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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실 Oct 17. 2021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결론

10_일관성 있는 메시지로 임팩트 있는 결론 구성하기


*참고 사항 : 이 글은 '기획의 3단 구성법' 세 번째 편으로 총 3편에 걸쳐 이어지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스포일러를 대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기획서와 제안서 같은 논술적 글뿐만 아니라 모든 글에는 작성자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 '주제'가 있습니다. 소설과 시처럼 주제가 없다고 느껴지는 글에도 작가가 의도한 분위기나 메시지는 분명히 있습니다. 즉 모든 이야기에는 작가의 주장이 들어가 있고, 이는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3단 구성의 마지막, 이야기의 결론 부분에서는 최종적으로 이야기의 주장을 펼쳐 관객을 설득하고 여운을 주어야 합니다.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화는 '운수 좋은 날'입니다. 상우의 죽음으로 게임에서 이긴 기훈은 상금을 다 가져가게 되지만 쓸 수 없습니다. 애초에 기훈이 상금을 받고자 한 목표는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는데, 게임이 끝난 후에는 이미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화의 제목이 '운수 좋은 날'인 이유가 여기서 드러나죠. 이는 어쩌면 기훈 또한 살생 게임에 참가해 타인의 죽음을 방관한 사람으로서 그에 적법한 처벌을 받기 위해 어머니의 죽음으로 그 대가를 치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목표가 사라진 기훈은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지옥 같은 게임에서 살아남았는데 더 이상 지켜야 할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삶의 목표와 사랑하는 존재가 사라진 기훈에게 돈은 이제 휴짓조각과 다름없습니다. 불한당처럼 살아가던 그는 어느 날 우연히 딱지치기를 하는 남자(공유)를 다시 목격합니다. 이후 게임의 주최자를 만나게 되죠.


오징어 게임의 결론에서는 반전이 하나 숨겨져 있습니다. 이 게임을 주최한 사람이 죽은 줄 알았던 일남인 것이죠. 모두를 속이고 이런 짓을 한 일남을 향해 기훈은 분노합니다. 돈을 많이 번 일남은 순전히 어린 시절 향수에 재미를 느끼고자 이 모든 일을 벌였습니다. 그는 죽어가는 와중에 기훈에게 마지막 게임을 제안합니다. 눈이 많이 오는 창밖에서 쓰러져 있는 노숙자를 12시가 될 때까지 도와주는 사람이 있을지 없을지 말입니다. 인간의 선한 마음과 연대의 힘을 중요시하는 기훈은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에 겁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 12시가 되기 직전, 한 남자가 경찰차를 불러 쓰러진 사람을 도와줍니다. 일남은 그 광경을 보지 못한 채 죽어버리죠.


감독은 기훈을 통해 꾸준히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기훈이 원래부터 그런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연대를 중요시하게 된 배경에는 노조 파업 당시 동료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있습니다. 따라서 기훈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상징적으로 '연대'를 상징합니다. 기훈의 행동과 말을 통해 힘들고 지친 상황에서도 삶을 포기하거나 누군가를 해치기보다는 '함께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죠.


기훈은 일남과의 만남 이후 자신의 삶의 이유를 다시 찾습니다. 자신이 지켜주겠다고 약속한 새벽의 동생과 상우의 어머니에게 돈가방을 주며 타인의 죽음으로 벌어들인 돈을 자신의 사람을 지키는데 쓰죠. 그리고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 비행기를 타기 직전, 기훈은 목표를 다시 재설정합니다. 이 게임을 종결시키기로 말이죠.


감독은 기훈을 통해 돈이 우선시 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당연하지만 잊기 쉬운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기훈 같은 사람이 약하고 보잘것없어 보일지언정 사람에 대한 믿음과 연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어떻게 될까요? 곧장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이야기가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도 점점  개인주의적이고 삭막하게 변해가는 사회에서 기훈 같은 사람이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결론'은 서론과 본론에서 쭉 이야기하는 내용의 '주제와 메시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기획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 효과도 보여주면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결론에서는 이 기획을 보고 듣고 난 후 '그럴 수 있겠다'라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결국 기획을 하는 이유는 이로 인해 타인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기획에서도 논리적인 해결 방안과 함께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을 넣어야 합니다. 스토리텔링은 이성적으로만 움직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자극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결론에서는 이야기의 주장과 메시지를 마지막 순간에 감성을 더해 한번 더 임팩트 있게 말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 일남 역의 오영수 할아버지가 <놀면 뭐하니?>에 나와서 했던 인터뷰는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오영수 배우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사회가 1등이 아니면 안 될 것처럼 흘러갈 때가 있다.
그런데 2등은 1등에게 졌지만, 3등에게 이긴 거다. 모두가 승자다.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승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애쓰면서 내공을 가지고
어떤 경지에 이르려고 하는 사람이 승자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남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며 살아갑니다. 경쟁을 강조하고 비교가 일상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는 당연한 현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과의 비교에 자신을 잃어선 안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자신의 목표를 정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저를 비롯한 젊은이들이 가장 하고 싶으면서 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영수 배우님의 말처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잘하는지 찾고 이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이 진정 승자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인터뷰에서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잘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인터뷰뿐만 아니라 토론을 할 때도 마지막 발언 때 토론을 뒤집을 수 있는 인상을 주기란 어렵습니다. 우리가 결론에서 깊은 인상을 주기 어려운 이유는 감성을 지나치게 주다 보면 내용 전달보다는 감상에 치우칠 수 있고, 주장을 피력하기만 하면 설득력을 잃은 채 같은 말만 반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결론에서 사람들에게 임팩트를 줄 수 있을까요? 바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의 핵심을 간결, 명료하게 말면서 '하나의 이미지'가 남을 수 있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하나하나 말의 깊이가 있었던 오영수 배우의 마지막 시청자를 향한 인사는 그의 생각과 마음이 뚜렷이 전달되어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제가 우리말 중에 가장 좋아하는 말이 '아름다움'이란 말입니다.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회.
오늘 이 자리에 와서 아름다운 공간에서 아름다운 두 분을 만나고,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러분,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를 가장 좋아한다는 주제 의식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사회와 사람, 세상과 시공간의 아름다움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삶을 살길 바란다'는 마지막 문장을 통해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전달되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난 후 저는 가슴속에 진한 여운이 남았습니다.


여러분은 이 말을 듣고 어떤 단어나 문장, 혹은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아름다움'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사람이나 세상의 모습, 그리고 행복한 순간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기억에 남는 하나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이것이 바로 결론을 잘 마무리하는 방법입니다.


오영수 배우의 말처럼 우리 모두 자신의 삶,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 봅시다. 우리의 삶은 아름다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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