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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니모 Jan 23. 2022

미루고 미루다 결국

하루하루

집순이의 무리한 행보에 드디어 미루고 미루던 몸이 터져버렸다.

가혹하게 자신을 다루는 것도 자해라고 하던가?

공허함을 매우기 위해 몰아붙이듯 잠을 못 자게 활자의 즐거운 자극을 계속해서 주입한 지 적어도 3개월은 지난 것 같다.

그렇게 지내다가 또 매일 아침 출근해 멀쩡하게 업무를 해야 했고, 최근에 더 정신없어진 업무는 '무리'로 다가와서 큰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다. 그래서 집에 가면 또 글들을 붙잡고 상상의 나래로 들어가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그 곳 밖의 현실로 돌아오기 싫어 잠을 또 미뤘다. 그렇게 반복되는 굴레였다면 그래도 버틸만했을 텐데, 인생은 그렇게 평면적이지 않고 온갖 복잡한 미션들로 가득하다. 그것이 사는 재미였지만 체력에 후달리는 요즘의 나에게는 도망치고 싶은 현실일 뿐이었다.

나를 찾는 부름에 귀찮음만 가득했고, 신경 써야 할 많은 것들이 그저 버거웠다. 그래도 '나'는 참아야 했고, 괜찮은척해야 했다.


그리고 기어이 오늘은 내 몸에서 가장 약한 부위인 목안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프던 왼쪽 목을 무시하자 더 아파진 목이 왼쪽 입안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놓았고 그렇게 왼쪽 귀와 왼쪽의 관자놀이의 두통에 끝내 오늘 하루 종일 잠을 청해야 했다. 여전히 아픈 왼쪽은 얼굴 표면 마저 아파서 얼얼하다. 그 어색한 느낌에 자꾸 입안에 무언가를 넣어 씹으며 왼쪽 얼굴을 움직여본다. 안쪽의 헐어버린 입안 때문에 통증이 저릿하게 느껴진다.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이렇게 잘 수 없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럼 뭘 하지?

그런 허무에 잠시 나를 들여다보기 위해 누가 읽어줄지 모르는 나의 날것의 마음을 적고 있다.

이것도 날것이 맞을까? 언제나 솔직하자고 생각했는데.. 스스로에게 거짓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난 또 날것도 아니면서 날 것이라며 거짓을 여기다 적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 날것을 꺼낼 수는 없을까?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 마주하고 싶지 않은 걸까? 밤마다 활자 속으로 도망치던 나는 무엇의 공허함을 매우려 했는가?


오늘은 그런 밤이다.

이마가 뜨거워진게 도망치는 것에 대한 변명이 되어 그 마저도 달가운 밤.

해야할 일을 계속해서 미루듯 도망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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