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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크 타이프 Jun 21. 2019

친구 J의 명언

시간은 모든 것을 소멸시킨다

시간은 모든 것을 소멸시킨다

친구 J를 만났다. 영화 관련 언론 쪽에서 잔뼈가 굵은 친구다. 부산 출신으로는 드물게 나긋나긋하고 적당하게 억센 경상도 억양을 쓰는 마음씨 좋은 친구다. 와인잔을 사이에 두고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던 중 J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 너는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기분이 가라앉을 때는 어떻게 하니? 

- 나? 난... 아무것도 안 하는데. 

- 아무것도 안 하면 풀려? 난 뭐라도 해야 풀리는데. 

- 내 말은 딱히 뭔가를 하려고 애쓰진 않는다는 거야. 

- 뭐라도 이것저것 해야지, 안 그러면 자꾸 안 좋았던 일 생각나고 그러지 않아? 

- 글쎄... 근데 어차피 무언가를 치유하는 건 결국 '시간' 아닐까? 

-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된다, 뭐 이런 뜻인가? 

- 비슷해. 시간은 모든 것을 소멸시키지. 

- 오, 멋진 말이다. 시간은 모든 것을 소멸시킨다...

- 나 인정받은 거야? 하하

- 응, 멋진 말인 거, 인정!


열심히 살되, 발버둥치진 말자

J는 이렇게 덧붙인다. 아무것도 안 하나, 딱히 뭔가를 하려 하지 않거나, 미친듯이 뭔가를 하더라도 어차피 이른바 '극복을 위한 절대적 시간'은 필요하다. J는 이렇게 마무리했다. 딱히 뭔가를 하지 않고 버티며 보낸 누군가의 시간과 열심히 뭐라도 하면서 버티는 또 다른 누군가의 시간은 '대충' 비슷하다. 


내가 다시 물었다. 

- 어차피 치유의 시간이 비슷하다면 뭐라도 해야 남지 않겠어? 

J는 다시 이렇게 정리한다. 

- 다시, 내 말의 핵심은...

- 핵심은? 

- 마음의 상처든, 실연의 아픔이든, 업무 스트레스든 빨리 잊어버리거나 극복하려고 '발버둥치지는 말자'는 얘기지. 

- 일리가 있다. 물에 빠졌다고 발버둥치면 칠수록 수면 밑으로 더 가라앉는 것처럼. 


뭐라도 열심히 하되, 발버둥치지는 말자. J의 말처럼 언젠가 시간이 모든 것을 소멸시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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