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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이목 Apr 19. 2024

내 손 안의 모래시계

벅벅 허벅다리를 긁어대며 눈꺼풀을 들어 올린다

창문에 스며 어느덧 방을 밝힌 어스름한 아침볕

새벽 내내 오른 귓가를 간지럽히던 모기 한 마리가

기어코 허벅다리에 작은 열십자를 긋게 만들었다


헝클어진 머리칼을 한 손으로 그러모아 빗어 넘기고

땀에 전 티셔츠는 절반쯤 채워진 세탁기로 향하고

간단히 식사를 마친 후 담가놓은 그릇들을 씻어 엎고

찌뿌둥한 몸을 달래려 보다 따스해진 볕을 배회한다


목덜미가 늘어난 티셔츠도

마구잡이로 삐친 머리칼도

뾰족이 토막 난 계란 껍데기도

오롯이 내 의지만을 반영한 몸뚱이도 전부 나의 몫


손에 쥐어진 모래시계는 오늘도 고요히 흘러내린다

바람 한 점 없이 평화롭게, 그저 묵묵히 사랑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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