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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A Jan 31. 2020

나의 팬미팅 이야기 1

첫 팬미팅 김정훈 배우님

1. 김정훈 배우님 첫 팬미팅

2008년 연말 나의 첫 팬미팅 연출의  아티스트는 김정훈 배우님이었다.


이 전까지 콘서트야 뭐 수십 번 해서 무대 상하수엔 뭐가 있어야 하고 라이저는 몇 개가 필요하고 특효는 어디까지가 좋고 보면 뙇 그려졌기에 호텔에서 진행하는 300명 규모의 팬미팅쯤 얼마든지 자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때의 나 또 반성합니다. 그땐 몰랐다. 팬만을 위한 행사 그것도 일본인들 대상의  행사가 얼마나 섬세하고 예민한 행사인지..)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기의 팬미팅이라 클라이언트(인바운드 여행사)는 선물 같은 행사를 만들어주길 요청하셨다.

사실 어떤 컨셉 어떤 요청도 다 가능하다. 문제는 제작비이지..

팬미팅은 제작비 제약이 훨씬 더 심했다.

기본적으로 2박 3일 또는 3박 4일 패키지여행에 프로그램 중 하나이기에 제작비를 여유 있게 쓸 수가 없었다.

(하긴 뭐 언제 무슨 공연이 제작비를 여유 있게 쓸 수 있었던가!!!)

그래서 택한 방법은 발로 뛰기! 필요한 소품들을 외주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방산시장에 가서 그야말로 "하나하나" 사 모았다.


팬미팅 참가자는 총 300명 김정훈 배우님과 그 300명의 팬들의 관계는 생각보다 아주 끈끈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많았고. 그래서 300명의 팬 모두에게 신선한 "선물 같은 시간"을 제공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를 당황시킨 한 가지 보통 콘서트를 하게 되면 대부분 라이브로 진행하지만 MR이 필요하면 아티스트 본인이 가져온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MR도 우리가 제작을 해 줘야 한다는 거다.

그야말로 멘붕

노래방 반주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야말로 초보 팬미팅 연출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지금 같으면야 별 일 아니었겠지만 당시만 해도 나는 아직 삼십 대 초반 당황하면 당황한 게 얼굴에 다 드러나던 그런 나이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날의 주인공 김정훈 배우님 밖에 없다 라는 생각에 대본을 정말  성심 성의껏 (여기엔 비용도 포함된다) "길게" 써 달라고 부탁드렸다.

팬들이 가장 원하는 건 내 최애의 얼굴을 "길게" 보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되도록  김정훈 배우님이 오래 말씀하시고 길게 무대에 계시도록 말이다.

이 작전은 확실하게 통했고 마지막 하이터치회가 끝나고 설문조사 결과는 그간 팬미팅 중 가장 좋았다는 너무도 "기쁜" 피드백을 받았다.


2. 두 번째 팬미팅

두 번째 팬미팅은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를 기념한 또 "선물"같은 팬미팅이었다.

이때 알았다. 팬미팅은 전부 선물 같은 시간이란 것을..

이번에도 일본 인바운드 방문 팬 300명 이들의 의리란...

이번에는 "킬러 컨텐츠" 하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광고주 말에 케이크 데코레이션 프로그램을 넣었다.

그런데 그 케이크의 베이스는 스펀지 케이크가 아니고 "초코파이" 두 상자 그리고 각종 데코 도구들 (이것도 "직접" 방산시장에 가서 구매했다. 언제나 제작비는 부족한 것..)

김정훈 배우님의 작품 "가족"

이 날 나는 두 번 놀랐다.

먼저 김정훈 배우님의 작품에 또 한 번은 각 테이블에 앉으신 일본 팬분들의 창의력에!

대부분 꽤 연령이 있으신 분들임에도 불구 그분들의 창의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니 초코 파이와 빼빼로, 마시멜로우로 우주선이 탄생할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냐고!!

그리고 김정훈 배우님이 만든(위 사진) 가족도 꽤 귀여웠다.

각 테이블에서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가와이~!"는 행사 전체의 추임새였다.

그 이후 이 초코파이(가끔 떡이나 시트 케이크)를 데코레이션 하는 프로그램은 나의 일종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이 되었다.


3. 네 번째 팬미팅

세 번째를 건너뛰어 네 번째로 바로 넘어온 이유는 세 번째는 군대 가기 전 환송 팬미팅이었고 네 번째는 제대를 축하하는 팬미팅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 성실하고 의리 있는 팬분들은 2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변함없이 김정훈 배우님을 기다렸다가 제대 당일 팬미팅에 찾아주셨다!

잠실 롯데월드 호텔에서 팬미팅


이 날 소소한 두 가지 사건이 있었는데

하나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중국인의 잠입 및 사진 촬영이다.

일본 팬분들은 큰 비용을 주고 방문하신 분들이다.

그래서 만일 행사장에 이 분들의 좌석이 없다거나 누락이 되면 대형 사고가 된다.

그런데 한 사람의 자리가 없는 거다.

이럴 리가 없는데.. 내가 좌석표를 몇 번을 다시 확인했는데.. 식은땀이 나고 머리가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사람은 명단에 없는 비용을 내지 않은 중국사람이었다!!

(대부분 일본 팬분들은 가이드의 인솔에 따라 행사장으로 입장하신다. 그래서였나 이 중국인은 눈치를 보며

사람들 질문에 따라 가이드를 바꿔가며 이 팀이랬다 저 팀이랬다 했다.)

좀 화가 났지만 일본 팬들이 알아서 좋을 것 없고 또 좋은 날이기도 해서 (김정훈 배우님 제대 날이니까)

그분의 카메라에서 사진을 다 지우고 미안하다는 사과문을 받고 조용히 뒷문으로 내보냈다.


또 하나의 작은 사건은 김정훈 배우님의

"이 대본 누가 썼어요? 아니 나에 대해서 너무 잘 아시는데?"였다.

보통 팬미팅 전  배우님과 작가분 그리고 연출인 나의 삼자 미팅은 꼭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 날 팬미팅은 배우님이 제대하자마자  바로 하는 팬미팅이라  사전 미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뭐 어떠랴.. 나는 이 팬미팅 네 번째인데!!

그래서 이 전 기억을 다 되살려 대본을 작성하고  배우님께 큐카드를 제공해드렸다.

아마 사전 미팅을 했더라면 연출이 나인걸 알아서 안 했을 멘트이지만 왠지 뿌듯한 기분 

'네, 배우님 저 배우님이랑 네 번째예요.' 하며 혼자 키득거렸다.

이 날 배우님은 정말 다정하고 스위트 하게 방문하신 대부분의 팬들과 눈 맞춤해주시고 허그도 해주셨다.

그 날 행복해하던 팬분들의 얼굴이 잊히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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