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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A Mar 31. 2020

모두 힘내세요

빼앗긴 '문화의 들'에도 봄이 오기를

코로나19로 인한 재택 근무 지침에 매주 월요일 단 한 번만 출근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사무실 출근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지난 주와 이번 주 출근길이 확연히 다르다.

일단 6시 반에도 제법 환하며 길에 핀 꽃이 심상찮다.

봄이다.


이상화 선생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가 생각났다.

결은 다르지만  분명 우리는 '들'을 빼앗겼고 빼앗긴 그 들에 봄이 오고있다.


내가 문화예술계로 입문한지 17년째인데 이런 위기는 처음 겪는다.

사스도 신종플루도 메르스도 겪었고 세월호도 겪었지만 그 어느때보다 심각하다.

그야말로 문화예술의 들을 빼앗겼다.

대부분의 기획자들이 준비하던 컨텐츠의 개막이 무기한 연기되었고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우리의 들은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그게 언제일까

아무것도 가늠할 수 없고 답답하기만 하지만 1926년 이상화 시인이 빼앗겼다 한 그 들도 다시 찾았으니 우리의 들도 다시 찾으리라 믿는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분명 온다.


____________________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그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답답해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나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어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해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1926년 <개벽> 6월호 발표




#나도작가다공모전 #나는기획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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