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kyll&Hyde 내한 뮤지컬 콘서트 이야기 1
갑자기 이력서? 프로필? 을 정리할 일이 있었다.
정리하다가 2006년과 2007년의 지킬앤하이드 내한 뮤지컬 콘서트의 사진과 자료들을 보며 그 때 수 많은(!) 일들이 떠올라 써 볼까 한다.
1.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의 연애
지킬앤하이드~!
뮤지컬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사랑하는 뮤지컬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작업이라니..
나는 성덕이야를 외치며 엄청 신나게 일했던 이 공연 공연 전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프랭크와 두 주연배우를 초대하여 방송 프로모션 사전 인터뷰 등을 진행하였다.
당시 1958년생 프랭크는 1978년생 미스 아메리카 출신의 아름다운 배우와 연애중이라고 했다.
(금발의 미인이 이상형인듯 한 프랭크는 지킬앤하이드 초연 때 엠마를 맡았던 린다 에더와도 부부였다고 한다.)
그 배우의 이름은 브랜디 버크하트로 본 내한 공연의 "루시" 역으로 캐스팅되었으며 프로모션 내한 때도 같이 오려 했으나 중요한 드라마에 캐스팅되어 올 수 없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그 드라마 때문에 진짜 공연 때는 그녀가 아닌 맨디 곤잘레스라는 배우가 "루시"역으로 내한하였다.)
그런데 프랭크가 세상 사랑꾼인거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나에게 폰을 빌려 "Honey Brandi"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전화를 걸면 그녀는 보통 다섯번에 한번 정도 전화를 받았다.
그 때 마다 속이 바싹 타들어간 프랭크는 전화기에 대고
"I'm very worry about you." 와 "I love you darling."을 외쳐대며 전화기에 쪽쪽거렸다.
그들이 방문한 기간은 고작 삼박 사일
그런데 내 핸드폰 요금은 무려 30만원이 나왔다.
그 전에 내 핸드폰 요금은 7만원 정도
뭐 그랬다고 한다.
(지금도 두 분은 서로 많이 Love하고 있길 기원해본다.)
2. 내가 본 사람 중 최고의 가창력 롭 에반(Rob Evan)
아니 그러니까 사람이 이렇게나 노래를 잘 할 수 있는거냔 말이다. 롭 그는 내가 본 사람 중 최고로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었다.
롭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끝없이 내 놓을 수 있는데 먼저 프로모션 때문에 사전 방문 했을때 잊을수 없는 놀라운 경험을 선물했다.
당시 본 공연의 홍보를 위해 SBS 김윤아의 뮤직웨이브라는 방송을 섭외해 놓은 상태였다.
지킬 역의 롭과 엠마 역의 줄리가 한국을 방문했으니 당연히 그들이 부를 노래는 지킬앤하이드 속 넘버 "Take me as I am" 이었고 그걸로 MR도 준비하고 협의도 마쳤는데
그런데(두둥!)
한국 노래를 꼭 하나만 해달라는거다! 이 두 사람은 당시 브로드웨이의 메이저 배우들로 엄청 바빴기에 한국에 들어온 그 날 바로 방송에 출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건 진짜 비상사태였다. 말도 안되는 부탁인줄 알면서도 두 배우에게 한국 듀엣송 하나를 불러 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처음엔 황당해 하던 그들 그러나 너무도 스윗한 그들은 어떤 노래인지 들어보자고 했고 나는 "사랑보다 깊은 상처"를 디밀었다.
(그야말로 디민거다..미안했어요 롭, 줄리)
노래를 두어번 들어본 그들은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다만 가사를 발음표기로 적어서 프롬프터로 띄워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 발음표기 마저도 자기들이 보기 편해야 한다며 줄리가 직접 적어주었다.)
뮤직웨이브의 MC는 자우림 김윤아씨 출연자는 가수 김정민씨였는데 그야말로 두 분 다 입을 딱 벌리고 롭과 줄리의 "사랑보다 깊은 상처"를 감상했다.
아니 당일 아침에 한국에 도착한 아티스트가 갑작스러운 부탁을 받고 몇 시간 연습도 안하고 이렇게 완벽한 발음으로 이 노래를 완성할 수 있다는게 말이 되냔 말이다.
그런데 이 어려운 걸 이 두 아티스트는 해 냈다.
이 날 이 후로 나는 이 두 아티스트의 덕후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 날 영상 안찍은 나 반성해라 ㅠㅠ)
롭은 본 공연 당시 한국에 방문해서도 정말 놀라운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대학 시절 미식축구 선수였다고 하는 그는 정말 "거구"였다.
키가 190이 넘는 그는 사실 지킬 보다는 하이드가 훨씬 잘 어울리는배우였다.
그는 항상 자신의 소품과 의상을 직접 챙겨 들고 다녔는데 토요일 2회 공연을 마친 그가 힘들것 같아 그의 주요 의상인 긴 가죽코트(내 키 만큼 길었다)를 내가 대신 들겠다고 했을 때
"Sweety. 날 봐. (그는 항상 나를 스위티 라고 불렀다. 넘나 서윗한것) 내가 너보다 훨씬 크고 힘이 세. 아마 내가 널 내 주머니에 넣고도 이것쯤은 들 수 있을걸?" 이라고 말하며 공연이 끝날 때 까지 늘 자신의 의상과 소품을 직접 챙겼다.
한국 공연의 반응이 너무 좋자 (세계최고의 관객 한국 짱!) 그는 첫 공연을 마치자 마자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앵콜을 하고싶다며 어떤 팝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이에 나는 "비틀즈"의 명곡을 추천했고 그는 "헤이 주드"를 선택하여 매일 공연 앵콜 때 불러주었다.
그런데 대체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지만 "한국에서 축구 응원할 때 하는 특별한 구호가 있다며 그거 가르쳐줘."
라고 하는거다. 왠지 그것도 같이하면 사람들이 더 좋아하지 않겠냐고.
바로 "대한민국 짝짝짝짝짝"을 가르쳐 달라는거다.
아니 이런 사람을 어떻게 안좋아할 수 있겠냐고!!
그는 발음을 엄청 신경써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더니 매일 공연 후 앵콜 들어가기 전 "대한민국 짝짝짝짝짝"을 외쳐 관객의 흥분을 최고조로 올려놓고 멋진 "헤이 주드"를 불러주었다.
롭의 이야기를 쓰다가 그가 뉴욕에 거주하는 것이 생각나 걱정되는 마음에 그의 페이스북을 보았더니 코로나에 걸려 병원 치료를 받고 현재는 자가격리중이라고 한다.
내가 기억하는 그의 모습의 반쪽인 셀카를 올려놓았더라..
제발 롭 건강하고 무탈해야해요.
나는 당신의 노래를 오래오래
더 듣고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