전할 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고마운 마음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당장 고마운 마음을 전하지 않는다면 그 마음의 부피가 금세 쪼그라들어 그 진심의 보석은 찾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더해서 고맙다는 마음을 그 순간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잊지 않고 전하는 것 역시 값진 ‘감사함’ 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면 그 마음을 1그램이라도 놓치지 않고 모두 다 전하고 싶은 것이 우리 모두의 마음이니까요. 만약 당장 전하는 것 이상으로 꾸준히 나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마음을 상대에게 몇 제곱 이상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두 순간, 당장 말을 전하는 힘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라는 세 마디의 말을 적기에 사용할 줄 아는 습관을 평상시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생활에 있어 아주 기본 중 기본이지요. 물론 그 속에는 어떤 꾸밈의 말보다도 진심을 담아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그렇기에 저 역시 아이들에게 인사와 감사의 말과 미안함의 표현은 제대로 하게끔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는 위의 세 문장을 직접 사용하며 ‘적기에 말하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 대상은 주로 우리 아들들인데요, 집을 드나들거나 누군가를 만나면 인사하고, 물건을 건네받았을 때나 집안일을 도울 때는 꼭 고맙다고 아이들에게 말해줍니다. 특히, 약속을 깜빡하고 지키지 못했을 때는 즉시 사과하고 다음을 다시 기약합니다. 이렇게 엄마인 제가 열심히 실천하니, 표현이 어색하지만 최선을 다해 감사의 말을 전달하려 노력하는 큰아들과 인사, 감사, 미안함을 자연스럽게 잘 표현하는 둘째 덕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집안 가득하답니다.
어쩌면 이 세 문장은 사람의 마음도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천 마디의 말보다 중요한 건 한 번의 실천이라고 했던가요. 결국 어떤 아름다운 말이라도 내 입으로 뱉어지는 순간이 필요합니다. 제가 큰아이를 낳기 전 수천 번 연습했던 “사랑한다, 아들.” 이 말들이 내 마음에 머무르기만 하지 않고 아이에게로 떠났을 때,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안녕하세요.
이 세 문장은 글로 쓰기는 쉽지만 직접 말로 전하는 순간 그 효능은 글자로서 존재할 때보다 몇백 배에 달합니다. 말을 꺼내는 게 어색하더라도 나에게서 그 말이 떠날 수 있도록 연습이 필요합니다. 오늘은 가장 먼저 가까운 가족들에게 먼저 가벼운 인사의 말을 전해 보는 건 어떨까요? 미루지 말고 당장이요.
진심이 담긴 짧은 인사의 말의 울림은 분명 감사의 카드나 사과의 편지를 받는 기쁨의 몇 배 이상의 깊은 감동을 받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