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박수 소리>
트로이 코처의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은 1987년 '작은 신의 아이들(Children of a Lesser God)'로 말리 매들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래, 청각장애인이 아카데미 상을 받은 두 번째 사례라고 한다. 94년 아카데미 역사 동안 단 두 번밖에 없었고 말리 매들린의 수상이 지금으로부터 35 년 전 일이니 참으로 보기 드문 일이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장애의 벽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나마 허물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견고하다. 진보적이라 여겨지는 예술 영역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 역사와 맥락을 고려할 때 트로이 코처의 수상은 정말 특별할 수밖에 없다. 멋있었다.
나는 35년만에 나온 청각장애인의 오스카 수상보다 그의 수상을 축하하는 관객이 더 먼저 눈에 들어왔다. 보통의 시상식과 달리 사람들이 박수를 치지 않고 두 손을 들어 반짝반짝 흔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의 행동은 '박수 소리'를 의미하는 수화이다. 농인은 박수 소리를 듣지 못하기에 화려한 손 동작을 통해서 박수 소리를 표현한다. 시상식에 참여한 사람들은 트로이 코처를 축하하기 위해서 손을 반짝반짝 흔들며 수화로 박수 소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내가 박수 소리를 수화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알게 된 계기는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 덕분이었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위에 언급된 영화 '코다'와 동일하게 '코다(CODA)'를 소재로 한다. 여기서 코다(CODA)란 Children Of Deaf Adult의 약자로, 청각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비장애인 자녀를 이르는 말이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부모님 모두 청각장애인인 환경에서 자라난 이길보라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이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청각장애인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볼 수 있다. 아버지는 축구 선수, 어머니는 선생님이라는 꿈이 있었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그 꿈을 이루기에는 큰 벽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고 나무와 미싱이라는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 자녀를 키우는 일도 매우 어려웠다. 아기의 울음을 들을 수 없기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며 아이를 돌봐야 했고 그것으로도 힘들어 이웃의 도움을 구해야만 했다. 모든 일이 그들에게는 고난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그 지점에서 더 나아가 코다의 이야기도 알 수 있었다. 이길보라 감독은 말보다 수어를 먼저 배우기 시작하고, 말을 익히기 시작할 무렵부터 부모님의 입과 귀가 되어야만 했다. 은행에 전화를 해야 하고 호떡 장사를 하는 부모님을 따라 돈을 계산하는 역할까지 맡아야 하는 등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참으로 버거운 일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학교에서도, 일상에서도 물론 부모님이 할 수 있는 데까지 열심히 도와주시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어릴 적부터 해야 하는 일은 너무도 많았다.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도 마땅치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는 청각장애인과 코다의 힘든 점을 알 수 있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평범한 일상을 다룬다. 힘들고 어려운 점은 분명 있겠지만 수화를 사용할 뿐 그들이 사는 모습, 나누는 대화는 우리 가족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식탁에서 밥을 차리고 반찬에 간이 잘 되었는지 맛이 어떤지 대화를 나누는 부부의 모습은, 수화를 제외하면 우리네 일상과 다르지 않다. 영화를 처음 맞이할 때 우리는 으레 가족의 장애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이 가족이 살아가는 일상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샌가 우리에게 씌어진 색안경을 잊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점점 이 가족을 보며 웃음 짓게 된다.
장애인 가정의 자녀로 자라서 겪을 수밖에 없던 어려움, 그로 인한 혼란. 그러면서도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이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의 모습까지 그려낸다. 힘들어도 서로 의지하며 함께 행복한 삶을 꾸려가는 한 가족의 모습.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자신의 삶을 영화 속에 솔직하게 담아내어 장애에 대한 편견을 넘어, 너무도 사랑스런 그들의 세계로 관객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