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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이목 Apr 26. 2024

그날, 유성우를 보았다

그날, 너의 눈동자 속에서 어린아이를 보았다

우주의 기대를 품고 잘게 흔들리는 은하수에 싸여

아이는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다


머금은 온기를 가감 없이 내비치던 순간을 기억한다

조심스레 뻗은 손끝에 닿을 듯 말 듯 약을 올리던

오, 나만의 푸르른 항성이여


모르는 새 돋아난 긴 꼬리가 목덜미를 간질이고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떨어진 별똥별 조각이

하나의 소원쯤은 이루어주었으리라


하지만 언제부턴가 빛을 잃은 밤에 목소리는 먹혔다

식어 빠진 돌덩이가 장대비처럼 날카롭게 날아들고

구멍이 뚫린 한쪽 가슴엔 바람 잘 날 없었다


주체할 수 없이 흔들리던 마지막 조각이 끝내 모습을 감췄다

큼직하게 찢겨나간 나의 사지와 살점의 찌꺼기는

정착했던 별이 소멸함과 동시에 길을 잃었다


사실 그날, 유성우를 보았다


이는 줄곧 깜박거리던 경고등을 무시한 나의 말로이다

그러나 집채만 한 파도에 질식해 버린 어린아이는

다정한 말 한마디조차 건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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