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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훈 Nov 29. 2022

계속 상영되는 여행

Oasis "Some might say"


그 뮤직비디오는 제주도의 해변 도로를 달리는 회색 스타렉스 한 대를 비추면서 시작한다. 운전석에는 핸들을 잡고 있는 내가 있다. 열린 창문으로는 바람이 세차게 들어온다. 옆좌석과 뒷좌석을 보면 어른이 된 ABO 멤버들이 있다. 같은 중학교에서 만나 마음 맞는 이들이 꾸린 창작 활동 크루가 ABO(Artist BoxOffice)였고, 결성 당시인 중학생 시절에 계획한 목표들 중 하나를 우리는 드디어 이룬 셈이다. 그 목표란 바로 '어른이 되어 제주도로 가 렌터카를 타고 여행을 하자!'였다.


화면에는 스타렉스 속의 우리가 나타난다. 누군가는 바람에 아~하고 입을 대어 소리를 내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천장에 난 창을 열고 상반신을 내밀어 만세를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폰 게임을 하다가 카오디오 음악에 맞춰 고개를 끄덕인다. 이때 카오디오에서 나오고 있는 음악은 오아시스의 "Some might say". 이 뮤직비디오의 노래이기도 하다.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기타 사운드 위로 우리는 다 같이 가사를 따라 부른다.


"Some might say~

누군가는 말하지~

You know what some might say~

그렇지만 너는 그들이 뭐라고 할지 알지~"


마지막엔 스타렉스의 멀어지는 뒷모습이 잡히며 뮤직비디오는 끝난다. 물론 실제로 존재하는 뮤직비디오는 아니다. 내 상상이 만들어낸 것이며 26살인 지금, ABO는 아직 다 함께 제주도 여행을 하지 못했다. 스무 살이 된 이후부터 각자의 삶을 지내기 바빠졌기 때문이었다. 한둘은 몰라도 열 명이 넘는 남자들이 시간을 맞추기는 어려웠다. 대학 생활, 군대 등으로 각자의 삶에도 바빠져야 했기에 우리는 여행을 가자고 서로에게 강요를 할 수도 없었다. 결국 ABO는 제주도 여행을 아직 상상으로만 남겨놓은 채 이십대 중반을 보내고 있었다.


다만 나는 오아시스의 "Some might say"를 들을 때마다 스타렉스를 타고 제주도를 달리는 ABO가 그려진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려져서 이젠 그게 또 하나의 공식 뮤직비디오가 된 것 같다. 스무 살에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부터 그랬다. 꿈틀거리며 시작하는 기타 사운드, 도로를 내달리는 듯 쳐지는 드럼, 맑은 날씨 아래 어깨를 들썩거리게 하는 듯한 멜로디가 상상 속 여행의 액셀을 마음껏 밟아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때부터 나의 위시 리스트에는 "ABO가 제주도로 가서 스타렉스를 타고 'Some might say'를 듣기"가 추가되었다.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스타렉스 속의 ABO를 떠올리다 보니 웃음과 행동그리고 떼창하는 목소리마저 너무나 선명할 지경이었다.


"Some might say

누군가는 말하지

that sunshine follow thunder

천둥이 친 후에 햇빛이 비친다고

Go and tell it to the man who cannot shine

빛날 수 없는 사람에게 가서 그 말을 해보시라지"


"Some might say"를 듣고 다른 사람들을 떠올릴 수도 있었겠지만 ABO가 떠오른 이유는 아마 둘이 닮아서일 것이다. 뜨거운 멜로디뿐만이 아니라 가사에 담긴 패기 및 반항심 역시 ABO와 일맥상통했다. 우리는 교육에 회의를 품고, 계급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토론하며 비판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봤으니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낭만도 갖고 있었으며 질풍노도의 감정들을 두르고 외압에 버티려고 했다. 그때의 패기는 "Some might say"와 닮아있었다. 누가 뭐라고 한들 그건 그들만의 말일뿐 우린 달콤한 말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고 우리 말을 지킬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말했고 밴드처럼 함께했고 청춘을 꿈꿨다.


그랬던 우리가 커가면서 흩어지고 이젠 모이기 힘들어졌지만, 또 누군가는 우리가 예전만큼 활동이 왕성하지 못하다고 하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람. 우리는 여전히 꿈을 꾸며 자신의 새로운 나날들에 열심인 존재들이다. 언젠가는 제주도 여행을 갈 거라며 꿈을 잊지 않은 존재들이다. 특히 제주도 여행을 가는 상상은 여전히 "Some might say"에 담겨 있다. 버스에서도, 군대 침대에서도, 대학 하굣길에서도 들으며 나는 상상을 했다. 우리가 제주도를 다 함께 다녀오면 상상이 아니라 회상이 되겠지. 상상이든, 회상이든 우리의 여행은 이 노래 안에서 앞으로도 계속 상영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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