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kyll&Hyde 내한 뮤지컬 콘서트 이야기 2
3. 내 인생의 엠마 줄리(Julie Reiber)
이 전까지 나는 트리플 트리트(Triple Treat : 연기 댄스 노래가 다 되는 배우)에 대해 말만 들어봤었다.
그런 배우는 나에게 일종의 유니콘이었다.
그런데 줄리가 바로 그 "유니콘" 같은 배우였다.
그녀는 사전 방문 때 이미 한 번 앞에서 말한 "사랑보다 깊은 상처" 듀엣으로 나를 몹시 놀라게 했는데 본 공연 때는 그야말로 유니콘을 실물로 보는 경이로움을 선사했다.
그녀가 부르는 "Once upon a dream"은 매번 꿈속 같았고 그녀와 루시 역의 맨디가 같이 부르는 "In his eyes"는 마이크를 다 내려버려도 극장 맨 뒤에서 들릴 것 같이 파워풀했다.
한국 공연을 위해 다이어트를 강력하게 했다는 그녀는 첫 공연 후 자신을 위해 "아메리칸 그린 샐러드"를 준비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런데 도대체 "아메리칸 그린 샐러드"가 뭔지 모르겠는 거다.
내가 아는 유학파 친구들과 뮤지컬 배우들을 총동원해 아메리칸 그린 샐러드 비슷한 걸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녀에게 가져다줬으나 그 샐러드가 아닌 스탭 도시락 콩나물 비빔밥을 먹고 무대에 올라가 내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유니콘의 노래"를 들려주었다.
누가 나한테 명확한 "아메리칸 그린 샐러드"의 기준 좀 알려주면 좋겠다.
아직도 잘 모르겠으니 말이다.
줄리 언니가 만일 다음에 또 내한하면 그땐 유니콘 배우인 줄리 언니 취향에 딱 맞는 완벽한 아메리칸 그린 샐러드를 꼭 드리고 싶다.
4. 내 인생의 루시 맨디(Mandy Gozalez)
맨디의 루시 합류는 일종의 사고였다.
원래 루시 역의 내정자는 앞의 아티스트는 그래도 돼 2에서 프랭크 와일드혼의 Love이야기를 하며
언급했던 브랜디 버크하트였다.
그런데 그야말로 한국 입국을 코 앞에 두고 브랜디가 TV 드라마에 캐스팅이 된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사건이었으나 드라마를 선택한 그녀의 마음도 다행히 이해가 되는 터라
새 배우를 찾는 일에 미국 쪽 디렉터 빈스 마리니는 혼이 빠져나간 듯했다.
(가끔 브랜디에게 총을 쏴 버릴 거라는 과격한 말도 하는 걸 보면 진짜 힘들었던 듯하다.)
그렇게 빈스가 혼을 갈아 넣어 찾은 배우가 바로 맨디였다.
줄리의 실력이야 이미 사전 방문 때 검증이 되었지만 맨디는 내 입장에서는 전혀 검증이 되지 않은 배우였기에 첫 공연에 몹시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빈스는 굉장히 자신하며 브랜디 보다 나은 배우를 찾았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무엇보다 루시의 "Bring On The Men"은 닥터 제클(지킬이라고 하면 그들은 전혀 알아듣지 못했기에
제클을 입에 붙이기 위해 무진장 노력했었다.)과 루시가 처음 만나게 되는 가장 중요한 넘버 중 하나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녀의 무대를 기다렸다.
빨간 시폰 드레스를 입고 나온 맨디 아니 루시는 그야말로 루시 그 자체였다.
내가 이 전에 한국에서 본 모든 지킬 앤 하이드 공연 속 루시를 깡그리 잊어버리게 만든 맨디 루시는 무대 위와 객석의 모든 남자들을 다 "bring" 해 버렸다.
특히 내가 지킬 앤 하이드에서 "This is the moment" 못지않게 좋아하는 넘버 "Someone like you"를 부를 땐 세상에서 가장 사연 많은 여자로 보였다.
브랜디가 한국에 오지 못하는 것에 대해 걱정했던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
매 공연 때마다 그녀는 무대 하수에서 빨간 시폰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는데, 그때 마침 내가 항상 지켜야 할 포지션이 바로 무대 하수였기에 나만의 멋진 Show를 매일 보는 호사를 누렸다.
그녀는 "Take me as I am" 이 시작할 때 무대 하수로 와 프로덕션 매니저 쉐머스와 멋들어진 왈츠를 추고 손키스를 섹시하게 날리고 무대로 당당하게 걸어 올라갔다.
최근에도 그녀는 여전히 뉴욕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요코, 아이다, 해밀턴 등 유명 뮤지컬마다 출연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와 함께 할 수 있었던 2006년과 2007년이 정말 감사했다.
5. 숙소가 노보텔이어서 참 다행이었던 드러머 크리스 쟤고
외계인
당시 공연을 함께한 우리 스태프들은 전부 그를 외계인이라고 불렀다.
워낙 재밌는 사람인 데다 4차원적 발상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던 그는 퍼스트 네임 크리스는 너무 흔하다며 패밀리 네임인 쟤고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이때 살짝 눈치를 챘어야 했다.)
쟤고는 루시가 등장할 때 "신사 숙녀 여러분(한국말로!)" 을 외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 준 드러머로 워낙 친화적인 성격이라 그 누구와도 참 잘 지냈던 좋은 사람이다.
원래는 영국인인 그는 헤드윅의 앵그리인치 밴드로 공연하던 당시 이츠학으로 출연한 배우 버지니아와 사랑에 빠져 결혼 후 미국으로 터전을 옮겼다고 했다.
그의 아내 버지니아는 그 보다 7세가량 연상의 여인으로 2006년 한 달 정도 장기 공연을 하게 될 남편을 위해
공연 첫 주 한국에 방문해 그와 함께 딱 이틀을 지내다 갔다.
당시 우리 숙소는 강남역 인근의 노보텔 엠버서더였다.
그런데 이게 참 그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2007년 다시 공연을 진행하게 되며 그에게 들은 놀라운 소식은 버지니아가 한국에 있던 이틀 동안에 Made in Korea baby가 생겼다고 했다.
정말 놀라운 건 그 이틀 만에 생긴 아기가 아니라 그 아기에게 지어 준 이름이다.
외계인 쟤고는 외계인답게 아기의 이름을 "노보텔"이라고 지었다는 거다.
그 소식을 들은 우리 팀들은 다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거기 있던 한 사람이 조용히 뇌까린 말을 듣고 폭소가 터지기 전 까진 말이다.
그 말은 "숙소가 금수장이 아니어서 참 다행이었네요."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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