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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A Jun 08. 2022

아티스트는 그래도 돼 12

라스트 투어가 될 줄 몰랐던 공연 웨스트라이프

웨스트라이프


그러고보니 웨스트라이프도 엄청 갑자기 급하게 연락받아  통역팀과 무대감독을 맡았던 공연이다. 공연 라이더를 공연 하루전인가 받아서 아주 급하게 정리했던 기억이 난다. 워낙 정신없이 공연장에 투입되다보니 공연장에서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했다.


먼저 공항에 웨스트라이프 공연팀을 픽업하러 나가서 나는 처음 겪는 상황을 맞이하였다

늘 올드팝 공연을 했기 때문에 얼른 어르신들을 모시고 호텔로 가기 바빴던 과거와 달리 이 날은 젊은 팬들이 공항에서 웨스트라이프를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

다른 요새 힙한 아티스트 공연을 하는 기획자들 입장에서는 이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하겠지만 나는 처음 겪는 상황이라 신기하고 재밌었다. 그 날은 웨스트라이프 멤버 중 한 명의 생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팬분들은 케이크에 불을 켜서 조심스럽게 다가오셨고 그 멤버는 기쁘게 촛불을 꺼 주고 차량에 탑승하였다.


월드투어중인 웨스트라이프 팀은 늘 그렇듯 홍콩 공연을 마치고 한국에 하루 공연 후 다시 일본으로 넘어가는 스케줄이었다. 그래서 공연 당일 오전에 한국에 도착했고 공항에서 만난 투어 매니저와 협의를 할 시간은 이동시간을 포함하여 겨우3-4시간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보통 이렇게 월드투어를 하는 공연팀은 별도의 리허설을 하지 않는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계속해서 하던 공연을 한 번 더 하는데 풀리허설로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그레서 웨스트라이프도 사운드체크만 하겠다고 했다. 그들에게 리허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대 위에서 빨리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천막 시설이었다.

짧은 시간동안 옷을 자주 갈아입는 공연 프로그램 덕에 투어 매니저는 다른 무대 장비보다 무대 위 천막 정리에 더 정성을 기울이는 듯 보였다. 

아니 그런데 공연을 3-4시간 남겨두고 투어 매니저가 옷 한 벌이 없다는 것이다. 굉장히 화려한 야구점퍼인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는 것이다. 누가 가져갔는지(이 때 쪼금 화가 났었다. 누가 그걸 가져가겠니!!)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그 옷 없이는'Uptown Girl'을 공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니 Uptown Girl은 웨스트라이프의 대표곡 중 하나인데 그걸 안한다는게 말이 되는가! 할 수 없이 우리 통역팀의 잉키(지금 생각해도 고마운 잉키)와 웨스트라이프 의상담당자를 붙여 가장 가까운 백화점으로 보냈다. 

검색으로 이 사진을 찾을 줄 몰랐는데 이 중 한 벌이다

다행히 완벽하진 않지만 의상 담당자의 마음에 드는 옷을 찾았고 그 옷을 입고 Uptown Girl도 무사히 연주를 마칠 수 있었다. 아마도 월드투어 중었기 때문에 그 의상은 이 후 다른 공연에서도 입었을 것 같다.


아니 근데 이 공연이 웨스트라이프의 은퇴 공연이 될 줄은 당시에 전혀 몰랐다.

그래서 좀 아쉬움도 남는다. 그게 마지막이었더라면 사진도 좀 남겨두고 좀 더 잘 해줄걸..

그런데 뭐 워낙 요즘은 재결성도 많으니 그들도 재결성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만일 재결성 해서 다시 한국을 찾는다면, 그리고 그 공연을 내가 하게 된다면 이 때 이 사건은 꼭 얘기해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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