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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A Dec 19. 2019

아티스트는 그래도 돼 1

아티스트들의 특이한 취향 1

 

나의 첫 내한공연 Towa Tei

1. 가로 4cm X 세로 8cm

 요새는 좀 덜하지만 2003년 ~ 2004년 사이 한참 파티 붐이 일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 전까지는 주로 국내 콘서트 공연을 하던 내가 첫 내한 파티를 하게 되었다.

그게 바로 Towa Tei.이때 내한 공연 라이더(공연 관련 요구사항이 담긴 문서 Rider)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내가 이 전까지 진행하던 국내 공연의 하드웨어는 미리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맞춰가는 사례가 훨씬 더 많았다.

그런데 내한 공연은 라이더를 통해 원하는 사양을 다 정해 주었다.

아 물론 국가 별 상황에 따라 완벽하게 라이더대로 할 수는 없기에 협의를 통해 바꿔가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진행한 대부분의 내한 공연의 경우 공연을 위한 장비들의 협의보다 아티스트를 위한 음식이나 제반 사항이 더 복잡한 경우가 많았다.

토와테이 공연의 경우 복잡한 사례에 들지는 않지만 특이한 요구가 있었다.바로 DJ BOX 위에 아티스트가 쓸 물수건의 사이즈를 지정해 준 것이다.

가로 4cm X 세로 8cm, 하얀색 얇은 타월로 은쟁반에 3개를 위의 사이즈로 올려서 DJ BOX 오른편에 놓아달라는 것이다.

각 잡은 물수건 하핫

cm까지 정해주는 이 섬세함~!!!!

그는 은쟁반에 받쳐 올려진 3개의 물수건을 아주 만족하게 바라보고 끝내주는 DJing을 했다.

그래 이 정도 요구라면 양호하지 이 정도 실력의 아티스트에게 못 할 이유가 무어랴

언제든 다시 해 줄 용의가 있다!!


나의 두번째 내한공연 Paul Mouriat Ochestra

2. 80세 트롬본 아티스트에게 청혼받다

 '폴모리'

이 전에 내가 이 오케스트라를 기억하던 이름은 폴모리 악단이었다.

이지리스닝 계열의 팝스오케스트라로 70-80년대에 유럽과 아시아에서 꽤나 이름을 날린 폴모리 악단을 이십 대인 내가 알고 있었던 이유는 우리 엄마가 몹시 좋아하시기 때문이었다. 인켈 전축에 검정 LP판으로  듣던 Love is blue나 El bimbo의 연주자들의 공연을 실제로 내가 한다는 사실에 약간은 우쭐해 있었다.

(그땐 몰랐지.. 이렇게 몇십 명이 한꺼번에 오는 공연이 얼마나 힘든지...평균 연령이 60세가 넘는 공연단을 맞이하면 얼마나 많은 일을 해야 하는지..)

 까칠까칠한 수염이 잔뜩 난 할아버지(!) 30여 명과 아침에 비주 인사 (양 볼을 맞대고 뽀뽀하듯 하는 인사)를 하고 나면 얼굴 양쪽이 다 까지는 듯 따가웠다..ㅋㅋㅋㅋ


지방 공연 포함 일주일이 넘는 장기 공연(서울-대전-부산-창원)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시기 시작했다.

이때 알았다.

올드팝 아티스트 공연 중에 쉬는 날은 병원 모시고 가는 날이라는 걸..

서울 공연 후 맞이한 월요일 쉬는 날 그 날 우리는 병원을 가겠다는 분들을 한 분씩 맡아서 모시고(!) 아픈 부위에 맞는 병원과 투어를 시작했다.

내가 모시게 된 분은 트럼보니스트 앙드레

공항에서 앙드레와

이미 여든이 넘으신(!) 분이었는데 발목에 물이 차고 천식(!)도 있으셔서 한 군데 병원 투어로는 안 될 상황이었다.

먼저 정형외과를 모시고 갔다 와서 이비인후과로 다시 찾아가는 긴 여정을 동행했다.

 그게 꽤나 감동이셨나 보다.

호텔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앙드레 할아버지가 나한테 청혼을 했다(!)

Hera 너는 참 스위트 하다며..자기랑 결혼하지 않겠냐며...

하하하하하

지금 같으면야 웃으며 대처할 수 있겠지만 스물아홉의 헤라는 상당히 난감했다.

아직 공연이 더 남았는데 거절하면 맘 상해서 공연 잘 못하시는 거 아닐까

남은 기간 동안 불편해지는 건 아닐까오만 생각이 떠오르다

내가 한 말은 "미안하지만 난 불륜의 주인공이 되기는 싫어요."

ㅋㅋㅋ

아 뭐래 진짜 지금 생각하니 정말 오그라든다.

근데 앙드레 할아버지의 답이 더 압권이다.

"괜찮아 나 올 초에 세 번째 부인이랑 이혼했어. 그래서 불륜 아니야."

그다음에 내가 뭐라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만 공항에서 저렇게 환한 얼굴로 사진을 같이 찍은걸 보면잘 대처했었나 보다. ㅋㅋㅋ

그나저나 앙드레 할아버지 아직도 건강하신지 궁금하네.

음... 살아계시면 90세가 넘으셨을 텐데..


3. 금치산자 애니 레보비츠

살아있는 전설, 영국 여왕, 미국 대통령 일가를 찍는 작가

살아있는 지성이라고 불린 수전 손택의 소울 메이트

좌우간 엄청난 포토그래퍼 애니 레보비츠

2010년 한겨레 사업국에 근무하던 당시 애니 레보비츠 전시를 성사시키기 위해 무던히 애쓰던 전시팀은 결국 애니 레보비츠 전시를 성사시키지 못하고 애니 레보비츠로 대관 되어있던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을 다른 전시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게 참 웃길려고..

2013년 봄 애니 레보비츠는 너무도 희안하게 내 품으로 왔다.

왜인지도 모르고 그냥 정말 니가 해 하듯 내가 하게 되었다.

근데 내가 하게 되니 왜 한겨레가 이 전시를 할 수 없었는지 알게되었달까

애니는 소위 말하는 "금치산자" 였다.

수전 손택과 전 세계를 다니며 촬영을 하던 시절

그녀는 전 세계에 스튜디오를 내고 무리한 사업 확장을 했던거다.

아티스트가 사업에 손 댄 대표적 잘못된 사례랄까..

결국 그녀는 손 쓸 수 없이 파산 직전에 이르게 되었으나

아직 포토그래퍼로서의 그녀의 역량을 높이 산 한 투자사에서 애니의 빚을 다 갚아주는 조건으로 "애니"와 투자 계약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애니는 원하는 촬영지 전시 장소를 마음대로 방문 할 수가 없었다.

뭐가 됐든 그녀의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를 최우선으로 하는 작업을 먼저 할 수 밖에 없었던거다.

씁쓸하고 쓰라리지만...어쩌겠는가 그 빚이라는게 소문에 의하면 거의 천억대라는데...

근데 쓰다보니 이 사례는"아티스트는 그래도 돼" 가 아니고

아티스트가 절대 하면 안돼는 사례인 듯 하다.

애니를 실제로 볼 수 있을 줄 알고 잔뜩 들떠서 미국 대사님 모시고 진행할 파티 기획까지 마쳐놨다가 참...어이없이 끝나버린 오프닝 파티기획이 되어버렸지만

전시가 성공했으니 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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