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리고 살리고 Jan 28. 2019

서평이 좋은 이유

서평 수업 중간점검 & 단상


서평 글쓰기 수업 두 번째 참여하고 있다. 윤석윤 선생님이 꿈틀 책방의 문화 사업 일환으로 수업을 열어 주셨다. '다북다독' 회원뿐만 아니라 고등학생 2명과 일산에 사시는 수학 선생님, 꿈틀 책방을 통해 오신 번역가 선생님까지 학생들이 다양해졌다. 점점 상향 평준화되고 있음을 느낀다. 선생님들의 글이 가지런해지고 질서정연해 지고 점차 객관적인 외투를 입어가고 있다.


나는 왜 서평 쓰기가 좋을까. 서평으로 나를 표현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두 가지.


첫 번째는 글로 나를 표현하고 싶다. 이왕이면 객관적으로. 객관적인 글이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는다. 나는 거기에 욕심이 있다. 다수의 공감. 게다가 객관적인 글을 쓰기에 책만큼 쉬운 대상이 없다. 내 생각과 만나는 글을 인용하거나 빗대어 말하기 쉽다. (내 생각이나 철학이랄 게 딱히 없는 나는 책에 빚을 지고 있는 거다.)


그럼 주관적과 객관적의 차이는 무엇일까. 개인의 글쓰기는 모두 주관적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일기와 칼럼의 차이? 좀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일반화된 글? 어렵다. 그러나 조금씩 그 차이를 분별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이야기가 들어가더라도 책의 맥락과 닿으면 객관적이라 볼 수 있다. '나'의 이야기가 없는데도 내 감정을 팩트와 구분 없이 들이대면 상대에게 내 감정을 강요해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글이 된다. 가장 간단한 객관적 글쓰기는 줄거리 요약이나 이 역시 나의 렌즈에 의해 특정 부분만 크게 잡힌다. 그런데 그것에 좀 더 살을 붙여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정리를 잘하거나 새로운 깨달음을 발견한 것으로 정리하면 객관화가 된다.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나는 작가의 문체나 다른 작품과 비교하는 비평은 할 수가 없다. 주로 그 책 안에서 얻은 깨달음이나 발견을 부각하는 글을 쓴다. 내가 정희진을 좋아하는 이유도 단순하다. 그가 어느 책을 읽던 영화를 보던 말하고자 하는 건 하나다. "인간은 모두 존엄하므로 나는 용기 있게 약자 편에 서겠다." 강단 있다. 나도 그런 가치관 하나 갖고 싶다. 지금까지는 나만의 뭐가 없어서 그의 생각과 일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요즘 내 서평이 예전에 비해 쉬워졌다고 한다. 고백하자면, 예전엔 잘 쓰고 싶고 뽐내고 싶어 글을 썼다. 지금은 '선생님께서 첨삭해주시겠지'라며 꾸미지 않는다.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좋긴 하지만, 비빌 언덕이 없어지면 또 한 번 갸우뚱하겠지? (그 갸우뚱이란 서평을 쉬는 거다.) 뽐내는 글은 말하고자 하는 알맹이가 꾸미는 말에 숨고 만다. 사람들이 어렵다는 건 어려운 단어 때문이 아니라, "뭘 말하려는 건지 모르겠어요."란 뜻이다. 난해하단 표현이 더 적합하다. 한 가지 주제만 잡고 쉽게 표현하는 게 좋은 글이란 걸 이제야 좀 알겠다.


두 번째 이유는 하나의 책으로 여러 생각을 나누고 공감하면서 '사람들의 생각이 이렇게나 다양하구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있어서다. 처음엔 가까이할 수 없을 것 같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이 좋은 건지 글이 좋은 건지 구분이 모호해진다. 어느 순간 잘 모르는 분도 궁금해지고 기다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다양한 생각을 품을 수 있도록 맘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아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돌아와 아이나 남편을 보는 순간, 용수철처럼 다시 나로 돌아오지만 말이다.


난 나의 한계를 알고 있다. 책을 너무 사랑해서, 좋은 책을 권하려고 서평을 쓰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는 것은 정말 좋은 거지만 난 아직도 좋은 건 나만 알고 나만 하고 싶은 유아기에 머물러있다. 또한 나한테 좋다고 남들까지 좋으리란 법도 없다. 사회에 도움이 되거나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은 욕구도 별로 없다. 면목없지만 난 나를 위해 글을 쓴다. 우리 엄마도 난 나만 생각한다고 이기적인 계집애라며 늘상 잔소리를 하시다 지금은 포기하셨는지 잔소리도 멈추셨다. 이러한 이유로 내 글이 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는지도......


정리하자면, 서평은 책을 거울 삼아 나의 치부를 보며, 인정할 건 인정하고 고칠 건 고치고자 마음먹게 한다. 나를 조금 더 성장시키고 용기를 갖게 하는 바람직한 공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