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답을 원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전에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이 있었으니. 바로 내 마음이었다.
내가 내 발로 걸어 나온 곳. 그곳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그 삶을 반복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나는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 퇴사를 했었던가.
그 이유는 아주 명확했다. 더 이상 부품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 그저 쓰이고 쓰이다 언젠가 버려질 것이 아니고 싶었던, 어쩌면 20대 후반의 패기 넘치던 그 마음. 그것이 나를 회사 밖으로 내몰았다.
또 하나. 과연 그 삶은 행복할 것인가. 내가 바라마지 않는 삶일 것인가.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나에게 무엇을 주고 무엇을 빼앗아갈 것인지,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그렇게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침대에 걸터앉아 머리를 싸매고 있었던 것 같다. ‘그’가 되돌아온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로.
“음?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겐가.”
“아, 아니에요…. 그냥 고민할 거리가 많아서.”
고민에 방해가 된다는 듯이 간섭을 차단하는 말을 건넸지만, 그는 이미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그 고민, 내가 다 들어주지. 얘기해보게. 어쩌면 별 것 아닌 고민일 수도 있지 않은가.”
“후아…. 그러니까요 그게….”
어차피 피하지 못할 거라면. 오늘 오전부터 있었던 얘기들과, 오후 내내 고민했던 것들을 속 시원하게 그에게 털어놓았다. 고개를 반쯤 숙이고, 고해성사를 하듯 주저리주저리 털어내다 보니 그의 반응을 살필 새도 없었다.
과연, 그는 어떤 답을 나에게 던져줄 것인가.
“흠…”
역시, 쉽지 않지?
“아니, 그게 뭐라고 난 또.”
음?
“자네, 혹시 미친 철학자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는가.”
아이고, 이건 또 무슨 소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