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을 하면 어떤 점들이 좋을까.
지난 10년간 했던 무수히 많은 독서모임들을 되돌아보며 모임지기로서 느낀 장점들과 모임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많이 언급하는 독서모임의 장점들을 종합해보면 이렇다.
첫째,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독서모임을 하면 책을 정기적으로 꾸준히 읽게 된다. 중국어 속담 중에 ‘不怕慢, 只怕站’이란 말이 있다. 느린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멈추는 것을 두려워 하라는 뜻이다. 함께 읽으면 조금 느릴 수는 있지만 꾸준함의 누적이 만드는 힘을 무시할 수 없다. 혼자서 책을 읽을 때는 중간에 흐름이 끊기거나 바쁜 일상 속에서 우선순위가 밀려 초반에 조금 읽다가 만 책이 점점 쌓이게 되지만 독서모임에서는 정해진 분량을 정해진 날짜까지 읽어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독서 습관이 형성된다. 다른 멤버들과 함께 읽는다는 책임감 때문에라도 시작한 책은 일단 끝까지 읽게 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독서모임을 통해 책을 읽는 것이 습관이 되어 꾸준한 독서를 유지하고, 모임이 없을 때도 스스로 책을 읽는 힘이 길러지기도 한다.
둘째, 자신의 시각을 확장할 수 있다. 이게 독서모임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사람마다 경험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해석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독서모임에서는 서로의 관점을 나누며 예상치 못한 새로운 해석을 접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감동적인 요소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다른 사람은 비판적으로 바라보거나 오류라고 지적할 수도 있고 내가 잘못 이해한 부분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바로잡을 수도 있다. 그리고 책이 전달하는 핵심 주제도 사람마다 다르게 접근할 수 있는데 하나의 정답만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각도에서 책을 이해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용을 다시 곱씹고, 서로의 해석을 공유하면서 혼자 읽었을 때보다 책을 더 깊고 다각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들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한 권의 책을 모임에서 여러 사람의 시선으로 본다는 것은 내 관점을 확장할 수 있는 참 소중한 기회이다.
셋째, 생각을 정리하고 말하는 힘이 길러진다.
책을 읽고 나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말하거나 글로 써보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지만 한국의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에서는 이런 기회가 잘 없었기에 훈련이 부족하다. 우리가 중요한 공식 석상에 서는 사람들이 아니라 할지라도 내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훈련은 필요하다. 일상생활에서의 소소한 대화를 깊이있고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서로를 더 단단하게 연결해주기에 공식석상의 언어보다 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독서모임에서는 특정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서 표현해야 하므로 최소한이라도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길러진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듣고 질문하며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적절한 피드백을 받으면 자기 생각을 더욱 명확하게 다듬을 수 있다. 독서모임을 잘 활용하면 어디서나 평생학습의 장이 될 수 있다.
넷째, 지적 자극과 배움의 기회가 많아진다.
혼자서 책을 고르면 주로 자신의 관심사에 한정된 독서편식을 하기 쉽지만, 독서모임에서는 다양한 장르와 주제의 책을 골고루 접할 수 있다. 철학, 심리학, 사회과학, 문학, 자연과학 등 평소에 쉽게 접하지 못했던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취향도 확장되고 그만큼 사고의 폭이 넓어진다.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분야인데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책 덕분에 흥미를 가지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여러 경험담과 정보들이 오가게 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정보 교환을 통해 책에서 얻은 지식을 실제 생활과 연결하여 적용하는 기회도 많아진다. 심리학 책을 읽고 실제 문제에 적용해본 사례나 경제 관련 책을 읽고 나서 조금씩 투자를 해본 사람들이 경험담을 공유하면 서로 자극을 받고 배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책과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받는 것은 자신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가꿀 수 있다.
다섯 째, 의미 있는 취향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신을 개선하려는 욕구, 세상에 대해 더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기에 독서모임에 꾸준히 오는 사람치고 대단히 악한 사람은 없다. 책을 중심으로 대화하다 보면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유대감이 형성된다. 시시콜콜한 일상 대화가 아니라 책의 사유를 바탕으로 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특히 장기간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다 보면 학연 지연 혈연으로 연결된 사람들보다도 서로 끈끈함이 생기기도 한다. 이쯤되면 단순한 독서모임을 넘어 슬픈 일이 있을 때는 서로 걱정해주고 기쁜 일이 있을 때는 서로 응원해주는 등 인생에 대한 지혜를 나누는 도반이자 가족이 된다. 같은 관심사와 정서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만나면 즐겁게 대화할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때가 있다.
위에 나열한 것 외에도 독서모임의 장점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듯하다.
말이 길어졌는데 그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
그러니까 일단 한번 해보시라는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