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리고 살리고 Feb 01. 2019

주책

사소한 발견

아이를 돌보며 주책 맞게 눈물이 나올 때가 있다.


스피닝에 데려 갔다. 어른들은 서서 페달을 굴리는 것도 몇 주가 걸리는데 아이들은 무게 중심이 다른지 바로 서서 아주 잘 탄다. 두 아이를 내 시선 안에 들도록 앞에 두고 쩌렁대는 음악과 현란한 조명에 머리를 흔들다가 아이들 뒷모습을 보게 됐을 때 눈물이 핑. 너무 이뻐서 보다가 미소가 곧장 우는 얼굴이 되는 이상한 표정이다. 벅차서 웃음 정도로는 감당 안되는 기분. 주책이다.


아이들 동화책을 읽어주는데 그 내용이 너무 슬프다. 「콩가면 선생님이 웃었다」라는 책이다. 인물 한 명이 부모님이 안 계신다. 모든 관계를 말썽을 통해 맺으려는 케릭터인데 그 애가 나오는 부분마다 눈물이 나온다. 또 한 명은 엄마 아빠가 아이를 고모네 맡기고 베트남에 일하러 가셨다. 걔가 고모 심부름하는 모습만 봐도 눈물이 난다. 고모가 학대하는 것도 아니다. 어려운 살림에 조카에게 심부름 잘했다고 500원 주는 장면인데 웬 눈물. 너무 따뜻하잖아......하면서 운다.


애들은 '엄마, 진짜 울어?' 하며 눈물도 닦아주다가 몇 번 그랬더니 '엄마 또 운다'하며 으례 그려려니 한다. 이런 메마른 것들. 아이들이 보고 느끼라는 설정 같은데 애들은 아무 생각 없다. 나만 왜 이렇게 슬픈건지.


「코끼리 똥」이란 책도 있다. 주인공 코끼리는 딱 100년을 사는 데 태어난 후 50년은 하루에 똥이 한 개씩 는다. 첫째 날은 1개, 둘째 날은 2개, 1살 때는 365개, 10년 째 되는 날엔 3,650개의 똥을 싸는 거다. 50년이 되자 바로 다음 날부터는 다시 똥이 한 개씩 줄어든다. 99년 364일째 되는 날 꼬끼리는 1개의 똥을 싼다. 100년 째 되는 날 꼬끼리는 아무 똥도 싸지 않았다.


인간도 이와 같을 텐데. 우린 지금까지와 같이 뭐든 늘어나고 좋아질거라 기대한다. 그 기대가 기대로 끝나야 할텐데 믿어버리는 게 문제. 믿는 순간, 확신을 갖게하고 확신과 다른 현실을 볼 때마다 불만족스럽다.


내 나이 41세가 되어보니, 작년과는 느낌이 다르다. 건강한 인간 수명 80세라 가정할 때, 성장 그래프가 팍 꺽인 느낌. 성장, 발전, 증가는 안녕. 자의든 타의든 자연스럽든 뭔가 하나 씩 덜어지고 줄어지는 느낌이다. 기억력도, 시력도, 노력도, 의지도 힘과 관련된 건 하나 씩 잃는다.


이런 나에 비해 아이들이 조금씩 자라는 그 찰나를 우연히 보게 되면 이뻐 죽겠다. 자식이라서 좋다. 좋아서 운다. 좋아도, 슬퍼도 에니타임 울 것 같은....... 느는 것은 주책 뿐.


그림책을 보며 쌩뚱맞게 우는 나는 누구냐? 마흔이 넘었는데 아직 자라지 못한 내가 있나 보다. 마냥 늙어가기엔 난 너무 어리기도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